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방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험 기간도 아직은 아니고, 봄이라기엔 덥지만 여름이라기엔 아직은 좀 이른 듯한 요즘입니다. 지극히도 평범한 날들인 것 같지만 이대학보 구성원들에겐 나름 큰 의미가 있는 이번 주인데요. 이대학보는 이번에 발행되는 1642호를 끝으로 올해 1학기 발행 일정을 마칩니다. 이번 학기 열 번의 발행을 마치고 열한 번째 신문 제작의 막바지 과정에 있는 지금, 시간이 언제 이리 흐른 건지도 모를 만큼 바삐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네요.매주 똑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신문이지
오락적 콘텐츠로 주목과 비판을 동시에 받은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분 지 반 년 가까이 지났다. 각종 패러디와 코스튬으로 일상 곳곳에서 일명 ‘오겜 열풍’을 볼 수 있었다. 서서히 흔적이 사라지던 중, 나는 뜻밖의 곳에서 ‘오징어 게임’의 흔적을 찾았다.나는 매주 세 번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 기관인 키움센터에서 아동 돌봄 교육을 한다. 센터에는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있고, 아이들은 자유시간이 되면 보드게임을 하거나 술래잡기 놀이, 혹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무궁화 게임) 놀이를 하곤 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자유시
17일 오후1시18분. 부쩍 더워진 날씨에 나무 그늘을 찾다가 교내에서 텃밭을 발견했다. ‘밟지 마시오’라는 지킴이 표지판 옆에, 얼마 전 심은 듯 파릇파릇한 잎이 올라오고 있었다. 새싹을 감싸고 있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검정 비닐이 아닌 신문. ‘혐오·차별 청산하고 포용의 정치 펼쳐라’라는 제목의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바를 시민에게 물어 적은 기사였다. 재배 시 경작지의 흙을 덮는 자재를 멀치(mulch)라고 한다. 멀치는 토양의 침식을 막아주고, 수분을 유지하며, 땅의 온도를 조절하고,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아주는 등 다양한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몇 번이나 문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동이 트고 있습니다. 이대학보의 일원으로 한솥밥을 먹은 지도 벌써 3학기째, 새벽 작업이 일상화되다 보니 이젠 낮보다 밤에 더 바쁜 사람이 됐습니다.어느새 이대학보는 이번 학기의 마지막 발행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요. 이번 호수를 제외하면 이제 한 호의 기사만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한 회차의 발행을 끝마치면 이제 저 역시도 ‘이대학보를 만드는 사람’에서 ‘이대학보를 읽는 사람’으로 돌아가겠지요.그동안 독자 여러분께서는 학보를 어떻게 읽으셨나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 봄의 마지막 기운을 만끽하고 싶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네요. 가만히 잔디밭에 누워 가벼운 바람을 맞으며 풀내음을 실컷 맡고 싶은 요즘입니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게 된 지 벌써 2주 정도가 지났지만, 얼굴에 직접 닿는 상쾌한 공기가 아직은 조금 어색하기도 하네요. 독자 여러분은 늦봄의 공기를 어떤 방식으로 맞이하고 계신지 새삼 궁금해집니다.매 학기 이맘때쯤이면, 다시 말해 종강하기 전 달의 중순쯤이면 이대학보는 새로운 구성원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이번
나는 도덕성의 기준이 불쾌감에 있다고 믿는다. 이런 관점에서 ‘잘’ 나온 사진은 사람에게 불쾌감이 아닌 쾌감을 선사하는 사진이다. 사진을 찍은 사람, 사진에 찍힌 사람, 또 사진을 보는 사람이 긍정적인 느낌을 받을 때 그 사진이 ‘좋은 사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도사진을 찍다 보면 이 명쾌한 기준에 의문이 생긴다.사진기자는 사진으로 사실을 왜곡 없이 전달할 의무를 갖는다. 사진을 사실과 다르게 조작해서는 안 된다. 이 원칙은 누가 봐도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가끔 이 당연한 원칙이 딜레마를 안겨주는 상황이 있다. 인물사진을
“30초 만에 불행해지는 방법 알려줄까?” 3년 전,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까지도 내 뇌리에 박혀 있다. 쉬는 시간에 공부하는 아이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친구와 반 뒤쪽에서 조용히 얘기하던 중 난데없이 고개를 든 불행이었다. “내가 저 애보다 못난 점 하나씩만 빠르게 생각하면 30초 안에 30개의 단점이 생겨. 30번 불행해지지.”불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방법이 번아웃에 빠진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썩은 동아줄을 잡았다. 남과 나를 비교해 30개의 단점을 얻으면 내 삶에 경각심을 느
