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의 현주소

▲ 산재보상권리를 요구하며 시위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사진제공: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한국에서 돈 많이 벌어 방글라데시로 돌아가 내 사업을 하는게 꿈이에요”

우리나라에 온 지 7년이 넘은 방글라데시인 티푸(30세)씨의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그는 현재 고무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50여만명(불법체류자 포함)으로 웬만한 중소도시의 인구 수 못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현실은 차별의 연속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방법은 산업연수생의 자격으로 들어오거나 노동부의 고용허가를 받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연수생제도·고용허가제는 정해진 대상 국가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대다수 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분류된다. 대상 국가에 적용되지 않는 방글라데시 출신 16세 소년은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천만원이나 주고 입국했지만 결국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거금을 들여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직업선택권인 ‘사업자 이동권’이 없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거주기간은 총 3년으로 1년에 한번씩 재계약을 하며, 3년동안 3번 일자리를 바꿀 수 있다. 그러나 3개월 이상 임금을 체불하거나 고용 업체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노동자 스스로 일자리를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없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이해령 상담사원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마지막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문제가 발생해도, 이들은 더 이상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참고 일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는 임금체불이다. 이들이 하루 10여시간씩 한 달 간 꼬박 일하고 받는 돈은 보통 90∼120만원 정도다.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한 달에 최소 64만원의 기본급을 받아야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 외국인 노동자는 2월에 설 연휴 등 쉬는 날이 많았다는 이유로 겨우 52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한편 이들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명 ‘3D 직종’에서 일한다. 주로 프레스 공장이나 소파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러나 정작 정부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일하는 프레스 공장은 무거운 기계를 이용하는 위험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업주들이 상품 생산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경보장치를 작동시키지 않기도 한다. 일례로 3개월동안 월급을 받지 못해 업체를 변경했다는 한 외국인 노동자는 프레스 센터에서 일하다가 손을 잘리는 사고를 당했지만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자녀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들은 본인이 한국인이라고 느끼지만, 법적으로 한국 국적을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문화적 정체성에도 혼란을 느낀다. 이해령 상담사원은 “이주노동자들의 영주권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고려한 사업이 필요하며 그에 따른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부모와 형제가 있는 고국을 떠나 자신의 꿈을 위해 타국으로 온 외국인 노동자들. 힘들고 고된 일상이지만 언젠가 성공해 고국에 돌아갈 꿈이 있기에 그들은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코리안드림’을 실현시키기에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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