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국회에서 눕지 마세요
617
지난 29일 밤 여야 4당의 합의로 선거법, 공수처법, 수사권 조정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랐다. 짧으면 180일, 길면 330일 후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된다.패스트트랙에 오른 과제들의 개혁 여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 모두 제기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의석수 확대 불가’ 요구와 연동형 비례제를 합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시됐다. 의석 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면서 비례성은 높이기 위한 안이다. 지역구 의석수는 253석에서 225석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린다. 이에 지역구
상록탑
박채원 편집부국장
2019.05.05 23:40
-
너와 나의 다른 눈
696
일주일에 한 번, 조금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서울 소재 맹학교에 찾아가는 것이 그것이다. 일주일에 두 시간, 초등학교 미술수업에 들어가 아이들의 미술 교사 보조 역할을 한다. 이만치 말하면 대체로 ‘좋은 일 하시네’라고 말하거나 ‘미술수업이요?’ 하고 되물어온다. 말이 미술교육 봉사지, 가끔은 그림 그리는 것보다 동요를 더 많이 부르다 오는 것 같다. 몇 아이들은 시각장애와 더불어 자폐성 중복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엄지와 검지 등 부분에 힘을 줘, 가위 입을 쩌억-벌려주자! 그리고 3초간 기다리기!” “오른손으로 종이를 사이
상록탑
우아현 사진부 부장
2019.03.31 19:02
-
너무 따뜻해서 이해할 수 없어
911
“사찰음식 먹으러 갈래요?”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비거니즘을 지향하기로 했다고 선언하고 머리 싸매며 요리법 검색하고 있으면 문득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 할 말을 찾고 있으면 “채식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아 부끄럽지만…” 하고 덧붙이는 사람. 먼저 채식 주문법을 검색해 오고, 역시나 지각하는 나를 위해 미리 음식을 시켜두고 반겨주는 사람. 슬슬 집에 갈 준비하며 ‘다음엔 어디 갈까’하고 물으면 학교 앞 어딘가에서 비건 떡볶이를 판다고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 내가 살면서 한 번도 베푼 적 없는 배려를 베풀고도 생색낼 줄 모르는
상록탑
이유진 미디어부 부장
2019.03.25 02:29
-
역사를 외면하는 당신에게
575
역사 왜곡은 평생 반복될 문제다. 당연한 것이 역사에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Carr)는 이렇게 말했다. “산을 다른 시각에서 보면 다른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 형체가 객관적으로 아예 없거나 또는 무수하게 많은 것은 아니다.”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39년이 지난 지금, 사자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11일 광주 법원에 출석했다. 전씨가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2017) 때문이었다. 그는 책에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를 “
상록탑
인물팀 배세정 취재부장
2019.03.16 18:27
-
잘 곳 없는 청년들, 허울 뿐인 정책들
883
나는 방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꽤 황당할 말이지만 오히려 불안하기까지 하다. 다음 학기 거주할 곳이 매번 불투명한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방학마다 짐을 쌌다 풀고 하는 일련의 이사 과정을 반복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방을 옮겼기에 벌써 햇수로 6년 차, 원치 않게 이삿짐 정리의 달인이 됐다. 참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했다. 4년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고 이후 기숙사 선발에서 탈락하며 학교 앞 셰어하우스에서 한 학기 동안 생활했다. 거주를 약속한 기간이 지나, 작년 하반기에는 친구와 함께 학교
상록탑
수업팀 이수빈 취재부장
2019.03.10 14:07
-
아직도 ‘버닝썬 동영상’ 검색하세요?
