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철학 등에 있어 뚜렷한 시각차 존재해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 온 남북한의 단절은 학문에 있어서도 커다란 관점의 차이를 가져왔다. 특히 역사학·철학 등에 있어서 이러한 관점의 차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쟁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우리 민족 최대 비극인 한국 전쟁을 북한은 어떻게 바라볼까? 대표적으로 북한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 「조선통사(하)」는 한국 전쟁을 ‘조국 해방전쟁’으로 표기하며 김일성이 창시한 주체사상이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북한이 사회주의 계급이론과 민족주의 관점에 따라 역사를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시기의 역사적 사건이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남북한의 역사적 해석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한은 이황, 북한은 이수광
북한학계에선 이황에 관한 연구가 거의 없는 반면, 남쪽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이수광 같은 실학자가 주목받는다는 흥미로운 분석결과가 있다. 이는 지난 2002년 9월 한국동양철학회가 ‘근 100년 한국 동양철학 연구의 현황과 전망’이란 주제로 연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북한학계가 이황을 고리타분하고 사대주의적이라 여기는 데 비해, 이수광 같은 학자는 민중의 자주성을 옹호한 실용주의자로 평가한 데서 비롯된다. 이렇듯 남북한의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 동국대 북한학 연구소 전임연구원인 김용현 박사는 “북한의 경우 역사적 인물이 자본과 외세에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가에 따라 평가를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냉전의 흔적은 언어에도 남았다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북한은 사회주의 이념을 수용하면서 각각 자연스럽게 미국과 소련의 영향을 받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마이너스·캠페인’을 북한은 ‘미누스·깜빠니야’로 쓰는 것이 그 예다.

또 북한은 이념의 고취나 정치적 선동을 위해 ‘친한 친구’라는 뜻의 동무라는 용어를 ‘이념이나 사상을 같이 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변화시켰다.

◆학문적 통합 이뤄질 수 있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남북한 학술 연구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학문간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를 위해 남북한 교류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에 대해 서강대학교 정두희 교수(사학 전공)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흡수 통일하자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 한, 학문간의 대등한 통합은 이루어 질 수 없다”며 통합론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인위적으로 통합하기 보다 남북한을 따로 놓고 사고하는 것에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