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가 되면 기사 외에도 7면의 ‘사풍’을 써야한다. 사풍은 ‘사방에서 부는 바람’이란 뜻으로, 사회· 정칟 학내사안 같은 것 중에서 부조리하다고 생각되거나, 비판할 만한 점을 따끔한 한마디로 꼬집어 내는 글이다.

하지만 그 짧은 글 안에 날카로운 시각과 풍자를 곁들이려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방학 중 트레이닝 과정에서 사풍쓰기 교육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그 정도야’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에게 제작이 시작된 지금, 사풍은 기사보다도 부담되는 존재가 돼버렸다.

지난 주 사풍을 쓸 때도 그랬다. 독도의 공시지가가 고작 2억7천만원이라는 뉴스를 들은 후, ‘독도가 이정도 밖에 안돼?’ 라는 발끈한 마음에 이것에 대해 써야겠다고 다짐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굳게 마음을 먹고 맥(학보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맥킨토시) 앞에 앉아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지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옆에 앉은 친구는 사풍 완성이 눈 앞에 보인단다. 그 때부터 손에는 땀이 흐르고,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친구들·선배들께 조언을 구하며 갖은 노력을 한 끝에 지하철 막차가 끊기기 몇 분 전 완성을 했고, 아슬아슬하게 집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완성됐다고 내놓은 나의 첫 사풍은 부끄럽기만 했다. ‘처음이니까...’ 스스로 면죄부를 주며 위안했지만, 사풍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

사실, 사풍은 유쾌하게 사회를 꼬집을 수 있는 대학신문만의 효과적인 소통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느슨하고, 의미없는 사풍보다는 보다 나은 사풍을 위해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번쩍 머리 속을 지나친 것이다. 보다 강하게, 정확하게 비판하기 위해 오늘도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돌아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