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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20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담양 펜션 화재, 장성 노인병원 화재, 환풍기 붕괴사고 등 올해에는 인명 피해를 수반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해였다. 비통한 참사를 겪은 후에야 국가 전체가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안전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본교 또한 얼마 전 학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그러나 여전히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미비한 수준이며, 특히 학교 차원에서의 안전 개선 노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본교 캠퍼스 내의 도로는 사유지로 구분되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러한 학내 도로에서의 안전은 학교 차원에서 관리하고 신경 쓰지 않는 이상 그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것이다. 학내에서 과속을 하는 차량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 역시 학교 차원에서 관리를 담당할 수밖에 없다. 본교의 도로가 경사가 많고 좁은데다 신호체계가 없이 횡단보도만 있기 때문에 안전 관리가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넓은 캠퍼스 전체에 배치된 안전 요원은 고작 10명에 불과하다. 이들 마저도 근무시간이 오후6시까지여서 이후가 되면 학생들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이러한 위험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대처는 미진하기만 하다. 기숙사 신축 공사 때문에 공사 차량이 오가는 상황을 고려해 안전 요원을 5명 증원하기는 했지만, 이 외에 부차적인 안전 개선 노력은 여전히 ‘계획’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학내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단순히 한 번의 공지사항으로만 학생들에게 주의를 줬을 뿐, 이외의 안전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안전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주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생 개개인의 주의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교 차원에서 먼저 안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계획 속에만 존재하는 과속방지턱 설치, 보행로 확보 등의 방안을 구체화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신호등 설치 등의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가 꾸준히 안전 문제 개선 및 안전 의식 함양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의 안전 의식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학생 개개인에게 “노력하라”는 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하여 안전 문제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12-01 20:33

제47대 총학생회(총학) 선거는 두 개의 의미로 뜨거웠다. 3년 만에 이뤄진 경선으로 학생들은 오랜만에 캠퍼스 곳곳에서 두 개 선본의 유세를 지켜볼 수 있었다. 함께 이화, Moving 이화 두 선본은 모두 각자의 선본 명이 적힌 피켓을 흔들며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외쳤다. 이 때문일까. 매해 연장을 거듭하던 총학 선거는 18일~19일 제 시간에 개표 가능 투표율 50%를 넘겼다. 이번 총학 투표의 또 다른 뜨거움은 후보자 자질 논란이다. 함께 이화 선본은 정후보의 성적 기준 미달로 학교 측과 마찰을 겪었고, Moving 이화 선본 또한 정후보 소속 단대에서 학생회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러한 선거 잡음에도 불구하고 20일 이뤄진 개표 결과, 함께 이화는 약 72.31% 득표율을 얻어 제 47대 총학생회에 당선됐다. 재적인원 1만 2716명 중 7981명(약 54.23%)의 이화인이 투표권을 행사했고, 함께 이화는 72.31%의 득표율로 차기 총학생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투표권을 행사한 이화인 10명 중 7명이 함께 이화 선본에 지지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모습을 보며 ‘한 집 선거’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지난 선거와 비교해 ‘경선’으로 선거 형태 차원의 차별화에는 성공했지만, 당선 선본과 기존 총학의 성격은 무척이나 닮았다. 함께 이화 후보 이력 란에는 제45대 총학생회 ‘우리이화’ 연사국원, 제46대 총학생회 ‘시너지이화’ 대학구조조정대응팀장, 선전소통국장 등 총학 집행부 활동 내역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이들이 내세운 공약인 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 학생식당 개선요구, 절대평가제 도입 등은 기존 총학의 공약과 차별화된 점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작년 시너지 이화가 내세웠던 대표 공약 6개 중 상당수가 우리 이화가 내걸었던 공약과 흡사해 일부에서 비판 여론이 일었음에도, 공약 답습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물론 총학 집행부 출신 선본에게 순기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다 가까이서 총학의 모습을 지켜보며 필요한 자질, 개선해야 할 점 등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집’에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당선 총학은 ‘한 집 출신’의 순기능을 살려 매서운 눈으로 본교의 상황을 살피고, 이화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유권자였던 학생들 또한 스스로 ‘총학 감시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11-24 11:32

