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파시즘」임지현 외 지음, 삼인, 2000

‘법제적 민주화가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무늬라면, 파시즘은 물 밑에서 살아 움직이는 한국 사회의 결이다. 우리 의식과 일상적 삶의 심층에 내면화된 규율권력·일상적 파시즘의 극복이야말로 정치적 제도적 파시즘을 타파하는 요체다’

「우리 안의 파시즘」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일상 속에서 시민의 당연한 자유와 행복할 권리가 누구에 의해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억압당하고 있는지를 여러 저자들이 함께 그려낸 ‘불연속한 전선(戰線)의 지형도’다. 이 세계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고 느끼며, 알 수 없는 삶의 가시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그 무시무시한 가시의 정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영화 ‘매트릭스’와 맥이 닿는다고 볼 수 있다.

저자들은 ‘규율권력의 내면화’, 즉 일상적 파시즘이란 키워드 하나로 설명가능한 현상과 흐름을 짚어낸다. 학교·군대처럼 보기에도 딱딱한 조직부터 저항정신을 외치는 가수의 콘서트 현장까지 우리는 그 어느 곳에서도 파시즘을 피할 수 없다.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 같은 소수자가 한국 사회에서 배제당하는 과정에도 파시즘이 관여한다. 분단의 역사를 이용해 개인의 내부를 통제해온 정부의 교활한 정책도 파시즘의 한 예다. 저자들에 따르면 파시즘은 건축과 언어문화, 심지어 손바닥만한 주민등록증 속에도 숨어 있다.

책을 읽고 동아리 회원들끼리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들이 일상 속의 파시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던 ‘범생이’였으며, 평소 권력관계와 소수자를 세심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폭력자’였음을 깨닫게 됐다. 되돌아본 우리의 모습 뒤로, 타인에게 세뇌당하지 않은 온전한 각자의 입장과 위치를 위한 고민이 남겨졌다.

 

◇ 더 읽어볼 만한 책

「감시와 처벌 : 감옥의 역사」(미셸 푸코 저 / 오생근 옮김, 나남, 2003)
지배 권력이 인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탈식민지 지식인의 글읽기와 삶읽기」(조한혜정 저, 또 하나의 문화, 1992)
우리 사회 지식인 내부의 식민지성을 말한다.

「전쟁과 사회」(김동춘 저, 돌베개, 2000)
오늘날 우리의 권력 순응적 멘탈리티가 형성된 배경을 한국전쟁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사회대 독서토론동아리‘이화차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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