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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 기업에서 말하는 그 놈의 스토리. 스토리 만들러 아프리카를 가거나 국경이라도 넘어야겠다.” 얼마 전 취업을 준비하는 한 친구가 내뱉은 말이다. 취업을 하려면 스펙 5가지(인턴 경험, 자격증, 제2외국어, 토익, 학점)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말하던 사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만의 스토리’를 원한다고 말을 바꿨다. 스펙은 있으나 마나렷다. 칸칸이 비워진 이력서에 20대들은 자신의 인생을 써야한다. 25해 남짓 살아온 인생에서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주인공이었던가를 이력서를 통해 말해야 한다. 어쩌면 사람들의 삶, 그 자체가 영화나 드라마일지도 모른다. 비록 매순간이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소소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자신만의 인생이야기는 그 어느 영화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그러나 20대가 이력서에 써내려가는 그들의 인생은 과연 매력적일까.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는 태도, 성격, 인성 등을 포괄하는 비인지적 능력을 갖춘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 채용 방식에 변화를 줬다. 창의성과 도전의식을 보여주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지닌 인재 선발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에게는 ‘스토리’는 취업으로 가는데 늘어난 또 다른 짐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입시위주 교육으로 대학교육의 근본이라고 볼 수 있는 자기계발과 성찰이 유보되어 왔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사회가 요구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대학에서 자기계발과 성찰은 미뤄두고 잔인한 취업경쟁에 몰두했다. 그런데 기업에서 입사를 위해 요구하는 것은 학벌, 역사의식 더 나아가 스토리까지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고 다원화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어쩌면 더 새로운, 더 극적인 스토리에 목을 매며 이를 팔고 또 사재는 사회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일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자소설’을 쓴다고 한다.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실제 경험담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자질을 드러낼 수 경험담을 허구로 작성하는 경우를 비꼬아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이 같은 현실을 언급하면서 ‘스토리의 스펙화’를 우려했다. 그는 “지원자들의 이야기가 점점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합격자 수기를 보고 비슷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채로 대기업 신입사원에 뽑힌 이의 지원서를 읽으며 과연 필자의 인생은 칸칸이 채울 수 있을까. 지난주 여름향기 가득한 이화 교정을 떠나는 졸업생들을 보면서 그들의 인생이 그들의 미소만큼이나 알찼는지 궁금함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필자가 꿈꾸는 미래는 일개미의 인생극장일까 아니면 자신을 위한 인생극장일까. 몇 해 전 대기업을 그만두던 한 사원의 사직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저는 1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오늘의 행복이라고 믿기에. 현재는 중요한 시간이 아니라, 유일한 순간이라고 믿기에.”

상록탑 | 박예진 편집국장 | 2014-09-01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