2015년 이화인의 목소리를 대변할 학생 대표를 뽑는 투표가 18일(화)~19일(수)까지 실시된다. 학생들은 이 기간 중에 총학생회를 비롯해 단과대학(단대), 학과 대표를 뽑게 된다. 올해는 특히 3년 만에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질 예정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2년간 단선이었다는 점이 학생 자치에 무관심한 학생들의 모습을 반영했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취업 등의 이유로 학생의 입후보만이 아니라 학생회 활동 자체에 관심이 꾸준히 떨어진 것이다. 투표율이 낮은 것은 고질적인 문제다. 선거 효력이 발생하려면 제적수의 과반수가 투표를 해야 한다. 최근 5년간 본지 보도에 따르면 투표율은 50% 대를 가까스로 넘기기 일쑤였다. 그나마 조금씩 증가세를 보이던 투표율도 재작년부터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단대 및 학과 선거의 경우는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투표 기간이 연장되는 건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투표함을 들고 다니며 투표를 권하는 이동투표가 행해지기도 한다. 사회에서도 대통령 선거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국민들도 나라를 이끌 대통령뿐 아니라, 시·도를 이끌 대표에게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 바로 지방자치제며, 지방자치의 확대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직결된다. 교내에서 지방자치의 기능을 하는 것은 단대 학생회, 더 작게는 학과 학생회다. 이들은 총학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각 단대의 세세한 문제를 총학에 전달하고 총학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이화 내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한다. 이러한 면에서 매년 단대 학생회의 투표율이 총학 투표율보다도 낮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총학 선거에 비해 선거 운동의 규모가 작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이유다. 그렇다고 느낌이나 이미지만으로 판단해 선출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다시 돌아온다.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자유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학생 자치권 보장을 원한다면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해줄 대표에 소중한 한 표를 던져야한다. 자유게시판에 학교에 대한 불만과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 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이 바로 선거 참여다. 잘못 선출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발생하는 문제들은 정당하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혹은 그렇게 선택한 유권자의 책임이다. 다가오는 선거에 관심을 아끼지 말자. 투표는 기본이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11-17 13:52

“이화여대 같은 경우에는 졸업해서 장관급 이상 부인 되시는 분, 영부인이 된 분들이 좀 많아요? 그 사람들 공부할 때는 그렇게 어렵게 자취나 하숙해가면서 공부했더니 이제는 학교 재정이 커지니까 돈 있다고 그냥 아무 데나 막 때려 지으면 안 되잖아요.” 지난 10월16일 라디오 프로그램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연대-이대 기숙사건립대책위원회 이재복 회장의 말이다. 기숙사 신축에 앞서 그동안 학생을 위해온 임대업을 그만큼 배려해달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2016년 2월 완공을 앞둔 본교 기숙사가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반기를 들고 있는 까닭이다. 이들이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이유는 기숙사를 신축함에 따라 인근 상권에 해당하는 하숙과 임대업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지난 9월16일 본교 후문에서 진행한 시위로 처음 대두된 불만은 이후 일간지에 관련 광고를 기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요즘 사회를 고려했을 때, 백 단위를 훌쩍 넘는 지역단체들의 단합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주장대로 신축 기숙사는 학생과 자연, 지역주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골칫덩이일까. 본교의 경우 현재 8.4%에 불과한 기숙사 수용률은 이번 기숙사 신축으로 20% 수준으로까지 확대된다. 지금보다 2344명이 추가로 기숙사에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싼 집값에 발을 구르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다행스런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랜 기간 학생을 위해 일해 왔는데 이토록 억울한 처사가 어디 있느냐는 그들의 주장은, 얼핏 들으면 학교라는 거대자본의 피해자처럼 들리지만 그 바탕에는 철저한 지역이기주의가 깔려있다. 기숙사 신축을 곧 수입의 감소로 이해하는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학생들을 수입원 즉, 수익 창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과 마주하게 된다. 이들이 강조했던 주장대로 학생들을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그토록 계산적인 결과와 판단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이러한 처사는 오히려 기숙사와 하숙을 이용하는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부담과 실망감을 안겨주고 본인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지역이기주의라는 이름의 부끄러움을 남길 뿐이다. 기숙사 문제로 얼굴을 붉히고 있는 지역단체 모두 기숙사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길 바란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11-10 13:44

