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2시40분, 얼룩말 ‘세로’가 서울어린이대공원을 탈출했다. 올해로 4살이 된 세로는 인간의 수명으로 환산하면 고작 10대 중반의 사춘기 얼룩말이다. 비록 탈출한 지 3시간만에 다시 동물원으로 끌려가야 했지만, 세로는 무얼 찾아 울타리 밖으로 나갔을까.2005년 코끼리, 2010년 말레이곰, 2018년 퓨마 탈출에 이은 발생한 동물원 탈출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어떠한 재산상의 피해나 인명피해 없이 세로가 마취총에 맞아 쓰러지는 것으로 종결됐다. 서울시설공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탈출 2개월 전 올린 소개 영상에 따르면,
나는 보통 캠퍼스를 갈 때 버스를 탄다.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 그때 버스에서 자주 마주치는 물건이 있다. 네 바퀴에, 위에는 덮개가 달려있고, 안에는 아기가 타고 있는, 바로 유아차다. 신기하게도 거의 버스에 탈 때마다 본다고 말할 만큼 유아차를 자주 본다.오슬로를 운행하는 시내버스에 타면 버스 중간에 좌석 없이 비어있는 공간을 볼 수 있다. 유아차 내지는 자전거 등을 둘 수 있는 공간이다. 유아차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굴러가지 않게 잡아주는 안전띠가 있어 부모는 그곳에 유아차를 묶어두고 아이와 버스에 탄다. 한국에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고 한껏 움츠러들어 있던 관광 산업에 봄이 찾아오면서 그동안 미뤄둔 여행을 하러 떠나는 사람이 많다. 가까운 일본에서부터 저 먼 유럽까지, 다들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을 뜬다. 나는 여전히 여행이 어려웠던 시기에 한국을 떠나 4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 때문인지 유명 관광지에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고 동양인을 자주 만나기도 어려웠다. 외국에 나가면 특유의 현지 분위기 속에 녹아들어 싶어하는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TV 프로그램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여행 프로
책/파과(2018)현재는 쉽게 가늠할 수 없다. 과거는 지금 내 모습에 녹아 있고, 먼 미래는 관념 속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현재는? 쉼 없는 시간 속에서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느 곳이 뒤틀려 있을지 불확실한 징검다리를 끝없이 밟아내는 것과 같다. 이처럼 현재는 불안하고 무한한 공간이다. 그리고 미래는 외면하기 쉽고 현재는 불확실하다는 시간의 속성 때문인지 사람들은 가끔 과거의 아름다웠던 자신에 매몰되어 지금 자신이 지탱해야 할 것들을 쉽게 태워버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숨 한 번에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현재의 시간이다.소설
지난 2학기 종강 날, 책상 위에 있던 빈 몬스터 캔 10개를 치웠다. 종강 전 마지막 5일 동안의 총 수면시간은 4시간이었다. 이쯤 되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들 생각 첫 번째, ‘왜?’ 안타깝지만 몬스터 10캔을 마신 장본인도 그 이유를 모른다. 두 번째, ‘미련하다’ 동의한다. 다시 세 번째, ‘근데 진짜 왜?’ 왜 그렇게 살았을까? 작년 말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떠올려보면 응급실에 실려 가지 않고 지금 멀쩡히 ‘그땐 그랬지’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 주변에서는 나더러 ‘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 어느덧 3월도 거의 끝나가고 캠퍼스 곳곳에서 봄의 정취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아직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날씨의 장단에 맞추는 게 어렵습니다. 지난 한 주 저의 마음은 마치 이 일교차 같이 봄과 겨울을 몇 번이나 오갔습니다. 1657호에 이태원 참사 유족 인터뷰를 낸 후 걱정과 기대의 마음으로 독자 분들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읽어주길 바라면서도 과연 독자들에게, 또 유족에게 내용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사실 해당 인터뷰 기사를 발행하기까지
편집자주|그때 학보가 다룬 그 문제, 지금은 해결됐을까? 1656호부터 본지에 실렸던 학내 이슈를 돌아보는 칼럼 '새로고침'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본교 구석구석,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사진기자의 시선으로 포착합니다.2019년 한 해 동안 본교의 관광객 대응 조치를 다룬 기사가 연달아 4건이나 발행됐다. 본지에 따르면 당시 본교 내에서는 관광객 쿼터제 등의 제도 도입 논의가 왕성했으며, 홍보실은 이화웰컴센터(웰컴센터) 입구에 방문객 유의사항 안내판을 부착했다. 본교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비매너 행위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
