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록탑] 당신도 중국인을 혐오하나요?
1439
‘지구의 바퀴벌레’, ‘착짱죽짱(착한 짱깨는 죽은 짱깨)’, ‘바이러스 그 자체’. 모두 중국인을 가리키는 혐오 표현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다는 기사들이 터져 나오자 중국인 혐오가 시작됐다. 아니 더 심해졌다고 하는 게 맞겠다. 한국 사회 곳곳에 이미 중국인 혐오는 만연했으니까.1월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란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2월22일 76만1833명의 동의를 얻고 마감됐다. 코로나19 감염원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국내 입국을
상록탑
우지은 자치행정팀 취재부장
2020.09.01 12:05
-
[상록탑] 학보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
727
학보에서 동문 인터뷰를 나가면 꼭 하는 질문 중 하나가 ‘학교에 다니면서 했던 인상 깊었던 활동이 있나요?’이다. 만약 이 질문을 내가 받는다면 ‘이대학보’라고 답할 것이다.얼마 전 이대학보는 104기 신입 기자 모집을 진행했다. 이번 신입 기자의 이대학보 지원서를 보니 학보에 들어오려고 지원서를 준비했던 때가 생각났다. 언론인을 꿈꿨기에 대학에 입학하면 꼭 하고 싶은 활동 1순위는 대학 언론사에 들어가는 거였다. 이대학보에 지원한 후 떨어지면 어떡하나 안절부절못하다 합격 발표가 나고 가족들에게 바로 합격 소식을 알렸던 기억이 여전
상록탑
임유나 수업팀 취재부장
2020.06.02 11:30
-
[상록탑] 기록의 힘
688
고등학생 때부터 줄곧 가져온 습관이 하나 있다. 오늘 하루 계획을 세우고, 자잘한 일이라도 모두 기록하는 것. 스터디 플래너로 시작된 나의 기록은 손바닥만한 수첩으로 이어졌다. 대학 입학 이후론 이 수첩이 내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젠 수첩 없인 하루를 시작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이 순간도 이 글을 마무리한 후 수첩에서 상록탑 원고 쓰기를 지우겠지.학보 기자로 일하면서부턴 수첩에 인터뷰 일정을 메모하고, 마감날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적어둔다. 마감날 잠자리에 들기 전엔 빠진 일 없이 하루 일과를 짧게 기록한다. 휴대
상록탑
강지수 인물팀 취재부장
2020.05.25 11:32
-
[상록탑] 언어로 맺는 존중의 관계
666
휴간 기간 막바지, 대전고등법원 이인석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존댓말로 작성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판결문에 익숙지 않다면 ‘존댓말로 판결문 쓴 게 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통상 판결문에는 ‘~하라’, ‘~한다’ 식의 어미가 쓰인다.존댓말 판결문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7년 전, 긴급조치 제9호와 관련한 재심 청구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사법부는 과거 잘못에 대해 존댓말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전체 판결문 중 사과의 뜻이 담긴 문장 딱 하나가 그랬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1948년 7월17일 헌법 제정 이래로 모든 판결문이 반말
상록탑
김혜연 미디어부장
2020.05.18 12:28
-
[상록탑] 코로나19가 쏘아 올릴 작은 공을 기대하며
540
불행 중 다행. 코로나19가 수많은 나쁜 소식 중 기쁜 소식 하나를 선사했다. 매연과 온실가스가 줄어 공해 물질 방출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뜻밖의 소식이다.얼마 전 가디언 지(The Guardian)가 영국 웨일스의 한 도시를 점령한 산양 떼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람들이 활동을 멈추니 거리가 한가해졌고, 조용해진 도심을 독차지하게 된 산양들은 신나게 거리를 돌아다녔다. 주민들이 가꿔놓은 정원의 풀을 뜯어 먹기도 했다.활기를 되찾은 건 야생동물만이 아니다. 인간이 멈췄더니, 지구가 건강해지고 있다.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상록탑
황보현 사진부장
2020.04.21 00:53
-
[상록탑] 꽃 구경은 내년으로
517
꽃들이 만개한 4월. 평소 같으면 만발한 꽃을 구경하기 위해 상춘객이 몰려들 시기다. 하지만 올해 지역 축제들은 관광객의 발길을 끊기 위해 꽃을 파쇄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길 양옆에 유채꽃이 펴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되기도 한 제주 녹산로. 마을 주민들은 제주 녹산로 주변에 핀 9.5㏊ 규모의 유채꽃을 제거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13개 정도의 면적이다. 자연스레 유채꽃 축제도 취소됐다. 1년 장사인 봄 축제를 취소해 경제적 손실을 보더라도, 관광객을 차단해 코로나19
상록탑
임유나 수업팀 취재부장
2020.04.14 12:01
-
[상록탑] 청년·여성 정치인 키운다더니
622
총선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총선특별취재팀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후보자 명부를 살폈다. 이대가 속한 서울 서대문구갑 지역구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현역 의원과 미래통합당 이성헌 후보가 또다시 결전한다. 자그마치 여섯 번째 대결이다. 재선, 3선, 심하면 4선 의원들이 굳건히 지키는 텃밭에 어떻게 정치 신예가 싹을 틔우겠나. 여성 공천 비율을 30%대로 끌어올리고 청년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은 허울 뿐이었다. 여성과 청년은 정치로부터 자연히 멀어졌다.이번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의 평균 나이는 54.8세. 중