대학가가 성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교내 성 소수자 단체의 포스터나 현수막이 고의적으로 훼손되는 등 호모포비아(성적 소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차별)적 단체의 활동이 해를 더해갈수록 극성인 까닭이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고려대는 9월28일 총학생회칙(회칙)에 성별, 인종, 사상, 종교, 장애 등에 이어 차별 받지 않을 내용으로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항목으로 추가했다. 지금까지 성 소수자 권리 보장 조항을 회칙에 명시한 대학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파격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고려대에 이어 한양대 역시 위축되는 성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9월30일 교내 전학대회에서 성 소수자 단체를 총학생회(총학) 산하 중앙특별위원회로 인준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 연세대 둥 타대 성 소수자 동아리 역시 어엿한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고 있다. 본교 내 성 소수자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은 약 2000년대로, 타 대학에 비해 비교적 일찍 확립됐다. 본교의 대표적인 성 소수자 단체인 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변날)’가 2002년 공식 자치단위로 인준된 것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성 소수자의 권리 보장에 대해 마냥 청사진을 꿈꿀 수만은 없다. 성소수자 권리 보장이 제도적으로 확립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대학 내부의 인식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려대와 한양대가 보이고 있는 성 소수자 권리 보장 정책 역시 호모포비아가 교내 성 소수자 집단을 향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성 소수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발단이 됐다. 고려대 성 소수자 모임 ‘사람과 사람’의 경우 2월 성 소수자 신입생 환영 현수막을 도난당했고, 한양대 성소위의 신입 모집 입간판은 신원 미상의 인물에 의해 다리가 부러졌다. 본교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러한 사건이 벌어졌다. 실제로 10월22일 오후 10시경에는 신원 미상의 인물이 학생문화관(학문관)에 게시된 변날 포스터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변날 포스터는 반 쯤 찢긴 상태로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여전히 성 소수자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들을 향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사건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아직까지 온전한 화음을 내지 못하는 제도와 인식의 문제점을 방증한다. 인식을 담아내지 못하는 제도는 의미가 없듯, 반드시 필요한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식 역시 문제다.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순간, 제도와 인식의 평행선은 필연적으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대학가의 움직임에만 초점을 두고 반가워하기보다 성 소수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인식이, 더 나아가 그들을 오직 관용과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벗어나 공존의 대상으로 보려는 자세가 절실한 때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11-03 13:34

한국을 방문하는 중화권 관광객들 사이에는 본교가 필수 관광코스다. 본교 정문의 배꽃 문양 부조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은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문이 중화권들 사이에 퍼져 있다. 또 ‘이화(梨花)’의 중국어식 발음이 ‘돈이 불어난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중화권의 발길을 끄는 이유다. 덕분에 본교 앞 상권은 ‘제2의 명동’이라 불리고 있다. 그러나 본지에서 중화권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의외의 이유였다. 대다수의 관광객이 이화를 방문한 이유로 꼽은 것은 바로 ‘한류(韓流)’였다. 몇 년 전부터 이어진 한류열풍의 흐름 속에 이화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 한국 문화가 전파 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늘었고 국내 관광지들의 서비스 수준 또한 몇 년 사이 급격히 성장했다. 이처럼 한류의 긍정적인 흐름 속에 과연 관광 에티켓도 그만큼 성장했다고 볼 수 있을까. 본교 정문 앞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화권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가 정차한다. 본교에 들러 사진을 찍고 학교를 관광하기 위해서다. 학교를 방문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일부 관광객들이 학생들이 수업하는 강의실을 무단 침입하고 ECC 열람실 유리벽 너머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면서 크게 소음을 내는 등 피해를 주고 있다. 심지어 지난 7월에는 중국의 한 블로그에 ‘한국 이화여대생의 1000가지 포즈’라는 제목으로 본교 캠퍼스 안에서 무단으로 촬영한 학생들의 사진이 올라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중화권 관광객 문제를 위한 해결이 일방통행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본교 구성원들이 각각 노력하는 만큼 관광객 또한 구성원을 배려하는 관광을 해야 할 것이다. 손님 때문에 이화의 주인인 구성원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관광객이 작년 430만명에 이어 올해 5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중국은 2016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다. 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이화로 몰려오는 것은 좋지만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것에 걱정이 앞선다. 기왕 찾아온 김에 결혼 복, 돈 복만 따지지 말고 한국 여성교육의 요람인 이화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사설 | 이대학보 | 2014-10-06 10:02