영화/더 퍼스트 슬램덩크(2023)1월에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3)의 인기가 뜨겁다. 6년동안 ‘너의 이름은’(2016)이 지키고 있던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누적 관객수 1등을 차지했으며, 슬램덩크를 본다는 뜻인 ‘농놀’이 새로운 유행어가 됐을 정도이다. 캐릭터 개개인의 스토리와 매력, 섬세한 작화, 실제 농구를 보는 듯한 긴박함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인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감동적인 대사에 있다. “포기하는 순간, 경기는 종료됩니다”, “나는 지금이라고!” 등 슬램덩크의 명대사들은
3월9일 오전12시. 본교 정문 근처 오피스텔촌에 위치한 전봇대 하나가 ‘펑’ 소리를 내며 터졌다. 순식간에 전기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밝았던 집이 잠깐 어두워진 순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위협의 감정이 다가왔다. 걱정되는 마음에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의 ‘자취게시판’부터 들어갔다. 전기가 끊기면서 와이파이도 끊겨 데이터로 접속해야 했고, 아니나 다를까 다른 학생들도 무슨 일이냐며 걱정을 토해냈다. 같은 건물 입주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오픈 채팅방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실시간으로 쏟아져
본교 사회생활학과를 2000년에 졸업하고 동대학원 한국학과에 다녔다. 논문 학기에 논문 쓰기 싫어 시험 삼아 써본 첫 번째 이력서가 덜컥 붙는 바람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입사해 어느새 21년째 근속 중이다. 콘텐츠라는 말이 낯선 시절, 회사명을 이야기하기 싫었는데 한국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면서 이제 귀찮게 회사명을 두 번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읽어야 산다’ 원고를 의뢰받고 ‘내가 써도 될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서점을 운영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책과 가까이 살아왔다고 자부했건만, 어느새 업무를 위한 참고자료용
본교 사회학과를 2022년 졸업하고 곧이어 본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해 현재 2학년으로 재학 중이다.“엄마, 로스쿨에 가보니까 법조인은 왜 똑똑해야만 하는지 알 것 같아.”얼마 전 엄마에게 한탄하듯 한 얘기다. 대학교 학부에서의 공부는 물론 파고들면 깊이 있고 어렵지만, 열심히만 한다면 시험을 무사히 치러낼 정도는 되는 분량이었다. 리트(LEET), 자기소개서, 면접의 과정을 거쳐 겨우 입학한 자대 로스쿨은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방대한 양을, 생각보다도 더 완벽하게 소화해 내어야 좋은 성적을 거두는 곳이었다.
“이번 주에 파리 못 가겠는데? TGV(프랑스 고속 열차) 다 취소됐어.” 프랑스에 와서 불편함을 겪는 것 중 하나는 파업이다. 3월7일, 프랑스에서는 6차 연금 개혁 반대 파업의 영향으로 3월8일부터 10일까지 파리를 포함한 여러 프랑스 지역의 교통이 감축 운행됐다. 릴도 그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주말에 파리나 주변 도시들로 여행 가려던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릴에 머물게 됐다. 그런데 이런 경험은 프랑스에 온 지 약 2달이 된 지금까지 여러 번 겪었다. 처음에는 시위가 있는 날은 위험하니까 기숙사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지만, 이
2월25일, 도쿄에 도착했다. 회사 방향으로는 잠도 안 자는 인턴의 끝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하루 8시간씩 꼼짝없이 앉아있던 엉덩이가 기어코 자유를 요구했다. 새해는 밝았고, 엔데믹이 시작됐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대 여행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개강을 뒤로하고 5박 6일 자체 휴가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유난히 추운 1월이었다. 처음 다녀보는 회사의 시계는 느렸고 밤이 긴 계절인데도 퇴근만 하면 시간이 빠르게 달렸다. 인턴사원에게 주어지는 애매한 소속감은 불안과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늘 같은 책상, 같은 의자,
