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출가 노승희(기독·86년 졸)씨 인터뷰

▲ 연극 연출가 노승희(기독·86년 졸)씨. [사진:박한라 기자]
“인간의 유희적 본능이 연극의 발생 원인”이라며 인간의 태초 역사를 논하는 노승희(기독·86년 졸)씨는 연극 연출가다. ‘최근의 연극 경향’과 관련한 박사 논문 준비로 쉴 새 없이 바쁜 그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노승화씨는 극단 ‘표현과 상상’의 대표 연출가이자 예술 감독이다. 극단 ‘표현과 상상’의 연극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언어적 표현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무언(無言)의 이미지만으로 공연을 한다. 그는 “옷에도 유행이 있듯 연극에도 유행이 존재한다”며 “언어적 표현을 거부하고 최대한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연극”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극단에서 그의 역할은 배우·스탭 등 공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지휘·총괄하는 것이다.

그는 “공연은 매우 광의적인 개념”이라며 영화·연극·음악회를 비롯한 전반적 예술 뿐만 아니라 이벤트 연출 등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요즘 각광받는 패션쇼 연출가나 파티 플래너 역시 공연 연출가의 한 종류”라며 컴컴한 무대 위의 연극만이 공연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 시절 낭만을 추구하는 로맨티스트였다. 실존주의 작가에 매료돼 키에르케고르의 ‘반복’을 몇 번씩 읽기도 하고, 자유롭지 못한 시대적 상황에 대해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단다. “요즘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자기 표현을 잘하고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 같다”며 자유분방한 요즘 대학생들에게 부러움을 표시했다.

“대학 시절에 충분히 못 놀아서 지금 노나봐요”라고 재치있게 말하는 노승희씨는 연출 분야에 관심을 가진 후배들을 매우 아끼는 듯 했다. 특히 여성 연출가는 ‘연극계의 고아’나 다름없다며 “이미 사회에서 활동 중인 선배들이 많이 이끌어줘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연극 연출을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자신의 취향과 맞는 극단에 찾아가 실무 경험을 쌓을 것”을 적극 추천했다.

의사가 의술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듯 예술인도 예술로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승희씨. 그가 일에 몰두하는 모습에서 강한 에너지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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