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떼끄(3277-4710, 학생문화관 343호)

임상수 / 1998 / 100min / 한국

임상수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세 여성의 성 담론을 통해 본 여性에 관한 영화로 다양한 젊은 여성층의 대표로 나타나는 연, 호정과 순을 통해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자유분방한 성 의식을 가진 유능한 디자인 회사 사장 '호정'은 섹스에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고 그저 놀이로써 즐긴다. 자신에게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을 본 남자와, 거래처 사람과, 직장 후배와 관계를 갖고 거기에 문제 의식을 삼지 않는 호정이야말로 성에 대해 주체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간통죄로 고소당한 이 후 사회적인 지위도 박탈당하면서 그 동안 보여주었던 주체적인 모습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에 반해 애인이 있으나 그 미래도 불투명하고 섹스에 있어서도 스스로 즐기기는커녕 만족도 느끼지 못하는 호텔 웨이트리스 '연희'는 가부장적으로 억눌린 성 의식을 지니고 있다. 집도 없고 불안정한 직장을 가진 연희는 결혼을 하면 생활에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남자친구는 결혼은 생각도 없다.


자신이 바라고 상상하는 섹스를 표현하지도 못하는 성에 주체적이지 못한 연희이지만 영화 종반부로 갈수록 점점 성적 주체자가 되어가고 마지막 베드신을 통해 그녀가 성적 주체자가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 내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희망적인 인물로 나타나는 '순'은 대학 교수 지망생이다. 한번도 남자와 섹스를 해본 적은 없지만, 그 이유는 그 동안 매력적인 남성이 없었기 때문이고 성에 대한 궁금증이나 확신은 연보다 훨씬 많고 확고하다.


98년 개봉 당시 타임지에서는 <거짓말>과 함께 이 영화를 '한국 영화 성(性) 빗장 풀린다.'는 제목으로 소개할 정도로 주목을 받은 영화이고 사실 영화의 주제나 내용이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하지만 200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보기에는 개봉 당시처럼 새로운 성 의식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선 부족한 면이 많은 영화이고, 현실 그대로가 나타난 영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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