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만 앞서던 수습시절, 기사에 대한 열의에 불타면서도 아이디어성 기사 발굴이 부족했던 나는 꺼리(기사의 소재) 찾기에 은근한 부담감을 느꼈다. 처음엔 ‘찾으면 돼. 찾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생각만큼 머리 속에 반짝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매번 제작이 끝난 후, 월요일 평가회의 때 돌아오는 것은 수습들의 아이디어성 기사가 부족하다는 선배들의 따끔한 충고였다.

이렇게 쌓인 은근한 부담감은 어느새 육중한 부담감이 되어 학보夢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학보夢에서 나는 아이디어성 기사꺼리를 찾기 위해 기숙사를 나섰다. 정오의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 정문에서 후문, 학생문화관에서 공대까지 학교 곳곳을 헤집고 다녔던 나는 어깨가 점점 축 쳐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곤 ‘으음... 찾아야 돼. 찾아야 돼. 기사꺼리 찾아야 돼.’라고 잠꼬대를 했다.

당시 새벽까지 레포트를 쓰고 있던 룸메이트는 “한라가 갑자기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으음... 찾아야 돼. 찾아야 돼. 기사꺼리 찾아야 돼.’라고 하는거예요. 밤 중에 정말 무서웠어요”라고 회상했다.

두 번째 학보夢은 정기자 첫 번째 역분(역할분담)을 받은 날이었다. 부서의 꽃이라는 정기자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며 잠든 그날 밤, 아주 구체적인 학보夢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스트로보(플래시)와 카메라, 건전지를 챙겨 취재 현장으로 나갔다. 스트로보를 터뜨리며 열심히 사진을 찍고 학보사에 돌아와 필름을 감았다.

그런데 아차차... 취재 중 셔터스피드를 1/30으로 맞추고 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스트로보를 터뜨릴 때 셔터스피드가 1/60이하로 떨어지면 사진이 흔들리게 나온다.) 정확한 사진이 보도사진의 생명이거늘, 사진이 흔들려서 나왔다는 것은 이미 가치를 잃은 것이다. 사진이 들어갈 지면이 백지상태로 나올 것을 생각하며 꿈에서 난 펑펑 울고야 말았다.

하지만 꿈에서 액땜을 한 덕인지 다행히 첫 취재인 인터뷰 사진은 취재원의 표정이 밝고 자연스럽게 나왔다. 여기에 더해 ‘생동감 있게 잘 나왔다’는 부장님의 한마디에 두 번째 학보夢은 그렇게 잊을 수 있었다.

나의 현실적 부담감이 그대로 나타나는 학보夢이 달갑진 않지만 꿈보다 해몽이 좋다하지 않았는가. 학보夢은 나에게 꿈속에서 마음의 짐을 던져버리고 현실에선 훌훌 털고 일어나란 예지夢인가 보다.

매 학기 찾아오는 학보夢. 그래도 다음 학기는 sweet dream으로 다가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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