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수)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2월3일(목)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2월28일(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최종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호주제 폐지가 결정된 직후 한국여성단체연합를 비롯한 여성계에서는 성명서를 내고 ‘호주제 폐지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민주노총 등의 노동계에서도 이번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동안 호주제는 호주를 남성으로 규정하고 그 남성을 중심으로 모든 가족의 신상을 기록함으로써 가부장적 의식·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호주제는 여성의 이혼·재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이혼한 여성은 자신의 자녀와 ‘친자관계’가 아닌 ‘동거인’으로 기록됐으며, 자녀는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재혼한 여성의 아이가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없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호주제 폐지는 호주제 존속 과정에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이와 같은 부당함과 차별을 해소시켰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2008년 1월부터 시행될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호주를 중심으로 편제됐던 가족구성 제도를 개인이 중심이 된 새로운 신분등록부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이는 호주와 호적의 개념이 사라지고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신분등록증을 갖게 됨을 뜻한다.

새로운 신분등록부에는 자신의 출생·혼인 등의 신분변동사항과 부모·배우자 등의 기본 인적사항이 기재된다고 한다. 따라서 본인 외에 부모나 가족의 이혼·재혼 여부는 기재되지 않아 그동안 이혼·재혼 가정의 자녀들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편견과 불이익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은 전쟁 후 민법개정을 통해 호주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부부와 미혼 자녀를 기본으로 하는 제도를 완성했다. 중국의 경우 자녀의 성은 부모 성 중에 한가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다른 성 또한 사용 가능하게 제도화하고 있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이번 호주제 폐지를 계기로 우리 사회 또한 개인의 존엄성과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평등하고 열린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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