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프랑스 릴 가톨릭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김현수(불문·21)씨가 '미드나잇 인 릴' 칼럼을 2023-1학기 제작기간 중 격주로 연재합니다. 릴 대학에서의 흥미로운 일상을 전합니다.‘선택하신 과목은 수강인원이 초과되었습니다.’ 이화여대, 아니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적어도 한 번씩은 봤을 문구이다. 대학에서는 매 학기 시작하기 전, 자신이 들을 과목을 정하여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하여 각 학교의 포탈 서비스에 들어가서 과목별로 배정된 코드를 입력하여 일명 ‘장바구니’에 과목을 등록해놓은
본교 시청각교육과(교육공학과)를 1987년 졸업했다. 국회도서관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서양서 구입, 홍보CS, 의회정보서비스총괄, 전자정보정책 등의 업무를 했고 현재 기록정책과장으로 있다. 미국 USC 동아시아도서관에서도 1년 반 정도 일했다. 이때 도서관과 영화 이야기를 엮어 국회도서관보에 ‘영화 속 도서관 이야기’를 몇 편 게재한 이후로 동명의 시리즈를 쓰고 싶다는 야망을 수년째 품고 있다.생각해보니 나의 책읽기는 외로움에서 시작된 것 같다. 만 10세, 초등학교 4학년. 언니 오빠들과 도시 유학을 떠나 군민에서 도청소재지 시
영화/애프터썬(2022) 속 소피와 캘럼이 방문했던 페르시안 카펫 상점, 상인은 말했다. “Each Of These Carpets Tell A Different Story(각각의 카펫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졌어요)”.은 어른이 된 소피가 아버지 캘럼과 함께 튀르키예에서 보냈던 열한 살 여름 휴가의 기억을 관객에게 ‘엿보이는’ 영화다. 이십여 년 전의 추억이 담긴 캠코더를 조작하는 소피의 손동작은 마치 닫혀 있는 방문을 여는 듯 하다. 조심스레 문고리를 열어젖히듯 재생버튼을 누르는, 이제는 뼈들이 제법 단단하게 여
본교 경영학과를 2009년 졸업하고 삼성화재 해상보험팀으로 입사했다. 일반보험손익파트와 IFRS추진파트를 거쳐 현재 투자전략파트에서 인오가닉 전략수립 및 해외피투자사 관리, 글로벌 신흥시장 B2C 마켓 및 일반보험 시장 확대 전략 기획 등을 맡고 있다.요즘 유행하는 MBTI로는 ENFP(재기발랄한 활동가). 사람 만나길 좋아하고 항시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며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충동적 성향까진 갖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다는 보험회사에 다니게 될 줄 누가 알았던가. 별 사고 없이 무탈하게 지나가는 하루가 가장 큰 복인 보험회사
호크마대에서 사회학과로 진입한 후, 첫 전공 수업으로 고전사회학이론을 수강했다. 고전이라 불리는 마르크스, 베버, 뒤르켐의 이론을 원문으로 읽으며 관련된 생각을 나누는 수업이었다. 사회학의 기초가 되는 수업이고, 유명한 사회학자들의 이론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호기롭게 신청했다. 다만, 영어강의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들뜬 마음을 가지고 수강한 첫 번째 전공 수업에서 영어의 벽을 맞닥뜨렸다. 하고 싶은 말은 잔뜩이었다. 그러나 한국어로도 읽기 어려운 저서를 영어로 읽고, 해석이 잘 되지도 않는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영어강
2월 28일 오후 2시 7분, 낮 일정을 마치고 당 충전이나 할 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들렀다. 그런데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수정된 가격표였다. 그 옆에는 ‘아이스크림 전 제품 인상’이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과자 또한 편의점에서 살 법한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었다.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이 상황을 얘기하니, 아이스크림 가격이 그렇게 오른 지는 꽤 되었다고 했다.요즈음 물가가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사소한 간식 소비조차 함부로 하기가 어려워졌다. 파리바게는 2월부터 9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
편집자주|노르웨이 오슬로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김해인 선임기자가 2023-1학기 '노르웨이에서 행복을 묻다' 칼럼을 제작기간 중 격주로 연재합니다. 노르웨이에서의 행복을 담은 일상의 순간을 전합니다.노르웨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연어, 순록, 겨울왕국, 그리고 비싼 물가. 노르웨이는 북유럽 중에서도 가장 비싼 물가를 자랑하는 나라다. 맥도날드 빅맥버거 약 12000원, 버블티 한 잔 약 9000원, 커피 한 잔 8000원, 맥주 한 잔 12000원, 담배 한 갑 15000원 정도이며, 패스트푸드점이 아닌 번듯한 식당에서 밥
