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정치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물을 풍자하거나 희화화 하기 위해 캐리커쳐를 그렸다. 그러나 지금은 캐리커쳐를 ‘예쁘고 독특한 인물화’로 여기며 소장하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이 늘어나 캐리커쳐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그림이 됐다. 이에 자기만의 그림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캐리커쳐 화가들은 오늘도 작은 의자에 앉아 연필을 들고 있다. 롯데월드와 코엑스에서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인덕대 김효진(멀티미디어디자인·1)씨를 만났다.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나.
고교 시절, 그 어떤 수업시간보다 미술시간을 좋아했지만 전문적으로 미술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다. 데생 실력이 점차 늘어 선생님들에게 미술을 전공해 보라는 권유는 많이 받았었다. 20살이 돼서야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림을 전문적으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아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그래서 보다 실무적이고 전망이 괜찮은 사회교육원의 캐릭터 이벤트 과정을 공부하게 됐고, 그 뒤로 지금까지 쭉 캐리커쳐 그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캐리커쳐를 나름대로 정의해 본다면.
캐리커쳐는 사람의 특징적인 요소나 신체 일부를 괴상하거나 우스꽝스럽게 과장해 그린 그림이다. 특히 나는 인물의 특징을 더 많이 과장해서 그린다. 잠깐 동안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특징을 재빨리 그려야하기 때문에, 스쳐 지나가는 얼굴도 그려낼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예쁘게 과장하는 센스도 있어야 한다.
-풍경화나 인물화와 다른 캐리커쳐만의 특징이 있다면.
내가 그리는 그림은 작가만을 위한 것이 아닌 개개인을 위한 하나밖에 없는 그림이다. 이에 자기만의 그림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그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적극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적이기도 하다. 또한 일반 풍경화나 인물화는 사진처럼 있는 그대로 그려야 하지만 캐리커쳐는 상상력을 동원해 작가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얼굴에 애벌레 몸을 그릴 수도 있고, 바닷 속 인어공주의 모습을 표현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을텐데.
결혼식을 앞둔 커플이나 결혼 20주년을 맞은 부부, 군대나 유학 등의 이유로 잠시 이별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이들이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찾아온다. 지금까지 내가 그려온 500여장이 넘는 캐리커쳐의 수많은 얼굴 속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캐리커쳐를 그리고 싶은가.
내가 그린 그림을 액자에 끼워 간직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 이 때문이라도 앞으로 캐리커쳐를 그리는 일은 계속 할 생각이다. 그러나 요즘 손으로 그리는 그림에 많은 한계를 느꼈다. 이번에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에 들어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이유도 컴퓨터 기술을 접목시켜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캐릭터를 끌어내고 싶어서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앞으로 학교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사람들의 인생이 여실히 담겨있는 캐릭터를 디자인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