지난 5월14일~6월10일 본교 총무처 총무팀이 연구실안전진단 전문 업체 동양티피티에 의뢰해 본교 내 실험실 및 실습실 507개를 대상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했다. 실험실의 안전수준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 연구실 안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가스안전, 전기안전 등 약 8개 항목으로 나뉘어 진행된 진단 결과, 본교 실험실과 실습실은 종합안전등급 평균 2등급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등급이 경미한 보수가 필요한 상태지만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는 내용만 보기에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성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안전’이라는 단어에도 ‘준수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좋은 걸까. 평균 2등급이라는 숫자 뒤에는 가스누출, 화재, 폭발 등의 위험이 곳곳에 묻어있는 실험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밀안전 진단팀이 실험실을 방문했을 때 고압가스가 저장돼 있는 일부 실험실에서는 몇 몇 고압가스 용기가 체인이나 가죽 끈으로 벽에 고정돼 있지 않고 용기의 입구를 덮는 보호캡이 없는 등 자칫하면 가스누출이나 폭발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 문제 상황을 다수 목격할 수 있었다. 안전보건공단이 가스용기는 벽이나 무거운 책상 등에 가죽끈 또는 체인으로 단단하게 묶어둬야 한다는 내용으로 발표했던 ‘실험실 안전보건에 관한 기술지침’과는 전혀 상반된 상황이다. 사소한 습관이나 안일한 생각이 지적받기도 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르면 실험실 내 취사행위 등 안전의식부족으로 지적받은 건수가 전체 지적 건수 중 약 60%(1603개 중 960개)를 차지했다. 실험실 안전을 위해 마련된 안전수칙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수치다. 일부 연구원의 경우 화재 위험이 있는 실험실 내에 침대를 설치해두는 등 위험 가능성을 간과한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렇게 자각하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위험에 노출된 실험실을, 단순히 안전등급 성적이 ‘평균’ 수준이라는 이유로 마냥 두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 안전은 그럭저럭 괜찮은, 나쁘지 않은 수준에서 만족해도 되는 사항이 아니다. 아주 찰나의 가능성에라도 사고가 벌어지기 마련이고, 그 사고는 곧 커다란 피해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안전은 모든 벽돌 아래 놓이는 주춧돌과도 같다. 학생들의 교육 수준, 교수들의 연구 성과, 그리고 직원들의 복지는 ‘안전’이 완전히 확보된 이후의 문제다. 이번 진단이 연구원은 물론, 학내 구성원들이 평소 자신의 안전의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 후 약 170일이 지난 지금, 모두의 마음에 달린 노란 리본이 벌써 빛바래서는 안 되는 법이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09-29 09:29

