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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취업만 되면 소원이 없겠다’ 취업을 준비하는 지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모두의 소원이 같아졌을까. 취업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급의 시대적 과업이 된 듯하다. 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의 세부종족(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계층을 이르는 신조어)이라 불리는 고3, 아줌마, 군인에 이어 취준생(취업준비생)이 그 대열에 합류할 정도다. 2013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청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청년 고용률은 39.7%로 20대 절반 이상이 취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취업이 지상과제가 되어버린 이들에게 꿈을 말한다는 것은 촌스러운 일이 된지 오래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자기계발서는 ‘~에 미쳐라’ 라는 제목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만큼 꿈과 도전, 그리고 열정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을 신화화하기 바쁘고 다른 사람들은 신격화된 사람들을 쫓아가기 바쁘다. 절대다수가 극소수의 신화를 바라보는 상황. 그 신화를 위해 사람들은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멘토’를 찾아다니고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맨다. 그렇게 청춘은 헐값에 팔려나간다. 하지만 우리 조금은 솔직해지자. 사실은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바라는 성공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투입되어도 단지 몇 사람만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이를 경쟁이라 부른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사람들이 젊음을 팔지 않고서 경쟁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성공을 위한다는 이유 때문에 수험생은 ‘재수’라는 이름으로, 대학생은 ‘휴학’, ‘졸업유예’ 등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젊음을 팔아치우고 있다. 사실상 필연적으로, 경쟁은 ‘청춘팔이’를 담보로 하는 셈이다. 이러한 청춘팔이와 꿈팔이를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이미 개인의 모든 생각과 행동이 경쟁에 집중되어 있는데다 사회적 분위기 역시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청춘팔이와 꿈팔이는 취업 수준에 따른 소득의 격차로, 더 나아가 생활의 격차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준생에게 당장 스펙 쌓기와 스토리 만들기를 그만두라는 것은 과히 잔인한 짓이다. 그렇다면 과연 취준생이 설 곳은 어디인가. 잉여짓(무의미한 행동을 의미하는 자조적 표현)과 청춘팔이의 경계가 그 위치다. 장기간의 청춘팔이와 꿈팔이는 우리에게 명사만을 안겨줄 뿐, 그 뒤의 삶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하지만 삶이 명사만으로 끝날 수는 없기에, 잉여짓이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 그 사이의 소통, 개인의 기호 등 개인의 삶을 구성하는 이 모든 것들은 사소하지만 더없이 중요하다. 취업과 관련 없는 잉여짓, 취준생이 누리기에는 사치스러운 행위로 보일지언정 국토대장정과 같이 취준생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스토리’보다 의미 있는 선물이자 변혁의 가능성이 되리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취업을 밀어 붙이는 세태와 확신 없이 취업에 매달리는 청춘에게 애도를 보낸다. 지나친 청춘팔이와 꿈팔이에 분노하며 젊음이 젊음다워 질 수 있길, 꿈이 꿈다워 질 수 있길 소망한다.

상록탑 | 조윤진 편집부국장 | 2014-09-15 22:14

“에라이, 기업에서 말하는 그 놈의 스토리. 스토리 만들러 아프리카를 가거나 국경이라도 넘어야겠다.” 얼마 전 취업을 준비하는 한 친구가 내뱉은 말이다. 취업을 하려면 스펙 5가지(인턴 경험, 자격증, 제2외국어, 토익, 학점)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말하던 사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만의 스토리’를 원한다고 말을 바꿨다. 스펙은 있으나 마나렷다. 칸칸이 비워진 이력서에 20대들은 자신의 인생을 써야한다. 25해 남짓 살아온 인생에서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주인공이었던가를 이력서를 통해 말해야 한다. 어쩌면 사람들의 삶, 그 자체가 영화나 드라마일지도 모른다. 비록 매순간이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소소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자신만의 인생이야기는 그 어느 영화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그러나 20대가 이력서에 써내려가는 그들의 인생은 과연 매력적일까.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는 태도, 성격, 인성 등을 포괄하는 비인지적 능력을 갖춘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 채용 방식에 변화를 줬다. 창의성과 도전의식을 보여주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지닌 인재 선발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에게는 ‘스토리’는 취업으로 가는데 늘어난 또 다른 짐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입시위주 교육으로 대학교육의 근본이라고 볼 수 있는 자기계발과 성찰이 유보되어 왔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사회가 요구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대학에서 자기계발과 성찰은 미뤄두고 잔인한 취업경쟁에 몰두했다. 그런데 기업에서 입사를 위해 요구하는 것은 학벌, 역사의식 더 나아가 스토리까지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고 다원화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어쩌면 더 새로운, 더 극적인 스토리에 목을 매며 이를 팔고 또 사재는 사회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일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자소설’을 쓴다고 한다.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실제 경험담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자질을 드러낼 수 경험담을 허구로 작성하는 경우를 비꼬아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이 같은 현실을 언급하면서 ‘스토리의 스펙화’를 우려했다. 그는 “지원자들의 이야기가 점점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합격자 수기를 보고 비슷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채로 대기업 신입사원에 뽑힌 이의 지원서를 읽으며 과연 필자의 인생은 칸칸이 채울 수 있을까. 지난주 여름향기 가득한 이화 교정을 떠나는 졸업생들을 보면서 그들의 인생이 그들의 미소만큼이나 알찼는지 궁금함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필자가 꿈꾸는 미래는 일개미의 인생극장일까 아니면 자신을 위한 인생극장일까. 몇 해 전 대기업을 그만두던 한 사원의 사직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저는 1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오늘의 행복이라고 믿기에. 현재는 중요한 시간이 아니라, 유일한 순간이라고 믿기에.”

상록탑 | 박예진 편집국장 | 2014-09-01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