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 58min

영화 <십계>의 시작을 알리는 1부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우상 숭배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적이든 세속적인 것이든 어떤 특정 철학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이들에 대해 경고를 하기 위해 이 영화에서는 이성의 산물인 ‘컴퓨터’를 맹신하는 아버지와 그의 아들이 등장한다.

죽음에 대해 물어보는 아들에게도 ‘그냥 심장이 멎고, 숨이 끊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아버지. 매사에 모든 일을 컴퓨터를 통해서만 답을 얻으려고 하고 또 그 사실만을 믿으려고 하는 아버지에게 똘똘하고 귀여운 아들의 죽음은 인간이 결코 우연과 불확실성을 외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최후의 자신의 믿음이 무너지는 그 순간 녹아버린 잉크는 책을 얼룩지게 만들고, 마리아 상에서는 눈물이 흐르게 된다.

또한 아버지의 이름이 ‘크쥐시토프’라는 점은 감독 자신이 표현하고 있는 <십계>에 대해 맹신하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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