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때 학보가 다룬 그 문제, 지금은 해결됐을까? 1656호부터 본지에 실렸던 학내 이슈를 돌아보는 칼럼 '새로고침'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본교 구석구석,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사진기자의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2020년 8월31일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첫 1년을 비대면으로만 보낸 ‘언택트 새내기’들의 비대면 대학 생활을 다룬 기사가 발행됐다. 이후, 2020년 9월21일 지난 학기를 돌아보며 첫 언택트 학기를 맞았던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가 후속 발행되었으며, 2020년 11월8일 언택트로 진행된 중간시험에 대한
이번 겨울, 나는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의 잔디밭에 앉아있었다. 감사하게도 해외취재 프로그램에 선발돼 덴마크에 다녀왔다. 덴마크에 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은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디자인학도가 아닌 모습으로. 8년 전에는 내가 당연히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디자인의 나라를 찾는다면 아마도 그 공부를 하기 위해서일 거라고 상상했다. 기자를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는 기자였다. 취재하러 간 곳에서는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10명 넘는 덴마크 청년들과 감자수프를 먹었다. 이 또한 상상 못
본교 컴퓨터공학과를 2021년 졸업하고 곧이어 본교 엘텍공과대학원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 컴퓨터공학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어쩌다가 대학원생이 되셨나요?”라는 질문을 올해도 몇 번이나 들었다. 이런 질문의 대부분은 나를 향한 걱정과, 자신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길에 대한 궁금증에서 해주시는 경우가 많다. 질문에 어려있는 애정을 충분히 느끼기에 감사하기도 하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으로, 길고도 긴 여정을 애써 축약해 웃음으로만 설명하게 되는 일이 많았기에 아쉬웠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진짜 답을 말해보려고 한다. 덧붙여 나는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프랑스 파리 제1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부터 본교에 재직하면서 중세 지중해 문명 교류의 역사, 중세 이탈리아 상인들, 자본주의의 형성, 몽골 시대 동서 교류사, 중세 기독교 순례, 이자 대부의 역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Le commerce du cotonen Mediterranee a la fin du Moyen Age』(2007), 『중세 지중해 교역은 유럽을 어떻게 바꾸었을까』(2011), 『이탈리아 상인의 위대한 도전』(2015), 『중세
나는 내 생일 이틀 뒤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지(Cimetière du Père-Lachaise)로 왔다. ‘프랑스까지 가서 공동묘지를? 그것도 생일 이틀 뒤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곳은 언뜻 보면 그냥 정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게다가 쇼팽, 에디트 피아프, 발자크, 몰리에르 등 유명한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묘지를 설명해주는 투어도 있다.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도, 상상하기도 힘든 직업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묘지 가이드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가기 전에는
3월2일 오후5시. 인생 첫 ‘통학러‘가 된 나는 개강 후 첫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발목을 다쳤다. 깁스만은 피하고 싶었지만 결국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병원에서 나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50분. 그중에서 걸어야 하는 시간 15분, 지하철 20분, 버스로 환승해 또 15분. 물론 택시를 타고 가면 편하겠지만 가난한 대학생에게 택시비는 사치다. 지도 앱을 켜고 최소 도보 경로를 한참 찾아 헤맸다.다음날 만반의 대비를 한 채 통학길에 나섰다. 깁스를 한 채 역까지 힘들게 걸어가 탄 지하철에 나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한 칸에 6
