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 웰즈 / 1958 / 108분 / 미국

<상하이에서 온 여인>의 뒤를 잇는 오손 웰즈 표 필름 느와르 <악의 손길>은 그가 잠시 떠났던 헐리웃의 복귀작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보여 지는 희미한 로우키 조명, 자동차 브레이크의 마찰음, 고막을 울리는 총 소리 뿌연 담배 연기와 중절모, 그리고 주인공의 비극적인 최후는 이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어둡고 음울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시민 케인>에서 시도했던 명암 대비, 딥 포커스, 편집, 카메라 움직임 등 여러 가지 혁신적인 스타일을 도입하여 깊이 있는 화면과 롱 테이크를 만들어내며 한 화면에 운동과 시간의 지속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오프닝 시퀀스는 아직까지도 롱 테이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지역에서 차에 폭탄을 설치하는 한 사내의 모습이 보이고 차는 출발한다. 크레인에 실린 카메라는 그 차를 쫓다가 남녀 주인공 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화면 밖에서 폭발음이 들릴 때까지 이 장면은 4분 동안 이어진다. 이 명쾌하고도 화려한 장면은 거미줄처럼 얽힌 등장인물의 도덕적 혼란을 어둡고 대비가 강한 조명과 침투하는 듯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정확하게 화면에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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