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20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담양 펜션 화재, 장성 노인병원 화재, 환풍기 붕괴사고 등 올해에는 인명 피해를 수반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해였다. 비통한 참사를 겪은 후에야 국가 전체가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안전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본교 또한 얼마 전 학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그러나 여전히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미비한 수준이며, 특히 학교 차원에서의 안전 개선 노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본교 캠퍼스 내의 도로는 사유지로 구분되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러한 학내 도로에서의 안전은 학교 차원에서 관리하고 신경 쓰지 않는 이상 그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것이다. 학내에서 과속을 하는 차량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 역시 학교 차원에서 관리를 담당할 수밖에 없다. 본교의 도로가 경사가 많고 좁은데다 신호체계가 없이 횡단보도만 있기 때문에 안전 관리가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넓은 캠퍼스 전체에 배치된 안전 요원은 고작 10명에 불과하다. 이들 마저도 근무시간이 오후6시까지여서 이후가 되면 학생들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이러한 위험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대처는 미진하기만 하다. 기숙사 신축 공사 때문에 공사 차량이 오가는 상황을 고려해 안전 요원을 5명 증원하기는 했지만, 이 외에 부차적인 안전 개선 노력은 여전히 ‘계획’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학내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단순히 한 번의 공지사항으로만 학생들에게 주의를 줬을 뿐, 이외의 안전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안전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주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생 개개인의 주의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교 차원에서 먼저 안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계획 속에만 존재하는 과속방지턱 설치, 보행로 확보 등의 방안을 구체화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신호등 설치 등의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가 꾸준히 안전 문제 개선 및 안전 의식 함양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의 안전 의식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학생 개개인에게 “노력하라”는 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하여 안전 문제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12-01 20:33
제47대 총학생회(총학) 선거는 두 개의 의미로 뜨거웠다. 3년 만에 이뤄진 경선으로 학생들은 오랜만에 캠퍼스 곳곳에서 두 개 선본의 유세를 지켜볼 수 있었다. 함께 이화, Moving 이화 두 선본은 모두 각자의 선본 명이 적힌 피켓을 흔들며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외쳤다. 이 때문일까. 매해 연장을 거듭하던 총학 선거는 18일~19일 제 시간에 개표 가능 투표율 50%를 넘겼다. 이번 총학 투표의 또 다른 뜨거움은 후보자 자질 논란이다. 함께 이화 선본은 정후보의 성적 기준 미달로 학교 측과 마찰을 겪었고, Moving 이화 선본 또한 정후보 소속 단대에서 학생회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러한 선거 잡음에도 불구하고 20일 이뤄진 개표 결과, 함께 이화는 약 72.31% 득표율을 얻어 제 47대 총학생회에 당선됐다. 재적인원 1만 2716명 중 7981명(약 54.23%)의 이화인이 투표권을 행사했고, 함께 이화는 72.31%의 득표율로 차기 총학생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투표권을 행사한 이화인 10명 중 7명이 함께 이화 선본에 지지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모습을 보며 ‘한 집 선거’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지난 선거와 비교해 ‘경선’으로 선거 형태 차원의 차별화에는 성공했지만, 당선 선본과 기존 총학의 성격은 무척이나 닮았다. 함께 이화 후보 이력 란에는 제45대 총학생회 ‘우리이화’ 연사국원, 제46대 총학생회 ‘시너지이화’ 대학구조조정대응팀장, 선전소통국장 등 총학 집행부 활동 내역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이들이 내세운 공약인 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 학생식당 개선요구, 절대평가제 도입 등은 기존 총학의 공약과 차별화된 점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작년 시너지 이화가 내세웠던 대표 공약 6개 중 상당수가 우리 이화가 내걸었던 공약과 흡사해 일부에서 비판 여론이 일었음에도, 공약 답습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물론 총학 집행부 출신 선본에게 순기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다 가까이서 총학의 모습을 지켜보며 필요한 자질, 개선해야 할 점 등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집’에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당선 총학은 ‘한 집 출신’의 순기능을 살려 매서운 눈으로 본교의 상황을 살피고, 이화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유권자였던 학생들 또한 스스로 ‘총학 감시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11-24 11:32
