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학술부는 유엔(UN)이 선포한 ‘국제 물리의 해(International Year of Physics)’를 맞아 우리 학교 안창림 교수(물리학 전공)·김태은(물리·4)씨와 함께 물리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안창림 교수는 소립자 이론물리학 등을 주로 연구해왔다. 자연과학대학 학생회장인 김태은 씨는 물리학과 학회에서 활동한 바 있다.

-­김태은 씨(이하 김): 주제통합형 교양인 ‘우주와 나’를 들으면서 이화인들에게 물리를 좀 더 쉽게 전달하려는 선생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 우리 학교 안창림 교수(물리학 전공)
­-안창림 교수(이하 안): ‘우주와 나’는 모든 학생들이 물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강의입니다. 한번은 이 수업을 듣던 국문과 학생들이 물리학 스터디 모임을 만든 적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평소 물리학·철학 등 다른 학문과의 연계에 관심이 있어 인문학의 관점으로 물리학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김: 물리학의 간단한 정의와 물리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안: 물리학은 우리를 둘러싼 현상들이 어떠한 원리를 통해 이뤄지는지 밝혀내는 학문입니다. ‘어떤 현상에 대해 알고 싶다’는 사람들의 궁금증에서 시작된 물리학이 문명을 발달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또 현상 뒤에 숨은 원리를 찾아내는 물리학의 방법론은 다른 분야 연구에 있어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습니다.

­-김: 과거 100년간 물리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연구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안: 20세기에 들어 가히 폭발적인 연구가 진행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도 연구해야할 분야는 무궁무진하죠. 한 예로 우주가 어떻게 생성됐고 생성 초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의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 밖에 물리학을 우리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부분에 있어서도 앞으로 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김: 이번 ‘2005 물리의 해’ 목표가 ‘물리의 대중화’라고 들었는데요. 주변 사람들은 제가 물리학과라고 하면 “나 고등학교 때 물리 정말 싫어했는데”라며 선입견을 드러내곤 해요. 이러한 거부감은 물리에 흥미를 느껴야 할 학창시절에 딱딱하고 어렵게 물리를 배운 탓이겠죠.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전문 연구원이 아닌 일반인들까지도 물리학 강연을 즐겨찾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부러웠거든요.

▲ 김태은(물리 4)씨

­-안: 김태은 학생의 말처럼 대중 강연 등을 통해 물리학에 좀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마련돼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리학 강연을 지원하는 재정적 뒷받침이 부실한 실정이죠. 우선적으로 과학문화재단과 같은 기관이 물리 강연을 지원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더불어 사람들이 물리를 생활 속의 교양으로 인식해 물리학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형성될 필요가 있죠. 예를 들어 미팅에서 만난 상대방이 시·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모른다면 이야기도 하지 말아야죠. (웃음)

­-김: (웃음) 정말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어요. 대개 자신이 존경하는 학자를 모델로 삼아 공부를 하게 되는데 그저 그들을 뒷받침하는 정도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한계에 부딪히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안: 물리학의 발전은 몇몇 천재 학자들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만은 아닙니다. 과거 아인슈타인이나 파인만과 같은 학자들 역시 그들과 함께 연구했던 동료 학자들의 공로가 없었다면 뛰어난 연구성과를 내지 못했겠죠.

­-김: 물리학을 전공하면 어떤 분야에 진출할 수 있나요?
­-안: 대학원에 진학해 지속적인 공부를 하는 것 외에도 물리학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물리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을 글로 쉽게 전달하는 과학전문기자나 저술가로도 활동할 수 있겠죠. 현재 자연과학 지식이 부족한 행정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과학정책결정 역시 자연과학을 전공한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김: 조언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물리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안: 그동안 물리학계는 울타리를 친 채 내부에만 갇혀 타 학문과의 교류가 부족했어요. 이로 인해 다른 학문의 관점을 수용하는 등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죠.
재미있는 예로 일본에서는 물리학 학술대회가 열리기 전 공간 이동·유체 이탈 등 일반인들이 흥미로워하는 주제의 토론회가 진행됩니다. 과학적인 진위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공상과학소설이나 SF영화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물리학이 거쳐가야 할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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