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사람들에게 ‘삽질’이란 단어는 뗄레야 뗄 수 없다. 매번 기사 마감을 하면서 항상 들을 수 있는 말이었지만 내가 ‘삽질’이란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최근 일 덕택(?)이었다.

3월1일(화).
그 날은 학보사 사람들에겐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황금같은 휴가였다. 그러나 처음 대기획을 맡아 열정에 넘쳤던 나는 헌책방 ‘보물섬’을 찾아가기 위해 파주 헤이리로 향했다. 내 취재 때문에 지방에 있는 집에 가지 못한 사진부 박한라 기자와 함께 장장 2시간에 걸쳐 드디어 헤이리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 곳은 내가 찾던 곳이 아니었다. 사전 조사를 잘못해 엉뚱한 곳으로 갔던 것이다. 내가 취재하려 했던 파주 북시티는 그곳에서 차를 타고 30분이나 더 가야했다. 포기하지 않고 콜택시를 불러 가려던 난, 박한라 기자에게 청천벽력 같은 한마디를 들었다.

“야~거기 문 닫았대.”
눈 앞이 캄캄해졌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한단 말인가.
가뭄에 콩 나듯 주어진 휴일을 제대로 쓰지도 못한 후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이 곳까지 온 사진부 기자를 미안한 마음에 바라볼 수 없었다.
결국 그 날, 계획했던 취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삽질’은 취재과정에서 변수가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삽질했다’라는 말과 친해지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는 좀 더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를 통해 ‘삽질’하지 않는 한 학기를 만들고 싶다.

늦었지만 이 글을 빌어 충분히 화를 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웃는 낯으로 나를 위로해 줬던 박한라 기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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