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에일(비서·2)씨는 학교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오티)에서 교가를 배웠으나 그 이후로는 들을 기회도 부를 기회도 없었다. 그는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유일한 노래인 교가도 졸업식장에서나 부르게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교가는 학생들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고, 그밖에 학생들이 부를만한 우리 학교 노래 또한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교가가 잊혀져 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모르고, 학교 행사에서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 총학생회장인 김경희(보교·4)씨는 “우리 학교 교가는 행사 분위기와 잘 맞지 않아 작년에는 총학 주최 학교 행사에서 부른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부르기 어렵다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김세희 총학생회장은 “음정이 높고 노래가 어려워 학생들이 쉽게 따라 부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가의 단점을 자각하고 학생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학교의 노래를 만든 대학이 있다. 부산 신라대학교(구 부산여대)는 지난 해 12월, 개교 50주년을 맞아 학생들이 부르기 쉬운 멜로디의 캠퍼스 송 ‘신라인의 노러를 제작했다. 캠퍼스 송 제작에 참여한 신라대 문재학(광고홍보학 전공) 교수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학생들이 잘 모르는 교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들의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동기를 밝혔다. 이 곡은 가수 겸 작곡가인 윤종신이 작사·작곡하고 가수 김연우가 불렀다. 세련된 팝 발라드 스타일로 학생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성을 갖고 있다.

캠퍼스 송 ‘신라인의 노러는 오티 등의 학교 행사 뿐 아니라 점심시간에도 학교 방송국에서 자주 틀어 학생들의 귀에 점점 익숙해 지고 있다. “가수 윤종신이 만든 곡이라서 많이 놀랐다”는 신라대 김연보(영문·4)씨는 “교가처럼 학교의 모든 행사에 쓰이며 학생들이 즐겨 부른다”고 말한다. 이 뿐 아니라 신라대 정양래(행정·4)씨가 곡의 후렴구를 벨소리로 제작하기도 해 학생들이 다운받아 핸드폰 전화벨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학교 측은 CD를 제작해 신입생을 비롯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학생들에게 ‘신라인의 노러를 알리고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교 행사나 모임에서 쓰이는 공식적인 학교의 노래가 교가 외에는 없다. 대신 이화인들이 학교 행사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로 ‘처음처럼’과 ‘바위처럼’이 있었다. 그러나 제 37대 총학생회 이화드림은 이번 학기부터 학생수첩 안에 ‘처음처럼’·‘바위처럼’ 대신 ‘우리’라는 곡을 담았다. 김세희 총학생회장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을 위한 가사 내용이 우리의 성향과 비슷해 선택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 곡도 연세대·고려대의 응원가 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 자주 사용돼 우리 학교만의 노래라 말할 수 없다.

이에 총학은 “학교를 대표하며 이화인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노래를 더 많이 개발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김성은(중문·3)씨도 “학교가 일방적으로 제작한 교가가 아닌 학생과 함께 만든 노래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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