방학 중 인상 깊게 읽었던 책 한 편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한정현 작가의 장편소설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나를’)이다. ‘정상적’인 ‘남성’ 위주의 역사 속에서 여성, 성소수자, 혹은 둘 모두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존재는 끊임없이 배제되어 왔다. 이렇게 편향적으로 쓰인 역사를 경계하는 소설 ‘나를’은 긴장감 있는 추리물의 형식을 빌려 배제된 이들이 겪어야 했던 억압과 대상화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나를’의 구체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성형외과 의사인 ‘연정’과 문화 연구자 ‘설영’에게 낯선 단어들이
책/해가 지는 곳으로(2017)태어났으니 그저 살아갈 뿐인 나는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가?” 같은 존재론적 질문 앞에서 말문이 턱 막히곤 한다. 핑계는 고리타분하다. 경쟁과 자본주의적 욕망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에 사는 탓에 삶, 탄생과 죽음에 대해 깊이 고찰해 볼 시간이 없었다고. 마치 “일을 하지 않으면 금방 가난해”지므로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을 포기해야 했”던 ‘류’처럼 말이다. 찰나뿐인 철학적 사유는 명확하게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모호하게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내가 조심스레 말하건대, 인간이 저마다의 불행을 끌어안고서
몇 주 전 다른 대학에서 진행한 교양교육 포럼에 참석했다. 교양교과의 방향, 의사소통 교육, 소프트웨어교육 등 포럼의 중요 주제를 듣던 중 공통적으로 등장한 화제가 있었다. 장안의 화제가 된 CHATGPT가 그 주인공이었다. 특정 키워드를 제공하면 AI가 참고자료를 추출, 검토하여 원하는 분량의 글을 쓰기도 하고 음악을 만들기도 했으며 프로그램 코드를 간결히 짜기도 했다. 관련 자료를 소개한 연사는 직접 CHATGPT를 사용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특정 주제로 글쓰기를 지시하자 순식간에 그럴듯한 글이 나왔다. 허술한 부분이 많았어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지난 학기 발행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개강을 목전에 두고 다시 인사드립니다. 다들 새로운 학기 잘 준비하고 계신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대학보사 밖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4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입학식 때문이죠. 대강당을 향하는 설레는 발걸음을 보니 이번 학기가 유난히 밝고 활기차게 시작하는 느낌입니다.최근 이대학보에는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희 기자들이 시사인 대학기자상을 수상했다는 것인데요. 지난 학기 이대학보
열한 살,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시절. 새로운 가족을 처음 만났다. 갈색 파마머리를 가진 작은 푸들. 이름은 초리. 그 아이는 자연스레 유‘리’의 동생 초‘리’가 됐다. 언제나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던, 아침마다 방문을 긁으며 찾아오던, 늘 내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던 아이.우리는 함께였지만,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흘러갔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대학생이 됐지만, 아기 강아지였던 초리는 노견이 됐다. 살이 찌기 시작했고, 아픈 곳이 늘어났다. 어느 날은 문득 초리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섭고
점점 따뜻함이 품 안으로 스며드는 계절이다. 10월의 끝자락에 디뮤지엄의 ‘어쨌든 사랑 : Romantic Days’ 전시를 친구와 같이 보러 갔다. 순정만화를 모티브로 가져온 작품들이 많았는데, 순정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었기도 했고 에로스적인 사랑은 그다지 감흥이 없어서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시험 기간이 이제 막 끝나서 지친 상태임에도 얼굴을 보자고 달려온 친구와 함께한다는 사실이 내게 더 가까운 따뜻함이었다.내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주고, 내가 아플 때 걱정해주고, 종종 잘 지내는지 연락하는 따뜻한 챙김이 나에겐
80일. 터무니없이 짧아 보이는 시간이지만 거의 한 학기에 다다르는 시간이다. 어느새 영국 땅을 밟은 지 80일이 됐다.지낼 수 있는 기간의 절반이 넘어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귀국 날까지 남은 시간보다 이곳에서 보낸 날이 더 길어졌다. 크리스마스를 주축으로 긴 방학을 가지는 유럽은 12월 초가 지나면 학교에 간다는 느낌도 희미해진다. 그렇게 계산해보니 내게 남은 시간은 2주 남짓. 내 인생의 거창한 전환점이 되리라 예상했던 교환학생은 별것도 없이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교환을 가기 전, 이미 갔다 온 수많은 사람에게 조
