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시네마떼끄 3월 넷째 주 기획 상영

 

 

2시

[특별상영]

진실의 문

로프

80분

아메리카의 밤,115분

좋은 친구들

146분

스트레인지 데이즈,145분

5시

휴관

악의 손길

108분

샤이닝

146분

플레이어

123분

중경삼림

103분

 

2003년 개봉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 보이’는 다양한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특히 그만의 세련되고 독특한 영상미는 많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 중에서도 화제의 장면이 되었던 최민식의 ‘장도리 씬’은 평론가나 관객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극중 대수가 수많은 사람들과 싸우는 장면을 측면에서 한 번의 컷도 없이 보여줌으로써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대개의 영화들이 결투 장면에서 긴장감을 전달하거나 과장된 묘사를 위해 짧은 테이크를 사용하는 반면, 이 영화는 롱 테이크를 사용했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미나가 시작되기 전 우리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롱 테이크에 대해 말하는 기회를 가져 보았는데, 대부분의 의견이 ‘영상에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용되는 기법’, ‘지루하고 느린 것’ 등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롱 테이크에 대한 편견을 버릴 필요를 느꼈고, 이 세미나를 기획하게 되었다.

 

롱 테이크에서 테이크라는 말은 하나의 쇼트를 촬영하는 한번의 카메라 작동을 말한다. 따라서 롱 테이크는 하나의 쇼트를 길게(시간적 의미로) 찍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롱 테이크 중 이번 세미나를 통해 살펴볼 롱 테이크를 ‘역동적 롱 테이크’라고 임의로 이름 붙였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인 정적인 느낌의 롱 테이크와 구별 짓기 위해서였다. 그러므로 역동(力動), 즉 ‘힘 있게 움직이다’라는 본래 이 단어의 뜻과 우리의 개념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우리는 세미나 기간 내내 역동적 롱 테이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우리가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그 개념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꽤나 추상적이고 부정확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적 롱 테이크와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우리가 선정한 영화 속 롱 테이크의 방식이나 역할, 의미 등에서 완벽한 일치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대신에 한 가지 발견한 것은 영화에서 하필이면 그 장면에 역동적 롱 테이크를 사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동적 롱 테이크는 영화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거나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거나 혹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등의 역할을 하는데, 생각해 보면 각각의 장면 장면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더없이 적절한 것이다. 결국 우리는 역동적 롱 테이크를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성에 대해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그것은 감독에 의해 선택되어진 표현 방식 중 하나라고 결론지었다.

 

영화를 모두 보고 난 후 알게 된 사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많은 영화들이 기존에 우리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롱 테이크를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까닭은 그것이 우리를 지겹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화면을 보면서 지겹다는 느낌을 받아 ‘이것이 롱 테이크 구나.’라고 명확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장면이 롱 테이크인지 아닌지 잘 알지 못한다. 어쩌면 구지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영화가 영상의 언어인 만큼 영화를 말함에 있어 촬영 방식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우리는 이 세미나를 통해 영화 속 카메라를 주시함으로써, 롱 테이크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영화에서의 카메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주 소개하는 여덟 편의 영화는 우리의 주관적 기준으로 선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들의 주제와의 연관성에 대하여 관객 모두의 공감을 얻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점에 있어서는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주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보는 조금 다른 시선을 가져 보기를 바란다. 내러티브나 인물에만 집중하지 않고 카메라의 움직임에 좀 더 주목해 본다면, 기대하지 않았던 어떤 발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문화관 343호

02) 3277-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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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시/네/마/떼/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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