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 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한창 연기자로서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장래가 촉망되던 배우였기에 그의 죽음은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그런데 이 여배우의 죽음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다. 그의 자살 소식이 들리자마자 언론은 일제히 해당 여배우의 추모 특집을 게재했다. 그러나 막상 기사를 읽고 나면 이것이 과연 그를 추모하려는 의도에서 씌여진 것인지 의심스럽기 그지 없다.

이들 추모 특집은 여배우의 죽음을 단순히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살 원인을 추측·분석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끌기에 주력했다.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온갖 추측을 여과없이 내보내고,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들을 해설보도까지 해가며 자세히 다뤘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한 배우의 죽음은 마치 영화 속 이야기처럼 부풀려지고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왜곡될 수 밖에 없었다.

여배우의 자살을 보도하는 언론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인을 다루는 보도는 선정적이다 못해 독자들에게 혐오감까지 안겨줬다. 고인의 생전 출연 작품을 회고하는 기사에서는 노출연기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죽음과 관련한 뉴스를 다루면서까지 선정적인 보도로 대중의 눈길을 끌어보겠다는 심산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보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게 한다. 이를 반증하듯 사람들은 고인이 생전에 불렀던 노래를 핸드폰 벨소리로 제작하고 추모 사진집을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리플을 모은다는 명분으로 추모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그 곳에 광고를 게재하는 파렴치한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다.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이 돈 벌기에 급급한 일부 사람들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그 영향력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언론은 많이 팔리는 뉴스를 만들어내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 사안을 진지하게 통찰해야 할 언론이 먼저 나서서 한 사람의 죽음을 가십꺼리로 전락시켜버려서는 안된다. 독자들이 알아야 할 양질의 정보를 선별해 제공하는 언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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