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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이거’ 안하고 왔어.”“야, 당장 가서 ‘이거’ 입고와!”“난 ‘이거’ 안 하면 편하긴 한데 다른 사람 시선 신경 쓰여서 입게 되더라.” 대화 속에 등장하는 ‘이것’. 바로 브래지어(brassiere)다. 브래지어.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가슴을 감싸는 여성용 속옷. 유방을 받쳐 주고 보호하며 가슴의 모양을 교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브래지어는 가슴모양을 교정하는 특성상 가슴을 조인다. 이 때문에 상당수 여성들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브래지어를 입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 착용한다. 바로 이 ‘당연함’에 ‘왜 당연하지?’란 질문을 던진 팀이 있다. 본교생 이민하(국문·09), 이정연(철학·09), 장다혜(방송영상·09), 정성은(방송영상·10), 최선아(철학·10)씨로 이뤄진 ‘노브라블럼’팀이다. 올해 KBS주관으로 개최된 ‘KBS 신세대 VJ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노브라블럼 팀의 정성은씨와 이정연씨를 8월28일 본교 앞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브라블럼’은 전공수업인 최윤정 교수(방송영상학과)의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에서 시작됐다. 팀 이름이자 영상의 제목이기도 한 ‘노브라블럼’은 ‘노브라도 노 프라블럼(No problem)’ 즉, ‘브래지어를 입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의미의 합성어다. 이런 불편한 브래지어를 ‘왜 반드시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브래지어 착용이 당연해서’ 또는 ‘그냥’ 이라면 ‘굳이 브래지어를 안 해도 되지 않나?’라는 문제의식이 영상으로 이어졌다. “여성학 수업을 수강하고 있던 팀원이 ‘노브라’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어요. 브래지어가 여성에게 어느 순간 스스로가 만든 강박이 됐다는 거죠. 저희 역시 그 생각에 공감했고 영상 주제로 결정했죠.”(정성은) “저희는 영상을 통해 ‘노브라를 해야만해!’라고 강력한 주장을 하기보다는 ‘노브라라는 선택지도 고려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보통 외출하기 전 어떤 브래지어를 착용할까만 생각하지만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노브라’라는 선택지도 있다는 것이죠.” (이정연) 노브라블럼 팀은 제작기간 6개월 동안 노브라에 관한 인식조사와 체험을 동시에 진행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남성들을 모아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 팀원이 몇 가지 상황에서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어떤 반응과 느낌인지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 오히려 여성이 노브라가 ‘부끄럽다’는 반응을, 남성은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게 브래지어는 하나의 강박이었던 것이다.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를 할 때 여성들 중에 밤에 잘 때도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것이 편하다는 분도 있었어요. 또한 이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하거나 여성 자체적으로 ‘하지말아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죠. ‘어떻게 그래?’라는 반응도 있었고요.”(정성은) “남성들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어요. 자신들이 착용을 하지 않는 입장이라 그런 것인지 몰라도 착용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반응이 많았거든요.”(이정연) 친척과 지인 등 팀원 주변 사람들은 노브라에 관해 이중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괜찮다고 이야기하다가도 팀원이 직접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래야만 하냐’는 반응이었다. “친척들은 ‘뭐, 어때’라고 하다가도 제가 직접 안하고 나간다고 하자 ‘안 된다’ 또는 ‘티 나지 않게 하고 나가면 안 되냐’는 반응을 보였어요. ‘왜 티가 나면 안돼?’라는 질문에는 ‘티가 나면 야하다’, ‘보기 안 좋다’ 또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란 이유를 들었죠.”(이정연) “일부 남성의 경우 괜찮다고 하다가도 ‘자신의 여자친구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팀원 중 이 때문에 남자친구와 싸운 친구도 있었죠.”(정성은) 영상은 이들의 체험과 사람들의 의견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남고생부터 여대생까지 학교 안팎에서 그들이 직접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게 ‘노브라’에 관한 의견을 묻고 답변을 담았다. 또한, 팀원들이 노브라로 대중교통 타기, 수업듣기, 쇼핑하기 등 직접 체험을 하는 모습을 찍고 체험 당시 느꼈던 점을 인터뷰 형식으로 다뤘다. 이들의 영상 제작은 쉽지만은 않았다. 체험을 하며 불편함을 겪기도 했으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노브라로 수업듣기를 체험할 때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죠. 이 영상을 제작한 수업시간에 저희 영상기획을 발표하면서 노브라 상태임을 이야기했어요. 그 후 주변 사람의 시선은 물론이고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친구들이 불편함을 받았을 것이란 생각이 체험자 자신에게 거꾸로 불편함을 주었던 것 같아요.”(이정연) “남성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어요. 굉장히 솔직하게 ‘노브라’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이야기도 했고요. 참여한 사람들의 허락을 받고 영상에서 사용을 했는데 나중에 영상을 보고 여자친구가 기분 나빠했다며 삭제를 요청했어요. 결국 재편집을 해야 했죠.”(정성은) 노브라블럼 팀은 이 영상으로 ‘KBS 신세대 VJ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영상은 심사위원으로부터 ‘참신함과 창의력이 돋보인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사실 영상을 제작하고 출품하면서 일반적인 시각이 아닌 주제를 KBS에서 어떻게 볼지 많이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쁘죠.”(이정연) 영상을 제작한 후에도 이들은 종종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도 이번 영상 제작을 계기로 ‘노브라’에 관한 생각이 바뀐 것은 이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직접 체험을 해보니 가슴 크기와 관계 없이 브래지어 착용 전과 후가 가슴 모양이 다르더라고요. 착용하지 않은 그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저희에겐 브래지어를 착용한 이상적인 가슴의 모양이 정상으로 여겨졌던 것을 깨달았죠.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인지를 알자 노브라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졌어요.”(정성은) “영상을 제작하면서 누구보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저희였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고 구체적으로 왜 내가 노브라를 하는가에 관한 이유도 세울 수 있었죠.”(이정연)

인터뷰 | 민소영 기자 | 2014-09-01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