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교수(사학 전공)

올 해, 2005년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의 기념일이 많은 해다. 명성황후 시해 110주년, 을사조약 100주년 등 일본의 만행으로 얼룩진 사건과 해방의 감격을 맞은 광복 60주년이 바로 그것이다. 또 이화의 역사로는 지금의 신촌캠퍼스로 이전한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처럼 때마다 지나간 역사를 몇 십 주년·몇 백 주년이다 기념하면서 되돌아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역사가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되풀이되기 때문에 역사가 주는 교훈의 메시지를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부쩍 ‘개혁’이라는 사회적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시대가 변하면 바꿔야 할 것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꾸어야 할 것과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분별할 줄 알아야 훗날 시행착오가 없을 것이다. 이런 분별력과 균형 잡힌 판단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이 지켜온 역사의 발자취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우리 민족이 살아온 터전도 이 땅의 역사에서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 땅에서 민족의 꿈을 가꾸고 희망을 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앞만 보고 내달리다가 우리 것을 알 겨를도 없이 소홀히 여기고, 또 많이 잊고 살아왔다. 그러기를 반복해 왔기 때문에 중국이 고구려를 자기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 외쳐대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정치적 목적이 담겨진 그들의 억지 주장에 논리적으로 반박할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 역사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해도 그것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다면 끝내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다. 정당한 주장이라도 논거가 확립돼 있지 못한다면 그것은 공허한 허상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역사논쟁 속에 당면한 과제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도 올바른 역사의식과 자기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고 했다. 역사는 인간의 흥망성쇠가 지나간 다음에 시작과 결말에 대한 인과관계의 의미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인간의 진리에 대한 깊이 있는 종합적 탐구를 통해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이제 대학인으로서 연대나 인물을 외워대는 암기위주의 역사교육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역사이야기를 접하고 논의해야 한다.
머리를 통한 역사의 지혜와 더불어 가슴을 통한 역사적 감동을 가지고 우리 역사와 유물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야 민족의 이상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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