편집자주|그때 학보가 다룬 그 문제, 지금은 해결됐을까? 1656호부터 본지에 실렸던 학내 이슈를 돌아보는 칼럼 '새로고침'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본교 구석구석,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사진기자의 시선으로 포착합니다.2019년 8월30일 ECC에서 발생한 조류충돌 이슈를 다룬 ‘윈도우 스트라이크(window strike)’ 기사가 발행됐다. 2021년 5월15일에는 조류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구성된 교내 소모임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의 활동과 교내 윈도우 스트라이크 현황을 담은 기사가 후속 발행됐다.2022년 ‘야생생물 보
매주 월요일 아침 9시 반, 나는 사회대 학생 카페 U1으로 출근한다. 사회대 지하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가 먼저 기본 블랙커피를 내린 뒤, 테이크아웃 커피잔들을 미리 꺼내놓는다. 10시가 되면 사회대 학생들이 한두 명씩, 가끔은 우르르 들어와서 커피를 주문한다. 아직 노르웨이어가 서툰 나는 영어로 주문을 받고 라떼면 라떼, 블랙커피면 블랙커피를 준비한 뒤 계산을 돕는다.카페 오픈 아르바이트와 다름없는 이 일을 오슬로 시내 카페에서 한다면 시급이 족히 삼만 원은 될 것이다. 하지만 내 시급은 0원이다. 학생카페의 인턴으로, 무료로 봉
기억은 시간과 함께 흘러 아프지 않은 것들만 남는다. 시간은 그 조각을 휩쓸며 아름다운 것들만 남긴다. 더는 힘들지 말라는 누군가의 배려일까. 중간고사 한 문제에 정말 목숨을 걸었던 지독했던 학창 시절도 지금 돌아보면 풋풋한 추억이듯이, 그렇게 기억은 아름다운 부분만 남긴 채 흐른다. 우리는 이 남겨진 조각을 추억이라 부른다.하지만 어떤 조각들은 너무 깊게 박혀버려서 아무리 강한 시간이 지나가도 그 자리에 머문다. 아무런 의도도 없이 투명하게, 계속 그 자리에 머물며 남아있다. 그런 것들은 슬프게도 마음을 아리게 하는 것들이 대부분
드라마/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2021)우리는 스스로의 삶에 생각보다 많은 제약을 걸며 살아간다. 이건 안 될 거야, 이건 너무 어려워, 나는 못 해... 자신의 발밑에 이러한 선을 긋고 그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선은 훗날 자신에게 후회의 화살로 되돌아오곤 한다. 현재의 내가 쌓여 미래의 나를 만든다. 지금의 선택 하나하나가 앞으로의 내 삶의 여정에서의 방향을 조금씩 틀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조금의 틀어짐이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에는 전염병이 돌아 인류가 한차례
매해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미국 뉴욕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노동환경 개선, 여성의 참정권 쟁취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였다. 당시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가 가득하고 쉴 곳도 없는 환경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했지만, 임금은 남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고 선거권도 갖지 못했다. 1910년 뉴욕의 의류공장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 수백 명이 화재 사고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고, 당시 미국의 여성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새학기가 돌아왔습니다. 캠퍼스에 흐르는 빗방울 하나, 바람 한 자락에도 봄기운이 풍깁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개강은 어땠나요? 처음 듣는 수업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모르는 얼굴들을 잔뜩 마주하는 봄날이었으리라 여깁니다.우리는 살면서 모르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나게 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이들을 만나 관계를 맺고, 서로의 마음에 저마다의 크기로 자리잡습니다. 두 세계의 조우입니다. 저 또한 이화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게 되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제가 평생 동안 모르
여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익숙하다. 매일 수많은 언니와 친구와 동생들을 본다. 여대에 다니고 있으니 당연하다. 몸담고 있는 학보사도 마찬가지다. 여대 신문사니 만드는 사람도 모두 여자다. 매주 정성을 쏟아 기사를 쓰고 월요일에 나온 지면을 펼쳐보면 보람차다.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우리가 만드는 신문에는 수많은 여성의 얼굴이 있다. 그러다 보니 다들 세상의 반이 여자라는데, 내 세상은 대부분이 여자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고 있지만 가끔은 너무 익숙해서 잊기도 한다.그런 학보사의 기자로 일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