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배달의민족 치믈리에 자격시험 수석 합격자. 에세이집 ‘치킨: 먹을 줄만 알았는데 시험에 들게 될 줄이야’를 최근 출간했다. 본교 행정학과와 여성학과를 2014년 졸업했다. 치킨값의 무게를 견디며 판교의 한 IT기업에 재직 중이다.'오늘부터 치킨의 미래는 김.미.정.님 손에 있습니다.’내 앞길도 막막한데, 치킨의 미래라굽쇼? 배달의민족(배민)이 주최한 제1회 치믈리에 (치킨+소믈리에) 자격시험에서 1등을 한 뒤 우리 집 앞에 걸렸던 현수막 문구다. 당시 나는 2년 휴학 후 더는 미룰 수 없는 졸업까지 한 어정쩡한 상태로, 취업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체크포인트 찰리, 학살된 유럽 유대인들을 위한 추모비······.베를린의 랜드마크 대부분은 전쟁과 분단을 배경으로 갖고 있고, 이 장소들이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우리나라에는 비긴어게인3에서 태연이 ‘사계’를 부른 공원으로 알려진 Mauerpark 역시 직역하면 장벽 공원이다. 비긴어게인3 베를린편 촬영지 도장깨기를 하던 중에서야 해당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사적인 유산이라고 하기에는 시민들의 일상에 완벽하게 가려져있었기 때문일까.구글 지도에 장벽 공원이라는 한국어가 함께 표시되지 않았더라면 관광객과 시민들
탭워터(수돗물)가 아니라면 물도 사서 마셔야 하고, 화장실도 돈을 내야 하는 독일은 교통비도 만만치 않다. 대중교통 1회권에 3유로(약 4천원), 1달권에 86유로(약 11만5천원)로 여기서 1회권은 환승을 포함하지 않는다. 갈아탈 때마다 3유로가 추가로 결제되고, 방향을 헷갈려 반대로 탈 때도 마찬가지다. 환승이 잦은 독일 대중교통 특성상, 관광객이 타는 방향을 한두 번 실수했다고 했을 때 사실상 우버와 비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독일에서 ‘9유로 티켓’은 여름이 주는 선물이다.‘9유로 티켓’은 6~8월 동안 독일
올해 유난히 기후가 이상했다. 너무 지나치게 덥고 강수량이 많아서 침수된 지역도 많았다. 내가 사는 분당 역시 근처 탄천의 물이 범람해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후 이상은 한국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쓰촨성에서는 양쯔강이 가뭄으로 인해 말라버려서 에너지의 80%를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쓰촨성 주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시베리아 같은 경우는 최대 38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한국의 기록적인 장마 역시 이전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예상했
파견교 리스트를 작성하며 영어권으로도 유럽 대학에 지원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교환 학생을 지원해본 벗들은 공감하겠지만, 이때가 가장 마음이 부푸는 시기 아닌가. 자동차와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게 웬 떡이냐며 영미 대학과 함께 독일 대학으로 리스트를 채웠다. 그리고 베를린 자유대학교에 파견됐다. 함께 파견교 배정을 기다리던 동기가 이 결과에 한참 웃고 나서야 내가 독일어 까막눈이라는 사실에 아차 싶었다. 되돌리기엔 한참 늦은 뒤였다.베를린에서의 1년은 살면서 떠올려본 적도 없는 시나리오다. 언어를 모르는데 학교수업과 행정
드라마/나의 해방일지(2022)‘살면서 마음이 정말로 편하고 좋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드라마 프로그램 정보의 첫 문장은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현대인들은 종종 지나친 강박에 시달리고는 한다. 하루를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과 끊임없는 경쟁,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압박을 견디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을 돌볼 시간은 사라져 버린다. 이런 삶은 현대인에게 ‘평범한 삶’이다. 답답하고 벗어나고 싶은 일상이지만 그것이 평범한 일상이 돼버린 사회에서 우리는 타협하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이런 삶 속에 행
현재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는 ‘혐오’이다. 혐오표현은 사회경제적 위기에 화풀이 대상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특정 집단을 사회적으로 소외시키는 선동적 형태로 나타난다.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해 대항할 수 없는 아동은 가장 손쉬운 혐오 대상이 된다. 아이 출입을 거부하는 노키즈존의 증가, 기차나 비행기에서 아이가 울거나 시끄럽다는 이유로 부모를 폭행해 논란이 된 사건은 아동에 대한 혐오, 아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혐오가 공기처럼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대개 혐오는 무지와 무시에서 나온다. 아동 혐오가 확산
