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응모자 수 격감, 주제·내용에서도 뚜렷한 변화 보여

“대학문학상에 당선되는 학생들은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죠.” 우리 학교 김현자(국어국문학 전공) 교수가 예전의 대학문학상을 회상하며 하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대학문학상들의 응모작 수나 내용을 보면 김현자 교수의 말은 과거의 얘기로만 들린다.

대학문학상 응모작·응모자 수는 해마다 편차가 조금씩 있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본사가 주최하는 ‘이대학보사 현상문예’의 경우, 1999년∼2002년 까지 100편 안팎의 작품들이 접수됐으나 2003년에는 50편, 2004년에는 67편으로 저조한 응모 성적을 보였다. 응모 인원 수 또한 격감하고 있다. 80년대에는 소설 부문에만 20명 이상의 학생들이 작품을 응모했지만 90년대로 오면서 그 수가 10명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감소했다.

다른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연세춘추 신문 편집실의 김진아씨는 “연세문화상에 응모하는 시·소설·시나리오 모든 분야의 작품 수가 점차 줄고 있다”고 말한다. 성대신문 안상준 편집국장도 성대신문 문학상에 대해 “과거 각 분야별로 50편씩 응모하던 작품 수가 3∼4년 전부터는 10여 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체 응모작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 외에도 분야별 응모 편차가 심한 것 또한 큰 변화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본사가 주최하는 ‘현상 문예’의 경우 시·희곡·평론·소설 부문으로 나눠 응모 작품을 받고 있다. 시나 소설은 각각 40∼60편, 15편 정도가 접수되지만 평론이나 희곡은 1∼2편이 들어오거나 아예 응모작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에 2003년 희곡부분 심사를 맡았던 정우숙(국어국문학 전공) 교수는 심사평에 ‘늘 응모작이 적어 가능한 한 입상작을 내야할지, 아니면 낮은 경쟁률로 쉽게 당선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힘들다’며 어려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작품 주제나 내용면에 있어서도 예전에 비해 상당부분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소설의 경우 70∼80년대에는 학생운동 등 사회비평적인 글이 많았으나 현재 응모되는 작품들에는 이런 성향이 줄어들었다. 기승전결의 전통적인 소설 기법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기법의 글이 많이 등장하고, 주제가 깊거나 무겁지 않고 기법에 치우쳐 있다. 또한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언어나 판타지·SF·무협 등의 성격이 글에 나타나기도 한다. 시의 경우도 이전에는 자연을 노래하는 글들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도시적이고 아이러니한 발상을 지닌 작품들이 많아졌다. 이에 대해 ‘시대에 따른 당연한 변화’라는 평이 많지만 한 편에서는 ‘글의 수준이 낮아진 것이 아니냐’는 평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원인에 대해 성균관대 조건상(국어국문학 전공)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치열하게 글을 쓰려는 문제의식보다는 명예나 돈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한다. 사회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게 문단에 등단하며 문학을 하기 보다는, 취업이나 사회적인 지위 등 현실적인 사안에 관심을 갖는 풍조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상세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요즘 대학생들은 아날로그 매체인 문학보다는 각종 영상매체에 관심이 많은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창작의 주체가 돼 고심하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 보다 눈 앞에 쉽게 펼쳐지는 화려한 영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대학문학상 당선자에게 부여하는 혜택이 너무 적다는 점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학문학상에 당선작 상금은 평균 40∼60만원일 정도로 기성 신문사나 문학 잡지의 신춘문예의 상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시상식 또한 상금만 건네주는 등 형식적인 면모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또한 당선되면 등단 기회까지 주어지는 기성 신문사에 비해 입선한 후에도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현자 교수는 “대학 신문사의 신춘문예는 하나의 문화적 전통인 동시에 우리사회에 문학이 살아 숨쉬게 하는 산소와 같은 역할”이라고 말한다. 대학문학상은 대학문학 발전에 ‘심장’과 같은 위치에 있다는 말이다. 또한 “신문사의 대학문학상은 축제의 성격이 약하다”며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건상 교수도 “대학 문학상의 당선이 전업작가로서 나아가는 하나의 계기가 되는 등 당선작에 대한 대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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