변영주 / 1995년 / 98분

 한국 최초로 극장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로써, 2차 세계대전 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위안부가 되었던 한국인 할머니들의 삶을 16mm로 그려냈다. 변영주는 93년 기생관광이 주제인 다큐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찍으면서 어머니가 정신대였던 한 성매매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민족과 성의 모순은 뿌리 깊은 역사의 흔적’이라는 생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나눔의 집’에 모여 사는 강덕경, 김순덕, 박두리, 박옥련, 심미자, 김복동, 윤두리 할머니. 그간 억울한 세월을 보상받기는커녕 누구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숨어있던 그들은 이제 서로 의지하여 낮지만 강렬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한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것 그 자체보다도 과거를 이겨내고 현재를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었다.’고 감독이 말했듯 노래 부르고 이야기 나누며 슬픔을 딛고 덤덤히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전쟁이 얼마나 여성에게 폭력적이고 비정한지를 이야기한다. 영화는 국내에서의 관심 뿐 아니라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오가와 신스케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감독 : 변영주

 이화여대 법학과와 중앙대 영화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한 변영주는 여성영화집단 바리터의 창립멤버를 거쳐 기록영화제작소 보임의 대표를 지냈다. 매춘관광에 대한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한 다큐 <낮은 목소리>시리즈로 독립영화감독으로써는 이례적인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94년, 정신대 할머니들의 삶을 기록한 <낮은 목소리>는 한국 다큐멘터리영화사상 최초로 극장에 개봉되었다. 99년까지 세 번째 낮은 목소리 시리즈인 <숨결>을 만들며 다큐멘터리계의 대표주자로 활동하던 그녀는 2002년 불현듯 전경린의 소설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밀애>를 들고 나타난다. 김윤진과 이종원이 출연한 <밀애>는 깔끔한 편집과 영상으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얻었지만, 그것이 “꼭 변영주가 그 영화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물음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2년 후 그녀는 다시 윤계상과 김민정 등 하이틴스타를 앞세운 청춘영화 <발레교습소>를 들고 돌아온다. 그러나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의 이런저런 우여곡절들’로 요약될 수 있는 <발레교습소>는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과 중심점 없이 산재하는 에피소드들, 일관성 없는 스토리 등으로 다시 한 번 실망을 안겨주었다.
 
훌륭한 데뷔작을 선보인 감독들도 있기에 “이제 두 번째인 극영화가 생소해서” 라는 발언은 설득력이 없다. 다큐멘터리로 너무도 큰 기대와 관심을 받아 어깨가 무거웠을까? 상업적 극영화 판으로 뛰어든 그녀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고 왜 그것들은 관객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 앞으로도 시간은 많고 여전히 관심을 버리기엔 안타까운 변영주. 다음 작품은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녀의 선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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