본교 제15대 총장으로 이화 역사상 첫 이공계 출신이자 두 번째로 젊은 총장이 부임했다. 8월1일 취임한 최경희 총장(52)은 1979년 당시 49세였던 정의숙 총장 이래로 가장 젊다. 최 총장은 젊은 총장답게 취임 이후 여느 총장과는 다르게 신선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본교 교수들과 허물없이 소통하고 싶다는 최 총장의 제안에 따라 지난 8월20일 ‘2014학년도 전체교수회의’의 한 순서로 교수들과 총장 간의 허심탄회한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총장이 직접 다수의 교수들을 만나 교수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전의 총장들이 하지 않았던 파격 행보다. 당시 교수들과의 토론 현장에서 최 총장은 “현장에서 시간관계상 답변하지 못한 75개의 질문에 대해서도 일일이 답변을 작성하고 있다”며 “당장 들어줄 수 없는 것도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최 총장이 임기 동안 추진하고자 하는 네 가지 혁신 방안 중 ‘소통 혁신’에 해당된다. 취임 이래, 몸소 소통을 보여주는 총장에 대한 이화인의 관심이 높다. 귀를 열고 학내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자 움직이는 총장 모습이 사뭇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화가 당면한 과제는 총장 혁신 방향에도 나타난 것처럼 그 수가 하나, 둘에 그치지 않는다. 또 해결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기부금 확충, 연구 및 교육 인프라의 획기적 개선, 쾌적한 캠퍼스 조성 등 세계 일류 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해 본교가 추진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고,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될 만한 것은 없다. 이를 위해 최 총장은 자신부터 개방하고 소통하는 면모로 일신하겠다고 밝혔다. 이화 내에서 울리는 작은 목소리 하나에도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 총장은 “격식을 따지지 않고 언제든 논의할 것이 있으면 학생들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학생 의견을 귀 담아 듣겠다’는 최 총장의 목소리가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합을 이루는 조정능력과 성공을 보장하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최 총장은 취임 후 한 달간 학내 여러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모습으로 ‘소통의 추진력’을 보여줬다. 앞으로 그는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혁신 이화’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소통하는 ‘쿨한 총장’. 4년 뒤, 임기를 마무리하는 최 총장의 별명이 되길 바란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09-15 21:58

지난 7월10일, 학내 상업 시설이 일부 바뀌면서 이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생겨났다. 학교가 학교의 주인인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새로운 상업시설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7월10일 ‘돈만 쌓는 이화여대에 맞선 대학생들의 도전’(실천단)이라는 이름의 단체를 결성하고 학교 측에 입찰정보 및 임대료 수입 등 상업시설에 관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약 일주일에 걸쳐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866명의 서명을 요구안과 함께 재무처 처장에게 전달했다. 7월31일, 실천단이 초기에 서명과 요구안을 전달하고자 했던 학생처에서 요구안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천단이 요구안 전면 수용을 요구하면서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한 싸움이었다. 일보전진을 위해서는 이보후퇴도 필요한 법이다. 총학생회와 같이 공식적인 기구도 아닌 실천단이 본교생 4.33%에 불과한 866명의 서명으로 학생처로부터 일정 부분이나마 요구안을 수용하게 했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좋은 성과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이러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는 가히 박수를 주고 싶지만 요구 전면 수용만을 외치는 모습에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백점짜리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충 역시 때에 따라 중요한 미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듯 보였다.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갈등이 아닌, 서로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에 그치는 갈등은, 제대로 물장구를 치지 못하는 헛발질에 불과하다. 우리 몸에 두 손이 있어야 제대로 손뼉을 칠 수 있듯, 학교와 학생의 호흡이 맞을 때 비로소 대학이 발전하는 법이다. 그리고 대학이라는 손뼉을 위해서는 학교와 학생 모두가 성숙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성숙한 학교와 학생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필요로 한다면, 상호가 처해있는 문제를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급선무다. 서로를 비난하고 자신의 상처를 내밀기에 급급한 행동은 자신의 어려움을 들어달라고 마냥 떼를 쓰는 어린 아이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조금씩이나마 상대의 상황을 들여 보고자 노력한다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시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치 앞에 놓인 상황에 답답해하지 말자. 학교와 학생 모두 소통이라는 성숙한 행동 아래 모두의 미래가 담긴 청사진을 찾길 희망한다.

사설 | 이대학보 | 2014-09-01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