드라마/구미호뎐(2020)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는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령, 심해 깊은 곳이나, 광활한 우주 너머에는 무엇이 존재할지에 관한 생각들은 항상 매력적인 이야기 소재가 돼왔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구전되어오는 괴담도 그러하다. 괴담에 등장하는 요괴, 귀신, 괴물 등은 일상에서 비켜나 비일상의 영역에 위치하는 신기하고 기이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언뜻 보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우리의 상상력과 가치관이 반영된 존재들이기도 하다. 드라마 ‘구미호뎐’은 한국의 설화적 세계관 속 비인간적 존재들을 그들만의 방
이번 학기부터 학부생을 대상으로 여성학 수업 가운데 를 가르치고 있다. 노동운동에 대한 대학사회의 관심이 1980~90년대와는 상당히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취업을 준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장기화되고 있어 학생들의 처지는 상당히 힘겨운 상황이다. 취업을 할 수 있는가, 혹은 언제 할 수 있는가, 과연 자신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한 지도 이미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여성노동 이슈에 관심을 갖고 문제의식을 심화할 수 있도록 무엇을 질문하고 무엇을 논의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어느덧 이번 학기에 전하는 마지막 인사입니다. 편집국장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하며 여러분께 어떤 말로 첫 인사를 드릴지 고민하던 날이 생생합니다. 매번 독자 여러분께 편지 한 통을 함께 보낸다는 생각으로 한 자 한 자 적어보았는데, 저의 생각이나 마음이 잘 전달됐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대학보는 이번에 발행되는 1653호를 끝으로 2022년 발행 일정을 마칩니다. 그동안 학교 곳곳을 뛰어다니며 취재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낸 이대학보 구성원들에겐 이번 주가 나름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특히 이
대학생은 과도기적 단계이다. 입학했던 당시를 돌이켜 보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또는 또 같이 별생각 없이 이대에 들어왔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키면 차라리 죽고 싶은 사람인데, 그런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며 입시를 할 당시 미래에 대한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부터 뚜렷한 미래의 스케치를 가진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나는 정말 고등학교 이후에 대한 기대가 아무 것도 없었다.입학한 후에도 큰 자유가 찾아온다거나 특별한 해방감, 소속감과 안정감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첫 1년은 코로나가 심각해 배달 음식을 주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만들어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독과점 및 플랫폼 자체 브랜드를 우선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온플법'이 덩치가 작은 국내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고, 기존 시장 규제법과 중복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 의견이 제기되며 입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법적 규제, 어떻게 생각하나?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제정에 대해 찬성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독과점은 플랫폼
본교 수학과를 1981년 졸업하고 동대학원 전산학 석사, 미 매사추세츠공대 전자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큐어소프트 부사장, 파수닷컴 부사장직을 거쳐 2019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3대 이사장으로 취임해 3년간 활동했다. 2019년부터 세계여성이사협회(WCD Korea) 비상임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정부의 IT국제표준화전문가(2001~2005년)로 선정됐고 ISLA국제보안전문가상(2015년), 여성정보인대상(2019년) 등을 수상했다.여러분은 혹시 ‘공대 아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2008년 한 통신사가 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