2일 오후4시9분. 카메라를 들고 등굣길에 지나친 버스정류장에 다시 갔다. 이대부고 정류장에 있는 ‘바비톡’ 광고 때문이다. ‘대한민국 1등 뷰티 정보앱’ 딱지가 붙어있는 이 광고에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살펴보는 여성의 그림 위로 크게 ‘바비톡 할까?’라는 문구와 혼잣말을 표현하듯 작게 ‘뭐가 그렇게 맛있었냐...’라는 문구가 적혀있다.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짧은 순간에도 문구와 그림의 부조화가 눈에 띄었다. 그림 속 여성의 허리는 한 줌에 잡힐 정도로 가늘게 표현돼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내 허리는 한 줌에 잡히지 않는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분명 지난번 글을 시작할 때만 해도 ‘어느덧 4월’이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무심하게도 벌써 5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제법 날이 풀린 것을 넘어 약간은 덥게도 느껴질 정도로 기온이 올라갔는데요, 이렇게 2022년의 봄도 끝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여러분의 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항상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할 따름입니다.이대학보는 이번 주로 무사히 이번 학기의 8번째 발행을 마쳤습니다. 다행히 이번 주는 목요일이 공휴일인지라 부담이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고된 중간고사 기간이 끝나고 어느새 이번 학기의 후반부에 접어들었네요. 이대학보도 중간고사 대비를 위한 3주간의 휴간을 마치고 발행을 재개했습니다. 오랜만에 독자 여러분들을 다시 뵙는다고 생각하니, 벌써 이번 학기의 7번째 신문을 제작하고 있음에도 새삼스러운 설렘까지 느껴지는 듯합니다.이맘때쯤이면 모두가 기다리는 날이 있지요. 공휴일이 없는 4월을 보내고 기쁜 마음으로 맞는 ‘빨간 날’, 5월 5일 어린이날입니다. 하지만 이번 학보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기쁘기보단 조금은 어두운 현실을 담은
올해 초 스웨덴에 다녀왔다. 코로나19가 악명 높던 시기였지만 운 좋게 해외취재 프로그램에 선발됐고, 그렇게 취재차 스웨덴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유명 대학도시, 웁살라(Uppsala). 낮고 오래된 건물이 아름답던 도시에서 우리는 총 학생 부회장부터 교환학생 코디네이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학생자치 조직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던 터라 한국과 스웨덴 학생문화의 전반적 차이, 그리고 이에 얽힌 그들의 에피소드들을 잔뜩 들을 수 있었는데, 우습게도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느낀 가장 큰 차이는 ‘
누군가 우연히 마주한 부모님의 젊은 시절 연애 편지. 그런 걸 찍어 올리면 SNS 상에서 늘 화젯거리가 된다.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문장과 사랑 가득 담긴 단어들은 지난 시대의 표상처럼 남아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나의 경우는 엄마가 대학생이던 때 썼던 일기장이었다. 소박한 생김의 그 노트에는 짧게 적은 시구, 친구들과 나눈 필담이 빼곡했다. 스물 몇 살 일상의 기록인데도 마치 문학책을 보는 듯 어휘가 풍부했고 뾰족한 구석이 없어 기분 좋게 술술 읽혔다. 엄마의 일기를 보던 나는 인터넷에서 누군가의 부모님이
3월29일 오후10시41분. 3번째로 도착한 편의점에서 1시간도 넘게 기다린 끝에 ‘포켓몬 빵’을 손에 넣었다. 1번째 편의점에선 벌써 매진이라 실패했고, 2번째 편의점은 오래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팔지 않는다고 했다.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하고 없어서 못 사기도 하는 이 빵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맛있어서는 아니고 그 안에 ‘띠부띠부씰’이 들어있기 때문이다.유행에 따라 유튜브 등 SNS에서 포켓몬 빵 개봉기도 많이 보인다. 한 편의점에서 팔 수 있는 양을 2개로 제한하고 있는데도 영상 속에는 수많은 포켓몬 빵들이 있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어느덧 4월이 됐습니다. 요즘은 날이 제법 풀려 가벼운 외투만으로 외출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네요. 특히 활짝 만개한 꽃을 볼 때면 이유 없는 행복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평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4월은 이대학보에게 유독 특별한 달이었습니다. 혹시 독자 여러분께서도 짐작하셨을까요? 바로 12면 발행이라는 다소 거창한 계획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이대학보는 주로 8면을 기준으로 발행을 기획합니다. 8면 기획을 위해서는 약 11편에서 13편, 많게는 14편까지 기