상록탑
강지수 인물팀 취재부장
2020.04.06 14:11
-
[상록탑] ‘우라까이’ 하지 않은 2년
1119
지난주 토익을 봤다. 나오면서 헛웃음이 ‘껄껄껄’ 나왔다. 시간이 모자랐다. 영어 공부를 한 시간보다 ‘토익 잘 보는 팁’을 찾아본 시간이 더 많으니 그러하지. 아마 목표 점수를 위해서는 시험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요행을 바라다가 망한 꼴이다.학보사 들어오기 전 내 모습이 딱 이러했다. 번역기 사용해 영어 에세이 쓰고 좋은 점수 받기를 바랐고, 수업 때 졸고 시험 전날 족보 보면서 A+이 나오기를 바랐다. 결과는 참으로 썼다. 요행은 통하지 않았다. 아직도 새내기 시절 망친 학점을 복구하고 있다.새내기 막바지, 학보사에 들어왔
상록탑
이수빈 편집부국장
2019.12.02 09:20
-
[상록탑] 독자와 함께하는 학보가 되길 바라며
647
존재감 있는 교내 언론을 만들겠습니다! 지난주도 어김없이 밤을 지새우며 1593호를 마감했다. 그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인턴 기자들과 함께했다는 점, 그리고 내게 또 다른 책임의 무게가 지어졌다는 점이다. 편집국장이란 직책을 바로 코앞에 둔 지금, 학보를 다시 되돌아봤다.처음 학보사 기자로 활동한다는 내 말에 친구는 “이대학보? 학보가 뭔데?”라고 되물었다. 당시는 학보를 모른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이제 와서 주변을 돌아보니 놀랄 일이 아니었다. “학보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라고 묻던 사람부터 학보를 소개했을 때 “교내신문사가
상록탑
이수연 취재부 차장
2019.11.25 15:04
-
[상록탑] 성평등 검찰 위한 개혁안을 기대하며
633
검찰 개혁으로 사회가 뜨겁다. 법무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어제(14일)는 검찰 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상황을 사전 보고한다는 골자의 안이 나왔다.검찰 권력을 견제한다는 이유로 쏟아내는 개혁안을 보고 있자면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이 든다. 지금까지 나온 개혁안 중 검찰 내 성평등을 목적으로 하는 안은 왜 없는지 의문이 들어서 그렇다. 올해 여성들이 모여 외쳤던 성폭력 검찰 규탄 시위를 보고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한국 첫 미투(#MeToo) 운동은 부끄럽게도 검찰로부터 시작됐다. 서지현 검사는 ‘안
상록탑
김수현 취재부 부장기자
2019.11.18 12:06
-
[상록탑] 각자의 속도를 인정했다면 난 삼수를 했을까?
1580
날이 추워지고 있다. 수능 날의 냄새, 수능 날의 바람이 느껴진다. 어느덧 올해 수능 디데이가 한 자릿수밖에 남지 않았다. 다들 보는 수능 무슨 유별인가 싶겠지만, 집에 수능 샤프가 세 자루나 되는 나로서는 매년 이맘때쯤 항상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내 고등학교 모의고사 성적표엔 4등급에서 8등급까지 가지각색의 등급이 적혀있다. 공부를 잘하지도, 공부에 관심이 있지도 않았던 때다. 어쩌다 수능은 평소 실력보다 훨씬 잘 봐서 지방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내 첫 대학이다.나와 맞지 않는 전공, 본가에서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먼
상록탑
배세정 취재부장
2019.11.12 12:29
-
[상록탑] 계엄령과 거꾸로 민주주의
579
계엄령은 전쟁의 언어다. 권위적, 억압적, 폭력적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19회의 비상계엄과 7회의 경비계엄이 선포했다. 반대 세력을 탄압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계엄은 반독재를 타도하라 외치는 시민 사회를 향했다. 엄중한 선포로 시민은 총구 앞에 놓였다. 그렇기에 계엄은 역사의 자리에서만 있어야 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말이다.2017년은 한국 정치사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는 해였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시민들은 주요 도시의 중심부로 모여 정권 퇴진, 탄핵 운동을 펼쳤다. 폭력은 없었다. 시위는 정치 풍자와 함성
상록탑
이수빈 편집부국장
2019.11.03 15:26
-
[상록탑] ‘그냥’ 만드는 콘텐츠는 없어야 한다
794
매일 새로 업로드 되는 영상 콘텐츠, 그리고 다른 계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반복적으로 전달되는 기존 영상 콘텐츠. 우리는 SNS 플랫폼에서 매일 새로운 동영상을 접할 수 있다.그런데, 영상 콘텐츠의 수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내가 SNS 어플에서 가장 자주 누르게 된 건 ‘페이지 숨기기’, ‘게시물 숨기기’ 버튼이다.콘텐츠 시청자와 제작자 간의 구분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지금. 기존의 영상 콘텐츠 시청자가 콘텐츠 제작자로도 활동이 가능해지며 많은 사람이 영상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게 됐다. 라이브 방송, 먹방, 브이로그, 뉴스 콘텐츠
상록탑
이화선 사진부 부장 기자
2019.10.06 01:20
-
[상록탑] 당신의 말의 무게에 짓눌리길
777