대학가가 성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교내 성 소수자 단체의 포스터나 현수막이 고의적으로 훼손되는 등 호모포비아(성적 소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차별)적 단체의 활동이 해를 더해갈수록 극성인 까닭이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고려대는 9월28일 총학생회칙(회칙)에 성별, 인종, 사상, 종교, 장애 등에 이어 차별 받지 않을 내용으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항목으로 추가했다. 지금까지 성 소수자 권리 보장 조항을 회칙에 명시한 대학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파격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고려대에 이어 한양대 역시 위축되는 성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9월30일 교내 전학대회에서 성 소수자 단체를 총학생회(총학) 산하 중앙특별위원회로 인준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 연세대 둥 타대 성 소수자 동아리 역시 어엿한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고 있다. 본교 내 성 소수자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은 약 2000년대로, 타 대학에 비해 비교적 일찍 확립됐다. 본교의 대표적인 성 소수자 단체인 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변날)’가 2002년 공식 자치단위로 인준된 것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성 소수자의 권리 보장에 대해 마냥 청사진을 꿈꿀 수만은 없다. 성소수자 권리 보장이 제도적으로 확립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대학 내부의 인식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려대와 한양대가 보이고 있는 성 소수자 권리 보장 정책 역시 호모포비아가 교내 성 소수자 집단을 향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성 소수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발단이 됐다. 고려대 성 소수자 모임 ‘사람과 사람’의 경우 2월 성 소수자 신입생 환영 현수막을 도난당했고, 한양대 성소위의 신입 모집 입간판은 신원 미상의 인물에 의해 다리가 부러졌다. 본교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러한 사건이 벌어졌다. 실제로 10월22일 오후 10시경에는 신원 미상의 인물이 학생문화관(학문관)에 게시된 변날 포스터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변날 포스터는 반 쯤 찢긴 상태로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여전히 성 소수자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들을 향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사건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아직까지 온전한 화음을 내지 못하는 제도와 인식의 문제점을 방증한다. 인식을 담아내지 못하는 제도는 의미가 없듯, 반드시 필요한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식 역시 문제다.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순간, 제도와 인식의 평행선은 필연적으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대학가의 움직임에만 초점을 두고 반가워하기보다 성 소수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인식이, 더 나아가 그들을 오직 관용과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벗어나 공존의 대상으로 보려는 자세가 절실한 때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11-03 13:34
지난 5월14일~6월10일 본교 총무처 총무팀이 연구실안전진단 전문 업체 동양티피티에 의뢰해 본교 내 실험실 및 실습실 507개를 대상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했다. 실험실의 안전수준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 연구실 안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가스안전, 전기안전 등 약 8개 항목으로 나뉘어 진행된 진단 결과, 본교 실험실과 실습실은 종합안전등급 평균 2등급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등급이 경미한 보수가 필요한 상태지만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는 내용만 보기에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성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안전’이라는 단어에도 ‘준수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좋은 걸까. 평균 2등급이라는 숫자 뒤에는 가스누출, 화재, 폭발 등의 위험이 곳곳에 묻어있는 실험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밀안전 진단팀이 실험실을 방문했을 때 고압가스가 저장돼 있는 일부 실험실에서는 몇 몇 고압가스 용기가 체인이나 가죽 끈으로 벽에 고정돼 있지 않고 용기의 입구를 덮는 보호캡이 없는 등 자칫하면 가스누출이나 폭발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 문제 상황을 다수 목격할 수 있었다. 안전보건공단이 가스용기는 벽이나 무거운 책상 등에 가죽끈 또는 체인으로 단단하게 묶어둬야 한다는 내용으로 발표했던 ‘실험실 안전보건에 관한 기술지침’과는 전혀 상반된 상황이다. 사소한 습관이나 안일한 생각이 지적받기도 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르면 실험실 내 취사행위 등 안전의식부족으로 지적받은 건수가 전체 지적 건수 중 약 60%(1603개 중 960개)를 차지했다. 실험실 안전을 위해 마련된 안전수칙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수치다. 일부 연구원의 경우 화재 위험이 있는 실험실 내에 침대를 설치해두는 등 위험 가능성을 간과한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렇게 자각하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위험에 노출된 실험실을, 단순히 안전등급 성적이 ‘평균’ 수준이라는 이유로 마냥 두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 안전은 그럭저럭 괜찮은, 나쁘지 않은 수준에서 만족해도 되는 사항이 아니다. 아주 찰나의 가능성에라도 사고가 벌어지기 마련이고, 그 사고는 곧 커다란 피해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안전은 모든 벽돌 아래 놓이는 주춧돌과도 같다. 학생들의 교육 수준, 교수들의 연구 성과, 그리고 직원들의 복지는 ‘안전’이 완전히 확보된 이후의 문제다. 이번 진단이 연구원은 물론, 학내 구성원들이 평소 자신의 안전의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 후 약 170일이 지난 지금, 모두의 마음에 달린 노란 리본이 벌써 빛바래서는 안 되는 법이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09-29 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