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떼끄(3277-4710, 학생문화관 343호)

박찬옥/ 124min/ 2002/ 한국


 영화는 개인이 관계에서 보이는 주체성이 일관적이지 않고 유동적임을 보여준다. 한 인물을 형성하는 측면들은 그가 다른 등장인물들과 맺는 관계를 통해 부분적으로 보이며 영화에서 우리는 퍼즐조각들을 맞추어 나가듯 조금씩 주인공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주체성을 가진 한 개인이 상대방에 따라 주체적이지 않은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을 제시하며 ‘누구를 만나는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주체성의 측면을 말한다. 
 
몇 안 되는 등장인물간의 얽힌 각각의 관계에서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인지하고 시종일관 이를 일관성 있게 밀어붙이는 인물은 하숙집 딸밖에 없는 듯하다. 


주인공 원상은 적대감에서 호감과 부러움으로 변화하는 윤식에의 감정 외에 성연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늘 뚜렷한 의사표현이 없이 끌려 다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연애나 미래에 관해 명확한 자기 판단이나 의욕도 없이 부유하는 그는 관계를 끊을 때만은 의외로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인다.


자유분방한 성연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윤식에게 거부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며 주위를 맴도는 그가 하숙집 딸에게는 비인격적이고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관계를 맺는 여러 사람에게 일관적인 태도를 가지지 못하는, 지극히 비겁하고 나약한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영화에서 가장 복잡하고 핵심이 되는 원상과 윤식의 관계는 과연 성적인가? 라는 자연스런 물음에 대해 재밌는 단서들을 많이 발견하였는데 관객이 직접 찾는 재미를 남겨 두도록 하겠다. 또한 일관적으로 원상의 시점이던 카메라의 시선이 어느 순간 문성근 딸에게로 넘어가는 부분을 찾아보는 묘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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