14670
최근 강남의 한 클럽이 경찰과 유착해 폭행, 성접대, 마약 등의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물뽕(GHB·강간 약물)’에 취한 여성을 돕던 일반인이 클럽 직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고, 인근 경찰서에 신고했으나 도리어 경찰에게까지 폭행을 당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클럽은 ‘버닝썬’으로, 유명 연예인 승리가 운영한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말 그대로 ‘버닝썬 게이트’였다. 폭행 사건이 공론화되며 클럽 강간 약물 성폭력, 유흥업소와 경찰의 유착관계, 조직적인 마약 공급체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력 정치인이 마약을 흡
상록탑
자치행정팀 김수현 취재부장
2019.03.03 20:38
-
대강당이라는 공간
895
문득, 공간을 의식하게 될 때가 있다. 점, 선, 면으로 이뤄진 공간이 피부로 느껴질 때 괜히 어색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기둥의 높이감, 서로 다른 방향의 벽들이 부딪혀 만들어 내는 에너지, 붕 떠 있는 천장으로 재단되는 공간을 찬찬히 구경한다. 학보사 생활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만큼 다양한 장소와 만나게 된다. 행사 장소에 도착해 카메라 설정값을 맞추며 주변을 살피다 보면 익숙한 공간도 그렇지 않은 공간도 낯설게 다가오곤 한다. 그 중에서 특히 ‘대강당’이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1956년 이화여대 창립
상록탑
우아현 사진부 부장
2019.02.26 09:27
-
새 출발선에 서서
851
“안녕하십니까, 이대학보 97기 수습기자가 되고 싶은 전혜진입니다!”2016년의 첫눈이 내리던 11월의 어느 날, 나는 이대학보사 면접을 봤다. 이전부터 수없이 고민했지만,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네 학기 활동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3학년을 앞두고서야 이대학보에 들어왔다. 포스터 속 플러스 펜을 쥐고 기사를 고치는 손, 열정 가득한 당신을 기다린다는 문구를 보고 심장이 두근거렸던 게 엊그제 같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수습기자로 시작해 정기자, 차장기자, 부장기자까지 쉴 새 없이 달렸다. 절대 가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은
상록탑
전혜진 대학취재부 부장
2018.12.03 17:50
-
‘미래지향적’의 비극
883
지난 주 2019 대수능을 치르며 떠오른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 한 조각이 있다. 우리 학교에 들어온 대부분의 학생이 그랬을 듯이 당시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공부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고, 그 엄청난 본성을 억누른 채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마법과도 같은 말이 하나 있었다. 대학에 가면 네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으리라.고등학교에 몸담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의심치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수능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 수능만 끝나면 내가 원하는 삶을
상록탑
김동건 편집부기자
2018.11.26 07:18
-
경쟁력을 위한 경쟁력
561
지난 10월 프로배구 시즌이 개막했다. 이번 시즌부터 여자배구는 기존 평일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로 경기 시간을 변경한다. 가장 많은 관중을 끌어모으는, 일명 ‘프라임타임’에 경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여자배구는 남자배구와 같은 시간에 경기를 치르게 된다.이러한 변화 속에서 선수에게 쏟아지는 질문은 꽤 한결같다. 바로 남자배구와 견줄만한 경쟁력. 여자배구가 구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우리나라에 선사한 종목임을 되짚는다면 다소 씁쓸한 질문이다. 1990년대 겨울스포츠로 절정의 인기를 누린 시기와 비교하면 여자배구가 20
상록탑
선모은 사진미디어부 부장
2018.11.19 10:32
-
1+1=3, 융합 교육이 만들어 낼 제3의 가능성
726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개념이 대두되면서 ‘융합형 인재’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게 됐다. 현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인재, 나아가서 창조적인 융합을 이끌어내는 인재라는 것이다. 이는 융합 교육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됐다.그렇다면 융합 교육이란 무엇일까. ‘융합’의 뜻은 서로 다른 분야가 화학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분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단어가 교육적 방법론과 결부된 ‘융합 교육’은 두 개 이상의 학문 분야를 서로 연계하고 통합해서
상록탑
한채영 사회문화부 부장
2018.11.15 12:48
-
방송언어, 공공언어로서 책임감 가져야
903
지난 화요일은 572돌 한글날이었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매년 한글날이 되면 한글의 우수성과 위대함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널리 알려졌듯이, 한글은 세계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창작자와 제작 원리를 알고 있는 가장 과학적인 문자다. 특히 이번 한글날에는 광화문에서 열린 경축식에서 2005년에 시작한 남북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 작업을 재개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의 한글 연구가 더욱 기대된다.한글날 당일 전국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리고 여러 포털 사이트는 이름을 한글로 바꿨다. TV 프로그램과 신문에서는 저마다
상록탑
전혜진 대학취재부 부장
2018.10.14 22:56
-
새로운 시대는 반드시 온다
