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떼끄(3277-4710, 학생문화관 343호)

제인 캠피온/ 121min/ 1993/ 호주 뉴질랜드

 에이다는 <모리스>의 주인공들과는 최극단에 서 있는 여성이다. 어릴 때부터 침묵을 ‘선택’하였다는 그녀는 가장 근본적인 소통의 방식마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다. 
 
그런 에이다의 인생에 있어 성적 문제에 관한 결정은 다른 결정과 다르지 않다. 즉, 성적 주체자가 됨으로써 더욱 더 확고히 그녀 인생의 주체자가 되는 경우인데 자기애가 몹시 강한 주인공은 남편의 손길은 거부하면서도 계약(deal)을 통해 맺은 관계에서 강력한 욕망을 발견한다. 너무도 정석이어서 오히려 주체자로써의 의문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영화의 주인공은 감독의 다른 영화들에서 보이는 도덕과 권의, 사회적 관습과 성적 억압을 극복하는 캐릭터들과 닮은꼴이다.


 다만 생각해 볼만한 점은 주체자가 되는 과정에 있어 조력자의 존재를 인정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그가 나를 구원하게 해줘”라는 에이다의 물음은 안토니아스 라인의 여전사들과 달리 다소 의존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순간 물에 빠진 그녀가 던진 “내 의지는 삶을 택했는가?”라는 물음은 진정 그녀가 삶을 택했음을 말해준다. 


스스로와 동일시하고 목숨과 같이 소중히 여기던 피아노를 바다 속에 남겨두고 수면 위로 올라온 그녀의 행위는 결연한 자신 의지의 확인이자 온전한 정리라 할 수 있다. 남편에게 손가락을 잘린 대신 자유를 쟁취한 그녀의 용기 있는 선택은 그 누구에게도 영향 받지 않고(하나뿐인 딸에게도)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다른 주인공과 더 차별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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