자전거를 처음 탈 때 가장 어려운 건 중심 잡기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버리기 쉽다. 대학에 합격하고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자전거를 처음 탔던 날이 떠올랐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데 아빠가 걱정하지 말고 앞만 보라며 자전거 안장을 잡아줬다. 아빠의 말을 믿고 힘차게 발을 굴렀다. 어느샌가 아빠는 없고 나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렇게 자전거를 배웠다. 학교 기숙사에 입사하던 날은 아빠가 몰래 안장을 놓았던 순간처럼 준비되지 않은 채로 훌쩍 떠나버린 느낌이었다.홀로서기를 시작한 뒤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지 않
영화/컨택트(2017)어느 날 세계 각지에 외계 비행물체 ‘쉘’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미국의 언어학자 루이스는 정부의 요청으로 헵타포드(외계에서 온 생물체, “일곱 개의 다리”라는 뜻으로 영화 내 인물이 외계인을 부르는 명칭)가 왜 지구에 왔는지 알아내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해석하기 시작한다. 쉘에서 만난 물리학자 이안과 웨버 대령, 그리고 각 나라의 연구진들과 힘을 합쳐 헵타포드와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만, 곳곳에 방해하는 이들이 산재해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그러나 루이스는 끝까지 외계 존재와의 소통 가능성을
2015년 9월13일, 본지는 본교 야외 캠퍼스에 설치된 쓰레기통이 단 2개뿐이라 야외쓰레기통이 부족해 외부인 관광객과 학생 모두 불편함을 겪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후, 2016년 11월21일 후속 기사에서는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개선된 사항이 없음을 밝혔다.본교에 설치된 야외쓰레기통은 본교에 방문하는 외부인 관광객을 위한 것으로 코로나 시기에 접어들며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2022년부터 세계 각국이 해외 입국자 격리 의무를 면제하는 등 코로나19 방역 제한 조치를 완화하면서, 지난 1월 국제 여행객 수는 461만1370
아름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아름다운 장소에 가면 힘들었던 마음이 치유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지속되어 또다시 그곳을 찾고 싶어질 때 그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길 기대하게 된다. 아름다운 숲에 가서 생명의 역동성을 느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 숲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숲이 지속되기를 원하고 나아가 숲의 아름다움을 지켜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참여하게 된다. 석회 동굴에서 수만 년에 걸쳐 형성된 석주와 석순을 보고 신비로움을 느낀 경험이 있다면 그 동굴의 시간적, 공간적 가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3주간의 휴간을 마치고 돌아온 이대학보입니다. 이번 학기 하반기 발행이 시작됐습니다. 편집국 칼럼으로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도 한 번이 남았네요.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 것 같아 아쉽습니다.이대학보 1660호의 메인 콘텐츠는 해외취재 기획입니다. 기획의 주제는 청년 주거였습니다. 운 좋게 5학기째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 저지만 졸업이 하루하루 다가오니 독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왕이면 학교 근처에서 괜찮은 집을 구하고 싶었지만 이것저것 알아볼수록 망설여졌습니다. 전세는 목돈을 구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 내가 참 좋아하는 문장이다. 그리움은 인간이기에 향유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축복이자 최고의 형벌이다. 어떤 순간을 마음에 담아두어 그리워하든, 이미 지나간 선택을 후회하든, 우리는 현재에 갇혀 있는 유한한 존재다.그리움은 후회일까. 그리움이 후회라면 나는 조금 억울할 것 같다. 사랑스러운 그 기억을 그리워하는 만큼 그 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해 과거에 남으려는 사람이 될 테니 말이다. 나는 내 그리움을 과거의 잘못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리움은 기억의 그림자일 뿐, 불행이 아니기 때
2019년 1학기 중간고사 기간, 대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노르웨이 드라마 ‘스캄(SKAM)’(2015)에 과몰입하고 있었다. 시험 기간 때 드라마가 더 재밌어진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로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지만 어쩌다 노르웨이 드라마였냐고 한다면 우연히 인터넷에서 외국 드라마 추천 게시글을 봤기 때문이었다. 4년 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을지는 꿈에도 모른 채 정주행을 시작했다.드라마 제목인 SKAM은 영어로 Shame, 한국어로 번역하면 수치심, 창피를 뜻한다. 총 4개의 시즌으로 이뤄져 있고 시즌별 주인공이
