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영어영문학과를 1994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디자인하우스에서 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 ‘럭셔리’ 편집장을 거쳐 현재 부사장직으로 일하고 있다.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을 비롯해 30여 권을 번역했다. 쓴 책으로 『밥보다 책』 『바보들은 항상 여자 탓만 한다』 『비즈 라이팅』 등이 있다.책은 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사 놓고 생각나면 읽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수많은 책이 새로 발행되다 보니 엄청난 기대를 받는 베스트셀러 후보
직장 생활 6년, 스타트업 대표 5년 차. 본교 건축학과를 2013년 졸업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면서 건축 공간이 가진 힘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현재 건축 여행 서비스 아키베어를 운영 중이다.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취직했다. 건축학과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한 듯 대형 설계사무소의 공채를 꿈꿨고, 합격했다. 흔히 말하는 건축학과 졸업 후의 ‘정석’의 길이었다.물론 처음 건축학과를 선택하고 나서는 많은 새내기들과 같았다. 이 길이 맞나 싶었다. 수시로 다양한 활동을 해보며 진로를 의심하고 검증해나갔다. 과연 이 분야가 적성에 맞
생일만큼 부담스러운 날이 또 있을까? 새벽 12시가 되는 순간, 안 보려고 노력하던 핸드폰이 저절로 보기 싫어진다. ‘연락이 왔을까 안 왔을까. 연락이 하나도 없으면 어떻게 하지?’ 등등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생일은 지난 1년 동안 내가 얼마나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었나 검증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애써 외면하다 핸드폰을 집어 잠금화면을 열어보았을 때도 문제다. 주변 사람들의 축하 연락을 읽어버리면, 편지 같은 답장을 줄줄이 써서 보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에도 쇼호스트 같은 반응이 답장에 깃들어있어야 한다. 이렇게 연락이
4월 개강 전 캠퍼스를 거닐 때였다. 학교 중앙광장에서 처음 보는 모양의 큰 라켓을 든 학생들이 공을 주고받는 모습을 봤다. 무엇인지 궁금해져 가보니, ‘라크로스’라는 스포츠 강좌를 듣는 학생들이 코스 홍보를 위해 부스를 연 상황이었다.라크로스는 ‘크로스’라 불리는 라켓으로 경기하는 구기 종목이다. 난생처음 접하는 운동이라 어색했지만 그것도 잠시, 내 키만 한 라켓을 들고 처음 보는 친구들과 땀 흘리며 공을 주고받는 순간 몸에 활기가 돌았다. 그렇게 1시간을 움직였고, 체험 부스에 있던 학생들은 대학 스포츠 센터 안내 책자를 건넸다
영화/산딸기(1957)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던가. 키르케고르의 명언을 곱씹으며 우리는 삶을 돌아본다. 사람은 언제 절망하는가? 노력이 좌절되었을 때, 혹은 사랑이 떠났을 때? 이런 사건은 우리에게 슬픔을 안겨주지만, 절망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삶을 흑백으로 만드는 냉담한 마음이야말로 절망의 친구다. 그 마음은 결국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옥죄는 사슬이 된다. 여기 한 노인이 있다. 의학자로서 평생 명망을 떨치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아름다운 아내와 장성한 아들까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롭다. 매사에
소비는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한된 소득으로 가장 큰 만족을 얻기 위한 경제적 행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소비는 욕망과 취향, 나아가 문화자본의 획득을 둘러싼 투쟁으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가로지르며 한 사회의 문화적 가치나 권력구조 등이 반영된 사회문화적 행위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젠더와 소비 이슈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역사적으로 여성은 생산영역에서 배제되어 온 만큼이나 소비영역에서도 왜곡된 시선에 시달려 왔다. 1990년 중반 처음 등장한 ‘된장녀’는 이후 ‘신상녀’, ‘명품녀’, ‘귀
4월 27일, 학교에서 장애 학생 포럼(Disabled Forum)이 열렸다. 학생연합(Student Union)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알게 됐는데, 매달 장애 학생과 직원, 학교 구성원이 모여 장애 학생 권리 보장을 위해 토의하는 자리라고 설명돼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궁금했다. 영국 대학에서의 장애 인권은 어떤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당일 포럼에 찾아갔다.학교 직원에게 당사자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는지 묻자 “오브 콜스(Of course)!”를 외치며 회의실로 안내해줬다. 회의실엔
본교 교육학과를 1999년 졸업하고 국어국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환한 숨』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 등을 썼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백신애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의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수전 손택은 자신에게 독서는 여흥이고 위로고 ‘작은
전 이노션 광고기획자. 전 브랜드 마케터. 지금은 갭이어를 즐기는 ‘쩝쩝박사’. 본교 소비자학과(광고홍보학 복수전공)를 2015년 졸업하고 7년간 성실히 회사와 집을 오가다 돌연 퇴사, 황홀한 갭이어를 보내고 있다. 갭이어 8개월 차, 무사히 행복하고 많이 웃고 먹는다. 굳이 특별해지려 노력하지 않는 일상의 힘을 느낀다. 숲과 바다를 누비며 프리랜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공간에서 눈을 떠 노트북으로 자료를 만들고 미팅을 한다. 스몰 브랜드의 컨설팅을 진행하고, 제품 론칭 프로젝트의 PM으로 일하며 브랜드의 세계관을 만
작년 겨울방학, 친구의 권유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정주행했다. 활자형 인간으로서 처음에는 보면서도 이걸 내가 끝까지 볼까? 긴가민가했는데 어느 순간 유튜브 리뷰 영상들까지 찾아보고 있었다. ‘슬의생’ 리뷰 영상들에 빼놓지 않고 등장했던 장면이 있다. 5화 막바지에,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고 기쁨에 찬 아버지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나도 그 장면을 보며 뭉클했던지라 궁금했다. 왜 사람들은 탄생과 죽음의 이야기에 이렇게 가슴 벅차하는 걸까?그것은 생명이 인간의 존귀함을 다루는 최고의 은유이기 때문이다. 제아
“혼돈이 지배한다는 것”, 그것은 결국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허무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혼돈은 곧 나아간다는 것이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사회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멈추고 싶을 때가 많았다. 버젓이 존재하는 이들을 묵인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관념의 위계질서가 곧 정답이라는 말들이 버거웠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나누고, 그 사이에서 정상성을 찾으려 하고 있다.완벽한 질서라는 환상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다. 책에서도 나오는 예시로, 나치는 게르만족이 우월한 혈통이며 그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 이민족들을 무