지금의 내 삶은 몇 챕터 정도에 와있을까? 새해가 시작되고 모두가 신년 목표를 외치던 연초가 얼마 안 지난 것 같지만, 벌써 올해의 3분의 1이 지났다. 나는 뭐든 쉽게 싫증나고 재밌어 보여 시작한 것도 익숙해지면 지루해한다. 매일같이 ‘지겨워’를 연발하기에 ‘분기’, ‘새해’, ‘학기’와 같은 경계선들은 반가운 상징이다. 이 경계선을 만나면 지금의 지루함을 떨쳐내고 새 시작을 할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경계선들은 새로움에 대한 설렘이었고, 설렘은 반복되는 일상을 이끌어나갈 원동력이 됐다. 이 원동력에 대한 갈망이 심화된 것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캠퍼스 곳곳에서 파릇한 봄의 정취를 조금씩 엿볼 수 있는 가운데, 이대학보도 어느덧 3월의 마지막 발행을 하게 됐네요. 매주 한 호수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가는 여정 속에서, 문득 ‘이걸 읽게 될 분들은 어떤 사람들일까’하는 막연한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오프라인에서 독자분들을 만나 뵙기 어려운 지금, 배포대에 놓인 신문이 줄어들고 이대학보 홈페이지 기사의 조회수가 늘어나는 걸 보면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학보를 챙겨 읽고 있는 중’이라는 걸 깨닫고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거울 속의 얼굴과 사진 속의 얼굴은 꽤 다르다. 거울은 좌우가 바뀌고 사진은 렌즈에 의한 왜곡이 생긴다. 결국 두 얼굴은 눈으로 보이는 ‘진짜 얼굴’과도 다르며 우리는 자기 얼굴도 모르고 살아간다. 얼굴처럼 스스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특권과 특혜가 그렇다. 특권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존재하기 때문에 그 정체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대학에 가면 시야가 넓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지방에서 온 친구들이 생기고 다양한 꿈과 목표들을 만났다. 누구는 로스쿨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고
대한민국의 유리천장은 아직도 굳건하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의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성별 간 임금 차이, 경제활동 참여율, 의회 및 관리직 내 여성 비율 등 10가지의 지표를 통해 산출한다. 2021년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29위를 기록했다. 10년 연속 최하위권이다. 순위가 낮을수록 직장 내 여성 차별이 심하다는 뜻이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새학기가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어느새 몇몇 수업들은 과제와 발표 공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네요. 독자 여러분께서도 학교 생활에 무탈히 적응 중이시겠지요? 모두들 모쪼록 새학기의 첫 단추를 잘 꿰고 계시길 바랍니다. 영영 안전할 것만 같았던 학보실에 지난 주 코로나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학보 구성원 중 확진자와 유증상자가 생긴 것입니다. 이내 대면으로 작업을 계속 진행해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사실 요즘에는 화상회의 프
기자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 와 기사로 쓴다. 인터뷰이가 고뇌와 노력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경험을 기사에 싣겠다는 이유로 기자가 갖은 정보를 쏙쏙 뽑아간다. 나도 나 자신이 순간 파렴치한으로 느껴질 만큼 집요하게 그들의 시간을 베껴온다. 인터뷰를 하는 일은 나의 생에 24시간, 365일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과 같다. 누군가의 실패와 성공, 좌절과 환희의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다.사실 이 작업은 기자보다 독자에게 훨씬 쉽고 효율적이다. 그러나 기사를 찾는 사람은 점차 줄어든다. 책보다 짧고 영화, 드라마보다 사실적인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