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 대책 부족

판자촌(무허가 불량 주택) 사람들의 운명은 해당 도시의 도시 설계에 달려있다. 1980년 건축법 제 8조 ‘도심부 내의 건축물에 대한 특례’로 시작된 도시 설계는 빈곤층에게는 도리어 생계를 위협하는 계획이 되기도 한다. 우리 학교 앞 재개발 사업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서대문구청 도시개발과 송원석씨는 “이대 주변 역시 개발이 안 된 지역을 선택하는 것 뿐”이라며 “판자촌만을 제거하려는 계획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제는 철거민들이 제 2의 판자촌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철거 지역에 새로 들어서는 건물은 고층 대형 아파트·상가 등으로 철거민의 소득 수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 김일태 교수(도시행정학 전공)는 “갈 곳 없는 철거민들은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기 때문에 판자촌이 점점 확산된다”며 “그린벨트 지역까지 무허가로 천막·비닐하우스를 쳐 또 다른 판자촌을 만든다”고 우려했다.
현재 서대문구는 대학 밀집 지역에 걸맞는 환경 조성이라는 목표 아래 ‘첨단 문화산업지구’를 계획 중이다. 당초 ‘문화지구’를 계획했으나 문화진흥법상 문제가 된다는 연세대 도시문제연구소의 연구에 의해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수립한 것이다. 그 결과 창천동·대신동 일대 신촌 지역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이대입구 주변 도로일대 환경개선 사업·신촌기차역 문화거리 광장 조성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기차역 서쪽에 위치한 철학원·주거지 등도 철거 위기다. 이에 서대문구청은 철도 부지 건축물은 모두 무허가지만 현 거주자의 지상권을 인정해 기본 생계비 3달 치를 이사 비용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철거민의 생계에 대한 대책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진행 중인 연구 대부분은 도시 개발 방향에 관한 것이다. 문화지구 타당성 연구에 참여한 연세대 황원(일반대학원 행정학과 석사과정)씨는 “비단 신촌 뿐 아니라 재개발 지역에서는 항시 갈등이 있다”며 “대책 마련 문제는 논외로 남겨뒀다”고 말한다. 이에 서울시립대 김일태 교수는 “철거민들에게 싼 값으로 집을 빌려주는 공공주택사업 등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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