드라마/파친코(2022)“이 이야기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견뎌냈다. ”2022년 제작비 약 1000억 원의 블록버스터 드라마 의 마지막 대사는 8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된다. 이 대사는 ‘여성’이라는 부분과 ‘견뎌냈다’에서 잔잔한 울림을 주게 된다.는 식민지 시절부터 20세기 말까지, 한민족이 겪었던 디아스포라를 4대에 걸친 한 가족의 일대기로 풀어낸다. 중심인물 ‘선자’의 어린 시절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모습을,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에는 일제 강점기 재일 교포들의 생활을, 손자 솔로몬의 일화를 통해
“올겨울에는 아무나 사랑할 거야. 정말 아무나.” 최근 즐겨 보고 있는 드라마 속 염기정 캐릭터가 연신 내뱉는 대사이다. 나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봤다. ‘나는 정말 아무나 사랑할 수 있을까?’애석하게도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최근의 연애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 제대로 된 연애는 처음이었기에 모든 감정이 어색했다. 만난 지 세 번째 되던 날, ‘이쯤이면 고백할 타이밍인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한 치의 오차 없이 상대방은 사귀자고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에는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지도
일주일 전, 러시아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 줄리(Julia)와 쇼핑을 하러 인근 도시 뒤셀도르프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어떤 숍에 들러야 할지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줄리에게 낯선 아주머니 두 분이 다가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러시아어처럼 들렸다. 아주머니는 러시아 문자로 주소가 적힌 종이를 줄리에게 내밀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아주머니 뒤에는 5세쯤 된 것 같은 남자아이가 보였다.아주머니와 약 5분간의 대화를 마친 뒤 줄리가 상황을 설명해줬다. 아주머니 일행은 우크라이나 전쟁 피란민이
코로나19 상황이 많이 진정되고 엔데믹을 운운하는 시점, 한동안 미뤄 두었던 인사동 고서점을 방문하였다. 온 세상이 신종 바이러스와 씨름하는 동안 고서들은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던 듯… 고서가 뿜어내는 꿉꿉하지만 은은한 옛것의 냄새가 반가움, 설레임 등과 섞여 뭔지 모를 미묘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새로 들어온 고서들을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5-60년대 여성백과사전을 발견하고는 착한 가격에 챙겨 나왔다. 고서점을 나와 종로통으로 향한 나는 신촌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대신 길을 건너 동대문 쪽으로 발길을 돌려보기로 했다. 동묘,
영국에 가기 전 친구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오징어게임 꼭 보고, 방탄소년단 노래를 많이 숙지하고 가.”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K-POP)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다는 뉴스에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한 말이었다.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의 팬은 아닌 터라 조언을 성실히 따르지는 못했지만, 예의상 방탄소년단의 멤버 이름은 외운 후 영국으로 떠났다.교환학생으로 온 곳은 프레스턴(Preston)이라는 영국 북부의 작은 도시다. 시내는 20분 정도면 모두 돌아볼 수 있고 학생들이 놀러 나가는 곳은 대부분 펍과 클럽 몇 군데 정도인 곳이기에
본교 영어영문학과를 1994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디자인하우스에서 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 ‘럭셔리’ 편집장을 거쳐 현재 부사장직으로 일하고 있다.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을 비롯해 30여 권을 번역했다. 쓴 책으로 『밥보다 책』 『바보들은 항상 여자 탓만 한다』 『비즈 라이팅』 등이 있다.책은 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사 놓고 생각나면 읽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수많은 책이 새로 발행되다 보니 엄청난 기대를 받는 베스트셀러 후보
