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분양·임대 계약 한 건도 없어…시공사 최종 부도

‘대학가 최고의 이대상권’을 외치며 교육 환경을 위협하던 정문 앞 종합쇼핑몰 ‘파비(Fabee)’가 위기에 처했다.

시공사인 유안건설회사가 최종 부도 처리되고, 건물 자체도 준공보류상태로 밝혀져 사실상 분양·임대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파비는 1년 전 ‘메이퀸’에서 ‘파비’로 쇼핑몰 명칭을 바꾼 뒤, 2004년 9월 우리 학교 개강과 동시에 개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05년 3월 현재, 6개월 째 개장이 미뤄진 채 “공사만 끝나면 곧 개장할 것”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분양 시공 회사는 부도처리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파비는 구 럭키대현아파트의 상가로 대현주택개량재개발조합 소유권을 유안건설회사가 인수해 재개발을 추진해 왔다.

 파비 조합원 중 한 명인 고은석(67세)씨는 “얼마 전 시공 회사로부터 조합이 다시 건물을 사갔으면 한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그 후 최근 시공 회사가 최종부도 처리 됐다는 통보 문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로써 파비는 일시 정지 상태나 다름없다”며 파비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극히 꺼렸다.

한편 파비에 점포를 얻으려던 이모씨(안양시 만안구·51세)는 최근 문의 결과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현재 파비는 준공 보류 상태이므로 임대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임대 계약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1년 전부터 신문·잡지 등에서 파비 홍보에 관한 기사를 봐왔는데 아직까지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파비측은 “건물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이므로, 임대 계약 체결은 위법이 된다”며 “아쉽지만 현재는 상담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파비가 공식적으로 알려온 평균 분양가는 점포의 위치에 따라 평당 2천2백만원∼4천4백만원 선이다.

파비의 준공 보류 상태에 대해 서대문구청 도시개발과 담당자는 “구청이 파비의 건물 준공 사용승인을 보류한 것이 아니라 신청접수가 아예 되지 않은 상태”라며 “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파비는 재개발 상가이므로 건물 준공 사용승인 신청의 주체는 부도 난 시공 회사가 아닌 원래 소유주 조합이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결국 파비는 지난 1년간 ‘여성 테마 쇼핑몰’이란 이름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며 이화인을 숨막히게 했지만, 아직 정식 건물로 승인도 받지 못한 ‘허울 뿐인 건물’이었던 것이다.
우리 학교 정문과 뚜렷한 경계없이 대형쇼핑몰이 생겨, 교육 환경을 위협했던 파비의 움직임은 일단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파비가 대형쇼핑몰로의 야심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업화가 멈췄다고 안심해선 안된다.

또 학교 앞 다른 쇼핑몰인 ‘예스에이피엠’이 준공을 위해 호원당 부지 주변 건물 철거를 시작했고, 대형쇼핑몰 ‘밀리오레’와 더불어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설 예정인 신촌민자역사는 공사가 한창이다. 파비의 향후 대책과 앞으로 진행될 학교 주변의 상업화에 귀추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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