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차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 국제 학술대회’ 미리보기

오는 16일(수)~19일(토)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통한 사회와 인간 생활의 변화’를 주제로 한 ‘제 6차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 국제 학술대회’가 열린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임종을 앞둔 환자를 위해 의사·간호사·종교인 등의 호스피스들이 한 팀을 이뤄 환자와 그의 가족들을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는 임종 순간까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환자와 사별한 가족들은 그 슬픔을 좀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인 가톨릭대 홍영선 교수(의학 전공)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통 문화를 가진 국가들이 그 문화에 맞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해 의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대회의 의의를 밝혔다.

유교·불교에 기반한 동양인의 죽음에 대한 인식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초한 서양인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동양문화를 바탕에 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학술대회장을 맡은 가톨릭대 이경식 교수(의학 전공)는 말기 암과 같이 치유되지 않는 질환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실시되는 중환자실 의료행위가 오히려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불치병을 앓고 있는 임종 직전의 환자를 퇴원시키는 것이 사회적 또는 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경식 교수는 “환자가 인간답게 마지막 삶을 보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 허대석 교수(의학 전공)는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해서 수개월 더 사는 것은 말기 암 환자에게 오히려 큰 고통”이라며 “이러한 의료행위는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의 비약적인 의학 발전이 인위적인 생명 연장을 가능케 함으로써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됐기 때문이다.

‘호스피스의 법제화’를 추진하기 위한 활발한 논의도 진행된다. 현재 의학 수준은 최상에 도달해 있지만 호스피스에게 통증 조절을 받는 환자는 전체의 10%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홍영선 교수는 “호스피스에 의료보험제도가 적용돼야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이와 관련된 법적 장치 마련을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환자들이 죽기 직전 거치는 임종실이 거의 전무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허대석 교수는 “수많은 영안실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임종실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대다수의 우리나라 국민들이 죽는 과정보다, 상대적으로 죽고 난 후의 치레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예다.

또 호스피스 활동에 종사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어떻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우리 학교 임상보건과학대학원 최화숙 겸임교수(임상간호학 전공)는 ‘한국 자원봉사자의 소진 실태 및 그에 대한 예방과 관리’라는 주제를 통해 이를 소개한다. 여기서 그는 무보수로 일하는 호스피스 인력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다.

한편 최화숙 교수는 “모든 호스피스 인력이 관심을 두는 부분은 통증 및 신체적 증상의 조절과 함께 환자가 죽을 때까지 양질의 삶을 살고 평화로이 죽을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식 교수는 “호스피스 활동은 인간애를 찾는 행위”라며 “이번 대회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질적·양적인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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