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 창간51주년 기념 축사

이대학보가 창간 51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을 모든 이화인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대학보는 1954년 전후의 암울한 시대상황 속에서도 새 시대의 흐름을 모색하고 새 기운을 전파하려는 젊은 이화인들의 순수한 패기와 열정에 의해 창간되었습니다. 51년의 긴 시간 동안 이대학보는 처음의 패기와 열정을 간직한 채 대학언론의 소임을 다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란 동시대인들에게는 한 장의 지도와 같습니다. 우리가 낯설고 잘 모르는 곳에서 지도를 펼쳐 보며 가고자 하는 곳의 방향을 가늠하듯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우리는 제일 먼저 언론에 귀기울이고 언론매체를 통해 형성되는 공적인 토론들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만일 우리가 보는 지도가 잘못 만들어진 것이라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기울이는 우리의 노력들이 아무리 극진하고 간절하다고 할지라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 지도로는 길을 열심히 찾으면 찾을수록 가야 할 곳과 더욱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언론이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생생한 정보를 전달해주지 않는다면 한 사회는 모든 역사적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이대학보는 우리 이화인들이 현실에 대해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진실만이 담긴 정보를 전달하고자 노력해왔으며, 이화뿐만 아니라 이화가 소속된 우리 사회와 역사의 흐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안목으로 담론을 형성해 왔습니다.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학보의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이화인들은 항상 잠재적 위기를 자각하고 끊임없는 자기쇄신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대학보는 이화공동체 내부의 다양한 요구와 바램을 한데 모으고 이화에 대한 많은 사회적 요구들과 수많은 시선들을 가감 없이 전달하며 이화가 바라보아야 할 사회의 아프고 쓰라린 곳을 가리킴으로써 이화공동체의 비전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제 이대학보는 반세기의 자랑스런 역사를 거쳐 더 또 다른 반세기의 대학언론사를 펼쳐나가기 위해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이대학보의 이 확고하고 소신 어린 첫 걸음에 큰 박수와 희망찬 기대를 실어보냅니다. 한국여성교육의 씨앗을 아름드리 거목으로 키우고 이제 세계 수준의 여성지도자 양성이라는 한층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이화의 모습, 또한 이 사회 곳곳에 치열하고 성실하게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전달해주기를 바랍니다. 이 분투하는 모습들을 기록하고 전달함으로써 이화와 이화를 둘러싼 많은 여성해방의 흐름들이 소통되어 여성주의 전체의 에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언론은 항상 사회전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제한 없는 비판을 통해 기성 언론이 결여한 패기를 발휘해줄 것을 요청 받아왔습니다. 이대학보는 이런 대학언론의 비판적 소임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완고한 가부장적 시선들 속에서 아직까지도 누락되거나 외면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활동과 메시지들을 적극적으로 전달·보도하기 바랍니다. 이를 통해 전쟁과 살육으로 얼룩지고 무한경쟁의 냉엄한 논리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 평화와 공생의 세기를 펼쳐갈 여성들의 활동과 문화를 창조하는 데 선도적으로 기여해주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창간 51주년을 맞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대학보를 단단히 지켜내고 알차게 가꿔가기 위해 애쓴 수많은 역대 학보사 기자들과 지금 캠퍼스를 누비며 취재에 열심인 기자들에게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또한 역대 학보사의 주간 및 직접 간접으로 참여해 주신 여러 교수님들의 귀중한 시간과 노고는 이대학보의 역사에서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2월 12일

이화여자대학교총장 신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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