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 1994 / 103분 / 홍콩

매일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서로 스쳐가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기도 한다. 그 부단한 엇갈림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홍콩의 네 남녀에 대한 영화 <중경삼림>에서는 기존에 롱 테이크 장면과는 다른 '스텝 프린팅(step-printing)'기법을 사용한 롱 테이크 장면이 눈에 띤다.
 
'스텝 프린팅' 기법이란 여러 번의 촬영과정을 거쳐서 같은 장면을 필름화 하는 대신에, 원하는 프레임을 중복하거나 삭제하여 프린트를 만들어 내는 편집 과정을 말한다. 홍콩 뒷골목을 헤매는 임청하를 헨드 헬드로 촬영한 영화 도입부나 경찰 663(양조위)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바로 스텝 프린팅 기법을 통해 얻은 장면이다. 경찰 663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서 그의 주위에는 군중들이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이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 둘러 싸여 있는 동시에 너무나 혼자인 도시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이 스텝 프린트와 슬로우 모션은 실제 시간을 왜곡, 압축함으로써 등장인물이 느끼는 심리적 시간을 시각적으로 나타내어 실제 시간의 감각을 제공하던 롱 테이크의 고전적인 의미와는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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