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애 교수(영어영문학 전공)

“도서관에서 홀로 자란 아이는 책벌레가 되고 들판에서 홀로 큰 아이는 굼벵이가 된다. 그 아이가 찬란한 나비가 되어 날기 위해서는 몇 년간 대학에서 햇볕도 쬐고, 책도 읽고, 친구도 사귀고, 여행도 다녀야 한다.” 대학을 못간 버지니아 울프가 한 말이다. ‘인생’이란 거대한 벽걸이 그림을 조망하고, 어떤 씨줄과 날줄을 써서 나의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지 탐색할 수 있는 대학 4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것은 행운이다.

꽃봉오리 같은 아름다움과 번개처럼 새겨지는 기억력을 가진 20대 초반의 4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입시에 지쳐, 그저 ‘남자친구’ 사귀기로만 그 긴 세월을 보내려 한다면 그것도 괴로운 일이다. 반면 학점관리만 철저히 하면서 4년을 보내는 사람도 안쓰럽다. 장미가 얼마나 빨리 시드는지, 4년이 얼마나 허망하게 가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대학에서는 남을 따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거다. 젊기 때문에 어떤 실험에 실패하더라도 만회할 훗날이 있다. 흥미로운 분야가 있으면 기웃거려보고 닥치는 대로 책도 읽어보자. 아이처럼 자기중심으로 향하던 생각을 밖으로 확장시키자. 자유로운 상상력은 결국 창의성으로 통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견해와 엄청난 정보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판단력을 키워나가자.

따스한 봄날 이화에서 강의를 들을 특권이 불과 몇 명에게만 주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대한민국처럼 대학생에 관대한 나라는 없다. 사회에서 형사 처벌 받을만한 일도 대학에서는 교육적 차원에서 용서해 준다. 자식이 공부만 잘 한다면 대부분의 부모는 등록금과 용돈을 기꺼이 책임진다.

이런 특권을 누리는 대신, 우리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 반칙을 해서라도 앞서가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기본이 되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 실력은 단기 코스가 없다. 영어회화 못한다고 회화만 배우면 한 시간 이내에 할 말이 없어질 것이다.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머리 속에 오간 유식한 단어와 내용이 평생 쓸 수 있는 영어 실력으로 배양된다.

각자 내린 인생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준비 방법 또한 다르다. 이때 내가 가는 길이 남과 다르다고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 친구가 먼저 무슨 시험에 합격했다고, 잘 나가는 직장에 먼저 취직했다고, 멋진 ‘남자친구’를 구했다고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대학 4년으로 평생 운세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 왜 그 빠른 길을 택하지 않았는지 과거의 선택에 대해 후회할 필요도 없다. 돌아가는 그 먼 길이 바로 나에게 필요한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절대 반지를 버리기 위해 프로도는 죽을 고생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길을 돌아갔다. 그러나 그 길만이 프로도가 절대 권력을 포기하고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직선코스였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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