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독자들, 책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자신만의 글쓰기로 담아내

“일반인들의 서평은 개개인의 다양한 독서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죠”.
인터넷 서점에 심심풀이로 쓴 독자 서평이 뽑힌 것을 시작으로 현재 자신의 홈페이지(www.kleinsusun.com)에 ‘독서 일기’를 꾸준히 올리고 있는 직장인 성수선(31세)씨의 말이다.

그는 “일간지의 북섹션보다 독자 서평을 신뢰하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며 “일간지나 잡지 서평에 비해 책에 대한 목소리를 다양하게 낼 수 있다는 것이 독자 서평의 장졈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요즘 대중들은 자신의 블로그를 비롯한 인터넷 공간에 책을 읽고난 소소한 감상부터 깊이 있는 서평까지 책에 관한 다양한 글쓰기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는 일부 책 관련 전문가들만이 일간지의 북섹션이나 「출판저널」과 같은 서평 전문지에 서평을 썼던 과거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독자들은 단순히 책을 읽는 수동적인 행위에서 벗어나 서평이라는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 홈페이지 외에 교보문고(www.kyobobook.co.kr)의 ‘북로그’·알라딘(www.aladdin.co.kr)의 ‘서재’와 같은 공간에서도 이러한 글쓰기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환경의 발달을 통해 양적·질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일반 독자들의 서평은 앞으로도 그 영역을 넓혀갈 전망이다.

이러한 ‘서평 쓰기의 확대’는 독자들이 책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출판기획자 임지호씨는 “서평을 쓰는 것은 책 읽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해준다”며 “스스로 생각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책에 대한 시선을 넓히고 책을 더 깊게 읽을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일방적인 경로로 책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던 이전 서평의 모습 역시 많이 달라졌다. 성수선씨는 “‘독서 일기’에 추천한 책을 읽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생각을 방명록에 올리고 이들이 또다른 책을 추천하는 등 적극적인 피드백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출판칼럼니스트 한미화씨는 “일반 독자들의 서평이 순수문학이나 인문과학 분야에 치중해있던 전문적인 서평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다양한 분야의 서적에 대한 관심이 일반인들의 서평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 취향이 반영돼 있는 실용서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판타지와 같은 장르 문학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서평이 활발하게 쓰여지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IT·경제·경영 분야는 관련 분야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관련한 책을 많이 읽어 전문적인 수준의 서평까지 쓰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독자들의 서평이 책의 정보를 유통시키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출판저널」의 신동섭 기자는 “책의 경우 영화나 공연 등의 타 분야에 비해 정보의 유통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앞으로 독자 서평을 통해 책에 관한 많은 정보가 오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책 소개에 그치는 리뷰와 달리, 서평에는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일반인들의 서평과 전문 서평이 그 역할을 서로 보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는 서평이 단순히 ‘책 속의 서술이 흥미롭고 구성이 매끄러운갗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신동섭 기자는 “책의 내용과 관련한 지식이 많은 전문가들이 책을 좀 더 객관적·포괄적으로 볼 수 있다”며 “전문가들에게 서평을 맡기는 이유는 책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한미화씨는 “더구나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어느 책이 유익하고 취할만한 것인지 골라주는 것이야말로 전문가들의 서평이 해야하는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임지호씨는 “서평은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똑같은 길에 대해 다른 말을 할 줄 아는, 같은 목적지를 위해 다른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서평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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