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아들에 대한 인사 청탁 의혹과 처제 명의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휘말려 결국 사임했다. 올들어 이기준 교육부총리, 이헌재 경제부총리,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에 이어 벌써 4번째다. 노대통령이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수차례 천명하여 왔음에도 핵심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직 내사 단계이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에서 미루어 볼 때 공직을 남용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그 전의 3건이 공직 취임 전의 부동산 투기 등에 연루된 것과 비교해 볼 때, 강장관의 비리는 취임 후에 이루어진 것이라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 전체적으로 변환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공직자 비리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보다 심각하다. 왜냐하면 새질서와 구질서간의 충돌로 인해 규범적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비정형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책 사안이 많아지기 때문에 뇌물, 공직남용과 같은 부패유인도 증가한다. 또한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모럴 해저드 현상도 심각해질 것이다.

세계화 과정에서 이제 공직자 비리는 단순히 도덕적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리가 만연하는 곳에서는 정상적인 시장경제의 작동이 어려워지고,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뇌물방지협약이 내년 말부터 발효되면 공직자 비리는 국가경쟁력의 손실과도 직결된다. NGO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끄럽게도 우리의 부패지수는 50위권으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과 더불어 뇌물공화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공직자 비리는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에만 의지해서 풀릴 문제는 아니다.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규제와 법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행정조직을 효율화함으로써 관료제의 비리를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인사청문회를 확대하여 공직자의 능력과 윤리의식에 대해 보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내부 고발자를 보호함으로써 공직사회가 자정노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