얼마 전 한 대학교수의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교수는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일부였다는 역사 왜곡 발언을 했다. 교수의 만행은 의문을 제기한 학생에게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는 성희롱으로까지 이어졌다. 본 수업의 내용과 녹음본이 공개되며 며칠 동안 해당 교수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현재는 해당 강의는 중단된 상황이며 총학생회와 동문회에서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대책위원회에서는 배움을 위한 공간인 대학이 해당 교수의 발언으로 인해 폭력의 공간이 되었으며 학생들의 교육권 또한 지켜지지
상록탑
김미지 사진부 부장기자
2019.09.30 11:25
-
[상록탑] 모두가 달려도 걸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565
흔히 사람들에게 한국인을 대표하는 문화를 물으면 열에 아홉은 ‘빨리빨리’ 문화라고 답할 거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나라는 빠른 배달, 빠른 인터넷 등 죄다 속도를 강조하는 문화가 많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기 전부터 슬그머니 짐을 내려 빨리 나갈 계획을 세우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 한국인 아니냐’ 생각할 정도다. 그만큼 우리는 일 자체가 갖는 가치만큼 그 일을 처리하는 속도 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 총량은 누구나 비슷함에도 한국에서는 인생을 어떤 속도로 사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우린 인생에 한해서
상록탑
김수현 자치행정팀 취재부장
2019.09.21 13:14
-
-
[상록탑] 소수자의 시각으로, 소수자의 언어로
1085
철 지난 드라마 속 가난한 주인공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밝고 씩씩한 얼굴이다. 월세가 밀려서 집에서 쫓겨나고 일자리가 사라져 수중에 돈이 없어도 마치 만화에 등장하는 캔디처럼 자신 앞에 닥친 가난이라는 고난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충분히 무찌를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고 성취를 이룬 내용의 영화는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장애를 갖고 있는 주인공은 장애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위기와 좌절을 극복하고 결국엔 성취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사람들은 이렇게 콘텐츠에 재현된 모습을 보곤 감명을 받고 눈물을 흘리
상록탑
김보영 미디어부장
2019.09.01 15:35
-
[상록탑] 한 여름 밤의 꿈
739
철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 어른들은 흔히 “너 아직 사람 되려면 멀었다”고 말한다.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 표현은 분명히 잘못됐다. 아동 또한 온전한 인간임을 간과하고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동을 미성숙의 보호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을 지적하고 존엄성을 지닌 주체로 인정해야 함을 주장하는 협약이 있다. 바로 ‘유엔 아동권리 협약’. 올해는 UN 총회에서 ‘유엔 아동 권리 협약’을 채택한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1989년 만장일치로 통과한 이 협약은 아동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에 관한 기본
상록탑
이수빈 편집부국장
2019.08.26 13:14
-
둘리도 안녕 길동 아저씨도 안녕
1129
“둘리보다 고길동이 불쌍해질 때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 얼마 전 친구에게 이 말을 듣고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내 머릿속에는 둘리와 고길동이 함께 산다. 그것도 원작을 고증하듯 매일 같이 우당탕탕 싸워가며. 이들의 달갑잖은 동거는 학보 막학기를 인턴 생활과 병행하며 시작됐다. 인턴으로 일하는 회사에서 나는 사고뭉치 둘리의 꼴을 한다. “넵”, “죄송합니다” 연발하며 동분서주한다. 잎새에 이는 작은 실수에도 괴로워한다. 학보실에서 나는 길동 아저씨의 모양새다. 실수 하나에 “다음부터는”, 실수 하나에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상록탑
이유진 미디어부장
2019.06.03 04:36
-
나를 위한 행복한 시간 보내기
762
이번 주 월요일에 늦잠을 잤다.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수업이 3개나 있었는데, 침대에서 떨어지기 싫어서 오후2시까지 자버렸다. 수업 3개는 모두 무단결석했다. 잠자는 그 순간은 달콤했는데, 일어나자 후회가 됐다. 어차피 학보 회의하러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냥 갈걸, 지금까지는 이렇게 연속으로 무단결석한 적이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뒤늦게 나의 학점이 걱정되기 시작했다.생각해보니 요즘 내가 후회한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교직수업에서 과제를 까먹어서 2주일 미루기도 했고, 며칠 전에 치렀던 조선시대사 중간고사는 아는 게 거의 없
상록탑
배세정 인물팀 취재부장
2019.05.26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