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누엷의 ‘정말로 이상하다’

자신의 생각을 영상에 펼쳐 보이는 우리 학교 영화 제작 동아리 ‘누엷. 이들이 제작한 영화 ‘정말로 이상하다’는 ‘제 1회 대한민국 대학생 영화제 UNIFF 2004’ 비경쟁부문2에 초청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또한 같은 해 ‘신촌대학영화제(SUFF)’에도 출품돼 독특한 소재의 신선한 영화라는 평을 들으며 관객들의 마음속에 여운을 남겼다. 시나리오와 연출을 담당한 누에의 이자용(한국화·3 휴학)씨를 만나 ‘정말로 이상하다’ 제작기를 들어봤다.

그는 지하철에서 만난 ‘신비한 여자’에게서 이 영화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스누피

▲ 작품을 제작한 이자용(한국화 3 휴학)씨. [사진:신진원 기자]
만화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비닐 우산을 쓴 채 성급하게 내리는 여자를 보고 ‘과연 미친 여자일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로 이상하다’ 시나리오를 탄생시켰다. 이자용씨는 “미친 사람이 정말 미쳤는지 세상의 정상인 것들이 때론 이상한 것은 아닌지, 그 경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상한 여자의 하루 일상을 상상해 만든 이 영화를 ‘슈팅 스타 아이스크림’에 비유한다. “달콤한 맛과 먹다보면 색색깔의 캔디가 톡톡튀는 것이 영화 분위기와 비슷하죠”. 실제로 ‘누엷는 영화 장면마다 다른 색깔의 영상으로 꾸몄다. 첫 장면인 굴다리 씬은 파란색, 방 씬은 녹색, 마지막인 지하철 씬은 현실의 색 그대로 표현했다. 이는 색깔과 관련해 공간이 바뀐다는 분위기를 영화에 녹이고 싶은 의도였다고.

그는 길에 쓰러져 있는 여자 주인공이 등에 구멍이 난 옷을 입은 이상한 사람을 만나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을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는다. 동지를 만난 느낌을 표현하는 영상과 음악이 마음에 들어서다. 반면 마지막에 ‘자신감’이라고 쓰인 링거 주사약이 나오는 장면을 가장 아쉬운 장면으로 꼽았다. “결론을 내려야한다는 강박관념에 그 여자는 ‘자신감’이란 주사약이 없으면 독특한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라며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지 못한 게 아쉽다”고 한다.

3개월간 영화 제작에 몰두했다는 이들은 신촌 굴다리, 2호선 당산역 등지에서 촬영을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원룸 경비원의 숙직실을 빌려 주인공의 방을 촬영할 때는 비워줘야 할 시간에 쫓겨 촬영을 빨리 끝내야 하기도 했다. 촬영 장비 대여 등 제작비의 어려움도 겪었다. 이자용씨는 “카메라 광각 렌즈를 대여하는 것도 따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촬영 기간이 길어져 돈이 더 많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촬영 기간 중 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한번은 주인공이 골목을 돌아가야하는 롱 샷을 찍어야 했는데 갈비집 아주머니가 갑자기 걸어와 NG가 났었다. 그러나 그 아주머니가 카메라를 피하려고 재빨리 골목으로 걸어가는 행동이 재미있어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영화에 남겨놓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 영화 제작이 힘들었지만 옆에서 격려해주는 동료 덕에 ‘영화는 혼자하는 일이 아닌 함께 하는 일’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앞으로 ‘음식’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지금 휴학 중이지만 또 다시 누에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바람을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