언젠가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들이 언젠가 나를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 언제가 당장 지금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막연한 생각들. 내 옆에 당연하게 존재하는 누군가가 한순간에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인간의 생이란 참 기묘해서 그렇게 쉽게 끊기지 않는 것 같다가도 이렇게 허망하나 싶을 정도로 한순간에 끝이 난다.어느 날은 문득 버스를 타고 나를 만나러 오는 친구가 혹여나 오는 길에 사고가 나진 않을까 두려웠다. 불안한 마음에 약속 시간이 많이
영화/인생은 아름다워(2022) ‘인생은 아름다워’는 암 선고를 받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주인공 ‘세연’이 두 아이와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가졌던 부담감을 잠시 떨쳐내고 자기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을 찾아나서는 여정으로 구성된다. 이를 두고 못마땅하게 여기던 남편도 이번만큼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내의 ‘첫사랑 찾기’ 여정에 함께하기로 한다. 그렇게 아내의 고향이었던 목포에서부터 시작해 전국을 수소문하며 첫사랑을 찾아나선다.그러나 아내가 찾던 첫사랑은 이미 사고로 죽은 다음이었고, 결국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 여정
‘프랑스’를 얘기하면 어떤 키워드가 떠오를까? 나는 가장 먼저 ‘예술’이 떠오른다. 루브르 박물관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들, 파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에펠탑, 도시 전체를 꽉 채운 오래된 건축물들, 그리고 화가들이 사랑했던 프랑스의 풍경까지... 특히나 프랑스에 예술가가 많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학생의 신분으로 프랑스에 머물면서 나름의 이유를 찾게 됐다.학생이세요? 그냥 들어가시면 됩니다.교환학생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자 발급이라고 말할 것이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양과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본교에 재직하며 데이터베이스, 정보시스템, 빅데이터 관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컴퓨터식 사고와 문제해결기법’(2021)과 ‘인공지능 파운데이션’(2023)을 출간했고 역서로 ‘인공지능 베이직’(2020), ‘데이터마이닝’(2020), ‘딥러닝 AI 프로젝트 실사례’(2020) 등이 있다. 경북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에 가니 오늘날 도서관의 역할을 하는 서고의 이름이 광명실(光明室)이었다. 광명은 ‘만권서적 혜아광명(萬卷書籍 惠我光明)’, 즉 ‘
영화/스즈메의 문단속(2023)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에서 흥행 중이다. 뛰어난 영상미와 인상적인 OST 그리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결말까지 영화의 잔상은 관객들에게 꽤 오래 남을 것이다. 감독의 전작인 ‘너의 이름은.’(2017)과 ‘날씨의 아이’(2019)가 각각 운석과 장마라는 재난이 주요 소재였던 것처럼 이번 영화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전작들은 가상의 자연재해를 배경으로 하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은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일본 극장에서 ‘스즈메의 문단속’을
본교 국제학부 1기로 2005년 졸업. 영국에서 석사학위 취득 후 2007년 대한민국 해군 장교로 임관, 약 8년간 공보장교로 복무하며 해군본부 등에서 제주민군복합항, 천안함 피격 사건 등 각종 이슈 및 위기관리를 담당했다. 현재 호주 외교통상부 소속으로 주한 호주대사관 선임공보관 직책을 수행 중인 동시에 본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얘 이대 나온 여자야.”어느 영화에서 화제가 됐던 그 대사를 들어보지 않은 이화인이 있던가. 여중 여고 여대를 거쳐 당시 96% 이상 남자로만 이루어진 군대에 간 나는 매일 그
“여러분의 새 학기는 안녕하신가요?”어느새 새 학기가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믿을 수 없이 빨리 지나갔다. 이번 한 달 동안 공강 없이 매일 학교에 갔고 2년 동안 했던 과외 수업을 그만두고 제과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으며 학보의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부 부장으로 본격적으로 일했다. 되돌아보면 새로 시작한 일들이 이리도 많다는 것이 놀랍다. 공강 없는 대면 학기에 적응하기도 아직 벅찬데, 아르바이트에 활동까지 새롭게 적응하려니 생각보다 힘든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난생처음 대상포진에 걸려서 일주일간 고생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