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그르니에의 「섬」

피아니스트 노영심(작곡·90년 졸) 선배

“책을 쓰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행위의 공통점은 내 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죠.” 연주회·영화음악 작업을 통해 아름다운 음률을 만들어온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노영심 선배. 최근 수필집 「보이지 않는 선물」(열림원,2005)을 출간한 그의 미소는 부드러운 피아노 음색과 닮아 있었다.

노영심 선배는 “늦은 밤, 불꺼진 음대 김영의홀에 혼자 남아 피아노 연주를 할 때면 너무도 행복했다”고 대학시절을 회상했다. 당시 학교 정문 앞 찻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들은 그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인도 철학자의 책을 읽으며 친구와 문답을 나누고 엉뚱한 상상을 즐겼던 대학 시절 속에서 그가 다시 한번 꺼내든 책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 그르니에의 「섬」.

이 책은 「이방인」으로 유명한 알베르 까뮈의 스승인 장 그르니에가 지중해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낸 수필집이다. 노영심 선배는 알베르 까뮈가 서문에 ‘어릴 적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책’이라고 쓴 표현에 끌려 이 책을 읽게 됐다고 한다.

그는 “여기서 ‘섬’은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고립이란 두려움을 안고 있는 공간”이라며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쉼터”라고 설명했다. 「섬」은 노영심 선배에게 읽을 때마다 새롭고 절실하게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예술의 정점은 예술을 無로 만드는 일이다’란 구절은 창작 작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줬다고.

“대학시절 동안 자신이 누군지 깨달아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장 그르니에의 「섬」은 이러한 과정을 겪고 있는 이화인들에게 노영심 선배가 건네는 작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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