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박혀있는 하얀 명함을 내밀었다.

“저는 이대학보사 문화부 윤미로 기자라고 합니다”

순간, ‘나이 어린 대학생이 기자랍시고 명함 주는 것이 우습게 보이려나?’하는 걱정이 든다. 그런 생각은 집어치우자.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이름도 당당한 ‘기자’란 말이다!

무릎위에는 고심해가며 만든 질문지를 올려 놓고 왼손에는 취재수첩이, 오른손에는 펜이 쥐어져 있다. 이제 고개를 들어 취재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이제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된 것이다.

“아~예”를 연발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손은 쉴새없이 바쁘다. 질문하랴, 대답하랴 정신없는 나에게 테이블 위의 커피는 무용지물이다. 그 와중에 사진기자는 플래쉬를 팡팡 터뜨리며 인터뷰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순간 밝았다 어두워지는 그의 얼굴을 대면하고 있자면 머리 속이 팽팽돈다. 말의 핵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똑바로 집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열심히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나와, 사진을 찍기위해 왔다갔다하는 사진기자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이나보다. 우리를 쳐다보는 것이 의식된다.

1시간 반 정도 지났을까. 그는 신나서 열심히 말하고 있지만, 너무 긴장하며 얘기를 들은 탓인지 나는 눈의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긴 인터뷰를 할 적마다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는 거의 끝무렵에 다다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준비해 온 질문은 여기까지고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는데...” 이 말과 동시에 드디어 내 앞에 놓인 찻잔에 입을 갖다 댄다. 목을 타고 흐르는 커피와 함께 긴장감이 녹아내린다.

인터뷰는 끝났다.

생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몇시간 동안 인터뷰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취재원의 말을 정확하게 듣고,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취재의 긴장감을 즐기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드디어 문화부 정기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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