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캠페인 등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 열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는 여성이다. 여성들이여, 굴복하지 말자!”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한 시민이 남긴 글이다.

‘3·8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3월8일, 1만5천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미국 뉴욕의 루트거스 광장에 모여 펼친 대규모 시위에서 유래됐다. 유엔(UN)은 1975년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다가 화재로 숨진 여성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 이 날을 ‘세계여성의 날’로 선포했다.

우리나라는 1920년대부터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치뤄왔으나 일제의 탄압으로 한때 중단됐다. 그러다 해방이후인 1985년부터 본격적으로 기념행사가 시작됐다. ‘민족·민주·민중과 함께하는 여성운동’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 1회 한국여성대회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지하철역과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97주년을 맞는 ‘3·8 세계여성의 날’의 슬로건은 ‘행복한 나눔·평등한 가족·힘내라 여성!’이다. 특히 올해는 여성들에게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호주제를 폐지하고 여성의 빈곤화를 막기 위한 내용의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가족 내 양성평등을 외치는 행사 또한 계획됐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지역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여성의전화는 4일(금) 오후2시∼4시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여자, 경제와 만나다’ 사진전 수상작 및 출품작을 전시했다. 동시에 남성의 폭력에 맞서다 남편을 살해한 여성을 구명하자는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됐다.

서울여성의전화 인권부 송란희씨는 “이 기회를 통해 가정폭력을 경험했거나 가정 내 재산관계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는 여성들의 상황을 개선하고자 한다”며 “이는 진정한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양은희(31세)씨는 “우리나라의 가정폭력은 심각한 수준으로, 가정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은폐된다”며 “이런 행사를 통해 가정폭력 및 여성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여성의전화 유리화영 사무국장은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서명에 응하는 사람은 10명 중 2∼3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을지로 입구역에서는 1일(화)∼5일(토) 오전11시∼오후8시 ‘3·8 세계여성의 날’ 을 기념하는 ‘우리동네 사진관에서 여성노동자를 만나다’ 사진전이 열렸다. 이번 사진전에는 ‘일하는 여성들의 현실, 그러나 꺾이지 않는 희망’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사진전을 보고있던 이영희씨는 “예전 어머니들의 모습이 마음에 와닿는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최순임 조직국장은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감명깊게 보는 것 같다”며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여성노동 문제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번 전국여성노동조합 사진전은 여러 지역을 버스로 이동하면서 캠페인을 벌이는 게릴라 선전전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밖에도 7일(월) 오후2시 동대문운동장역 가설무대에서는 여성노동연대회의·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주최로 ‘여성노동 요구 기자회견/호주제 폐지 캠페인’이 열린다. 또 8일(화)에는 ‘97돌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남북 공동성명 발표’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주관하는 ‘공공의 적·지하철 성추행’ 행사가 주요 지하철역에서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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