771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은 한 권 뿐이다. 전해지는 의 6장은 “서사시와 희극에 관해서는 나중에 말해보도록 하고, 지금은 비극에 관해서 논의해보자”며 글을 시작한다. 허나 그 끝인 26장에 달할 때까지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을 언급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2권이 존재하며, 2권에서는 희극에 대해 논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2권은 언제 어디서 왜 소멸됐을까? 그 질문에 대한 상상으로 ‘장미의 이름’(1986)이라는 소설과 동명의 영화가 탄생하게 된다.1327년 이탈리아
상록탑
김동건 편집부국장
2018.10.08 05:02
-
내가 사랑했던 모든 영화들에게
826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 한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인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짝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몰래 쓴 연애편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전해지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로, 주인공인 ‘라라 진’으로 분한 배우가 동양계 여성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동양계 배우가 ‘라라 진’을 연기하기까지 작가 제니 한의 이유 있는 고집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일찍이 “동양계 여성 배우에게 주인공 자리를 주는 제작사와 함께 하기로 했다”
상록탑
선모은 사진미디어부 부장
2018.10.01 08:49
-
우리의 ‘안전권’ 은 안전한가
602
지난 6일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한밤중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상도유치원 건물이 쌓아놓은 흙막이가 비에 젖어 아래로 무너지면서 주저앉은 것이다. 사건 당일 낮에는 122명의 원아들이 다니고 있었다. 말문이 막힌다.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고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고는 하지만, 안전 불감증과 초동대처 미흡으로 인한 인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유치원 측이 6개월 전부터 수차례 시공사와 감리업체, 동작구청에 사고 우려를 전했지만 안일하게 방치하다 빚어진 사고라는 것이다. 이런 아찔한 국내 사고소식을 접할
상록탑
한채영 사회문화부 부장
2018.09.17 00:05
-
신고는 예방이 아니다
754
얼마 전 친구와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이었다. 분주히 제 갈 길을 가는 인파 속 계단을 내려가는데, 벽에 붙은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그곳에는 “몰래카메라 촬영, 신고가 예방입니다.”라는 문구가 굵은 글자로 인쇄돼 있었다. 특별한 문구도 아니고 딱히 눈에 띌 이유도 없는 포스터였지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그 위에 덧 쓰인 글자였다. 누군가 포스터 위에 유성 매직으로 가위표를 치고 문구를 고쳐놓은 것이었다. “몰래카메라 촬영, ‘찍지 않는 것이’ 예방입니다.”그야말로 ‘몰카 공화국’이다. 불법 촬영 범죄가 기승을 부리
상록탑
전혜진 대학취재부 부장
2018.09.10 07:30
-
여러분이 ‘피키 블라인더스’를 봐야하는 이유
11749
시대극과 정치적 올바름이 공존할 수 있을까. 오늘날처럼 인종, 성별, 성정체성 등 다양한 가치가 혼재된 다원적 사회에서 그러지 못했던 과거를 배경으로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단일적이고 정치적 올바름에 무관심한 사회라면 걱정을 할 필요 없겠다. 하지만 다문화가 진행된 지 100년이 넘었고, 나름 선진국으로서 다양한 가치를 포용하려 노력하는 영국 정도 되는 나라라면 그러한 고민을 할 법하다. 2013년에 제작돼 각종 시상식을 휩쓸고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영국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Peaky Blin
상록탑
김동건 편집부국장
2018.09.03 19:23
-
거꾸로 가는 한국 연예계
585
50년대 미국 사회에 매카시즘 광풍이 불었을 때였다. 당시 미국 정부에서는 소위 ‘빨갱이’로 의심되는 일부 작가들과 배우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아카데미 시상 본부에 송부했다. 결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와 배우의 이름은 해당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불리지 않았다. 대신 낯선 이름들이 시상식에 울려 퍼졌고, 그 누구도 단상 위에 올라가 상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회자는 진행을 이어갔고, 무대 밑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짜기라도 한 듯 침묵했을 뿐이다. 당시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와 배우들은 모두 해당 회차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상록탑
김동건 편집부국장
2018.06.04 00:52
-
“요즘 애들은 정치를 모른다”는 당신에게
769
“난 드루킹이 뭐가 나쁜지 모르겠어. 그냥 개인이잖아, 그 사람이 댓글을 조작한 게 그렇게 큰일인가?” 이 말을 들은 순간,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일단 이 사건의 본질은 사회 여론이 개인에 의해 조작됐다는 것이다. 드루킹은 대선 전부터 9만여 개의 댓글을 쓰며 여론을 조작했고, 현직 여당의원과 수백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나아가 이 사건은 인사 청탁, 돈거래와도 연관돼 있다. 그래서 한낱 ‘개인의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
상록탑
유현빈 대학취재부 부장
2018.05.28 09:11
-
우리는 매 순간 여성혐오에 대해 생각한다
1084
“이대 아직도 메이퀸 해요? 아, 가서 봐야하는데.“ “여대는 어때요? 원래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잖아.“ 이화를 벗어나 잠시 외부에서 실습교육을 받는 중이다. 처음으로 이화라는 공간을 벗어나 ‘진짜 사회’에 나왔다. 연습이긴 하지만 드디어 사회인이 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내가 ‘여자’라서 겪는, 말로만 듣던 사회생활에서의 성적 차별을 실습 첫 날부터 느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글의 가장 처음 두 문장이 바로 그날 내가 들었던 말이다. 내가 실습 중인 기관엔 나를 제외한 모든 학생이 남녀공학 대학교에
상록탑
김승희 사회·문화부 부장
2018.05.21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