직장 생활 6년, 스타트업 대표 5년 차. 본교 건축학과를 2013년 졸업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면서 건축 공간이 가진 힘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현재 건축 여행 서비스 아키베어를 운영 중이다.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취직했다. 건축학과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한 듯 대형 설계사무소의 공채를 꿈꿨고, 합격했다. 흔히 말하는 건축학과 졸업 후의 ‘정석’의 길이었다.물론 처음 건축학과를 선택하고 나서는 많은 새내기들과 같았다. 이 길이 맞나 싶었다. 수시로 다양한 활동을 해보며 진로를 의심하고 검증해나갔다. 과연 이 분야가 적성에 맞
생일만큼 부담스러운 날이 또 있을까? 새벽 12시가 되는 순간, 안 보려고 노력하던 핸드폰이 저절로 보기 싫어진다. ‘연락이 왔을까 안 왔을까. 연락이 하나도 없으면 어떻게 하지?’ 등등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생일은 지난 1년 동안 내가 얼마나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었나 검증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애써 외면하다 핸드폰을 집어 잠금화면을 열어보았을 때도 문제다. 주변 사람들의 축하 연락을 읽어버리면, 편지 같은 답장을 줄줄이 써서 보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에도 쇼호스트 같은 반응이 답장에 깃들어있어야 한다. 이렇게 연락이
4월 개강 전 캠퍼스를 거닐 때였다. 학교 중앙광장에서 처음 보는 모양의 큰 라켓을 든 학생들이 공을 주고받는 모습을 봤다. 무엇인지 궁금해져 가보니, ‘라크로스’라는 스포츠 강좌를 듣는 학생들이 코스 홍보를 위해 부스를 연 상황이었다.라크로스는 ‘크로스’라 불리는 라켓으로 경기하는 구기 종목이다. 난생처음 접하는 운동이라 어색했지만 그것도 잠시, 내 키만 한 라켓을 들고 처음 보는 친구들과 땀 흘리며 공을 주고받는 순간 몸에 활기가 돌았다. 그렇게 1시간을 움직였고, 체험 부스에 있던 학생들은 대학 스포츠 센터 안내 책자를 건넸다
영화/산딸기(1957)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던가. 키르케고르의 명언을 곱씹으며 우리는 삶을 돌아본다. 사람은 언제 절망하는가? 노력이 좌절되었을 때, 혹은 사랑이 떠났을 때? 이런 사건은 우리에게 슬픔을 안겨주지만, 절망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삶을 흑백으로 만드는 냉담한 마음이야말로 절망의 친구다. 그 마음은 결국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옥죄는 사슬이 된다. 여기 한 노인이 있다. 의학자로서 평생 명망을 떨치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아름다운 아내와 장성한 아들까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롭다. 매사에
소비는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한된 소득으로 가장 큰 만족을 얻기 위한 경제적 행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소비는 욕망과 취향, 나아가 문화자본의 획득을 둘러싼 투쟁으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가로지르며 한 사회의 문화적 가치나 권력구조 등이 반영된 사회문화적 행위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젠더와 소비 이슈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역사적으로 여성은 생산영역에서 배제되어 온 만큼이나 소비영역에서도 왜곡된 시선에 시달려 왔다. 1990년 중반 처음 등장한 ‘된장녀’는 이후 ‘신상녀’, ‘명품녀’, ‘귀
4월 27일, 학교에서 장애 학생 포럼(Disabled Forum)이 열렸다. 학생연합(Student Union)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알게 됐는데, 매달 장애 학생과 직원, 학교 구성원이 모여 장애 학생 권리 보장을 위해 토의하는 자리라고 설명돼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궁금했다. 영국 대학에서의 장애 인권은 어떤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당일 포럼에 찾아갔다.학교 직원에게 당사자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는지 묻자 “오브 콜스(Of course)!”를 외치며 회의실로 안내해줬다. 회의실엔
본교 교육학과를 1999년 졸업하고 국어국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환한 숨』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 등을 썼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백신애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의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수전 손택은 자신에게 독서는 여흥이고 위로고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