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과 비운동권(비권), 이 두 단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흔히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으로 대표되는 단체 등을 운동권으로, 나머지를 비권으로 보곤 한다. 하지만 많은 총학생회장들은 이 양분법은 무의미 하다고 말하고 있다.

동아대 총학생회장 김종민씨는 “운동권·비권으로 나누는 것은 과거 정부가 학생들을 쉽게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 말했다. 또 전북대 총학생회장 오영렬씨도 “운동권과 비권의 기준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축구’라는 운동을 하듯 누구나 사회·학내 사안에 대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요즘 대학가는 ‘편 가르기’ 보다 서로의 장점을 수용하고 활발한 교류를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한총련을 필두로 운동권과 비권의 양분화가 되어왔다면, 이제는 이런 성향에 상관없이 힘을 모으려는 단체가 생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로 4월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다.

한대련은 현재 동아대·덕성여대·한국산업기술대 등 50여개 대학이 가입된 단체로, 성향에 관계없이 대학생 대표조직을 건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설립 의의에 대해 덕성여대 김미숙 추진위원장은 “사상·종교 등의 경계를 허물고 ‘대학생’이라는 공통점으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며 “대학생 단일 대표 조직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국 대학생 5월 한마당’과 분단과 광복 60년의 의미를 되짚는 ‘국토순례’ 등을 계획 중에 있다.

대학 학생회는 변하고 있다. 과거 학생회가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다면 현재는 다양한 학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류정화씨는 “학우들의 삶에 관계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학생회의 역할이므로 학내·학외 활동을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김미숙 추진위원장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교육 문제나 친일 역사 청산 문제 등 대학생이면 공감할 수 있는 문제들의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대다수의 학생들은 ‘운동권’하면 ‘극단’을 ‘비권’하면 ‘미온’을 떠올린다. 그러나 총학생회 당사자들이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며 공존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이런 편견은 버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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