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 57min

  폴란드의 잿빛 낯선 도시 바르샤바.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세 사람-청년 야첵, 택시 운전사, 젊은 변호사-이 하나의 살인 사건을 통해 관계를 맺게 된다. 그들 각각의 일상이 충실하게 묘사되며 이야기는 점점 하나의 사건으로 좁혀진다.
 
<살인하지 말라>에서는 ‘개인적인 살인’과 ‘사회적인 살인(사형제도)’ 즉 두 개의 살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청년 야첵의 살인 대상은 단순히 택시 운전기사가 아닌 사회이다. 불특정 다수, 사회에 대한 살인을 시도한 야첵과 그에 대해 ‘처벌’이란 이름으로 야첵 즉 개인을 살인한 국가. 제도로서의 살인이 과연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영화는 질문한다.
 
살인의 피해자인 택시 운전사는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선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다. 그렇다고 청년 야첵에게 구체적인 살인 동기를 부여하지도 않으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연민을 느낄 실마리도 제공해주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살인’에 대한 충실한 논의가 가능하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