“학생이신가요? 그럼 무료입니다.”흔히 유럽으로의 교환학생 파견을 생각하면 비용이 많이 들 거로 생각한다. 나 역시 한국을 떠나오기 전 비용 걱정이 많았다. 매 학기 조금씩 돈을 모았고, 직전 학기 인턴을 하며 경비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독일에 온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누군가 지갑 사정 괜찮으냐고 물어본다면 “생각보다 괜찮다”고 답한다. 이곳에서 나는 바로 학생이기 때문이다.초반에는 독일에서 학생이란 신분이 마치 벼슬이라도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학생증은 프리패스 입장권과 같다. 학생증만 내밀면 미술관, 박물관은 물론 심
2020년 3월 이후 2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었다. 언론에서는 ‘일상으로의 회귀’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쏟아내고 있지만, 문득 우리의 일상이 과연 2020년 이전의 그것과 동일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코로나 이후의 일상은 그 이전의 일상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띠고 있을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날의 꽃잎이 흩날리는 대학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흔적을 까맣게 잊게 만든다. ‘청춘’이라는 단어는 어느 시기에나,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런데 과연 당사자인 청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2004년부터 본교 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 청와대 안보실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고, 2019년 민간통일운동에 이바지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현재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위원, (사)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 민화협 정책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고 (사)한국국제정치회장(2023년)으로 선출됐다. 2021년부터 본교 총무처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한국형 발전모델의 대외관계사』(편저), 『탈냉전사의 인식』(편저) 등이 있다.“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
본교에서 정치외교학과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에서 한국과 대만의 이주배경 청소년을 비교 연구하며 대학과 초·중·고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공저로 『민간중국: 21세기 중국인의 조각보』, 『문턱의 청년들: 한국과 중국, 마주침의 현장』을 썼다.“선생님, 다문화 교육 시간은 그냥 자는 시간이에요. 너무 힘들게 가르치지 않으셔도 되어요.”코로나19가 잠깐 주춤하던 어느 날의 고등학교 교실이었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 인류학자로서 나는 대학에서 ‘문화’를 가르치기도 하지
소설/목소리를 드릴게요오랫동안 유토피아(Utopia)를 생각했다. 우리에게 유토피아란 존재할까? 관념의 모습이든, 실재의 모습이든 유토피아의 존립 가능성과 건설 방식에 관해 고민했다. 이 글은 정세랑 작가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읽고 썼다.인간은 최초의 유토피아인 어머니의 포궁으로부터 세상이라는 디스토피아(Dystopia)로 추방된다. 따라서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으로의 회귀를 바란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매 순간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멈추는 순간 죽음이니 말이다. 인간의 탄생이 낙
지난 1월,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 도착했다.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보고 겪은 중 가장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프랑스 타임’이라는 것. 이곳에서는 Quart d’heure de politesse, 15분의 예절라고도 하는 이 개념은 약속 시간보다 15분 정도 시간 여유를 두고 참석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친구가 오후 7시에 집으로 초대했다면 적어도 7시15분 이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을 초대한 호스트에게 집을 정돈하고 음식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준다는 의미에서다.실제로, 6시30분에 모이기로 약속한 날 나는 6시
그날은 자격증 시험 전날이었다.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두 달을 쏟은 공부였고 해당 분야의 ‘취준’을 위해서라면 으레 따고 간다는 자격증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입국 허용 소식을 들을 줄이야.불과 하루 전, 계속된 입국 금지에 더는 기다릴 수 없었던 막학기생은 눈물을 머금고 교환학생 파견 포기서를 냈다. 포기 각서를 낸 다음 날 새벽, 입국 금지가 풀렸다는 소설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일 년을 기다렸는데 고작 하루 차이로 운명이 바뀌었다. 타이밍이 참 얄궂었지만 나의 사정을 설명해도 예외는 없었다. 마침 공부하던 곳이 자유열람실이라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 피티(PT), 필라테스와 같은 고비용의 운동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서양에서 들어온 이런 고비용 운동 강풍도 한국식으로 변환됐다는 것이다. 서양인들은 주로 자신의 건강을 위해 헬스를 하지만, 한국인들은 보여주기식의 운동을 한다는 점에서 한국식 패치가 붙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타인의 눈길을 신경 쓰는 국가다. 그래서 특정 행동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눈길을 의식해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 헬스장도 똑같다. 초반에 붐이 불 때에 비해서는 다양한 사
3월 21일 월요일, 학교 안에서 빈티지 의류 마켓이 열렸다. 학생문화관과 같은 스튜던트유니온(Student Union) 건물 2층에 올라가니 후드티부터 가죽 재킷, 알록달록한 셔츠, 청바지 등 다양한 중고 옷들이 걸려있었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건지기 위해 이것저것 대보며 옷을 살펴보고 있었다.학교 안에 빈티지 의류 마켓이라니!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생소한 광경이 꽤 신기했다. 사실 영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중고 의류 매장(second hands clothing shop)이나 자선중고품 가게(charity shop)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