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대학보 이지선 기자입니다.”학보를 하는 3학기 동안 수많은 전화를 시작하는 말 한마디였다. 많을 때는 하루에 약 20번, 저 말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냈다. 그러다보니, 한번은 음식이 잘못 왔다는 말을 하기 위해 가게에 전화를 걸고 나서는 저 말을 읊은 ‘웃픈’ 경험도 있었다.아무튼 그 정도로 입에 붙은 내 소개말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나는 더이상 기자가 아닌 한 명의 학부생으로 돌아가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트북을 닫으며’ 이 글을 끝으로 학보를 마무리해보고자 한다.학보에서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영상을 만들자.’ ‘누군가 내 영상을 봐주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평소 영상에 대한 신조라면 이 두 가지를 마음에 새겨 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제작자가 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였다.어떤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스스로가 해답을 찾아내야 할 어렵고도 꾸준한 고민거리였다. 다른 이의 영상을 보면서도 생각해보고, 내 영상을 만들면서도 고민해보았다. 지금까지 찾아낸 답이라면 첫 번째는 바로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임하면 어느 정도 괜찮은 제작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중간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5월은 더 바빠질 예정이다. 전공 수업의 과제 외에도 휴학으로 에너지가 평소보다 차 있던 겨울 방학에 무작정 벌여놓은 일들의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것 중 하나는 사진부 부장으로서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혁신센터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도전학기의 과제를 수행하는 일이다.지난 1월, 난 두 가지의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하며 맡은 일들을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것의 한 방법으로 양치기 전략을 펼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하기로 한다. 예를 들면 탑사진(신문의 가장 첫
최근 웹툰 ‘바른연애길잡이’에서 ‘허버허버’라는 표현이 사용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표현이 남성혐오적이라며 비난을 받자 작가는 단어를 수정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성경의 역사’ ‘이두나!’와 같은 웹툰에서도 비슷한 공방이 일어났고, 일부 유튜버들도 같은 문제로 고초를 겪었다. 카카오는 해당 표현이 포함된 이모티콘을 판매 종료했다.일부 네티즌들은 ‘허버허버’가 뜨거운 음식을 급하게 먹는 남성의 모습을 희화화하는 맥락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단어의 시초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부재할 뿐만 아니라 신조어로 가득 찬 21세기에
지난 3월25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됐다. 2019년 라임자산운용이 편법으로 자금을 굴리다 사실상 파산한 ‘라임사태’ 후, 정보부족으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겠단 취지다. 금소법의 목적은 금융소비자의 권익 증진과 금융업의 건전한 시장질서 구축이다. 이제 금융회사는 상품을 판매할 때 정보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거나 부당한 가입 권유, 기타 불공정 행위 시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금소법이 시행된 후 금융회사의 업무 처리가 대대적으로 늦어졌다고 한다. 일부 은행에서는 몇십 장의 종이로 청약사항을
어렸을 때는 원하는 대학만 가면 내 세상이 온통 희망찬 하루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전의 문제들이 완벽하게 해결되고, 나는 전공 책이 든 가방을 멘 지성인이 돼 드라마에 나오는 대학생들처럼 그렇게 설레고 가끔은 힘든 나날을 보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공부만 해야 했던 지난날, 내가 해왔던 모든 노력을 망치고 싶은 어느 날에도 나는 꾹 참아야 했다. 꿈꾸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대학이 마법처럼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시시했다. 예상한 오늘은 어제와 다를 바 없었다. 단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취업을 위한 인턴, 인턴을 위한 동아리, 학회, 스터디, 공모전, 자격증 시험, etc. 취업의 종착역으로 가는 모든 정류장이 상향 평준화된 한국 사회. “여러분, 여기 휴학을 하고 아무런 스펙도 쌓지 않은 대학생이 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과연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요!”모종의 이유로 지난 학기 휴학(休學)을 했다. 첫 휴학이 하필 코로나에 점령당한 세상이라니. 한 학기를 “나는 나와 놀았습니다”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반년의 시간이 내게 남긴 건 무엇이었나.나는 매일 기록했다. 기록이라고 꼭 거창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현 직원들의 투기 혐의 의혹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경찰은 지난 2일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땅에 대한 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국토교통부 LH 전수 조사에 착수했음을 밝혔다. 이때까지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을 정리해보면 정부는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의 땅을 사갈 때 보상금을 지불하는데, 그들은 이를 더 받기 위해 온갖 수법을 쓰고 있었다. 빈 땅에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는가 하면 여러 직원을 동원해 1000㎡씩 쪼개 대지를 사들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농부임을 거짓으로 증명했다. 그뿐인가, LH의 몇몇 직원은
“세희님. 타대 경영학과 학생 수 답변 왔나요?”지난주 경영대 수강신청 기사를 준비하며 우리는 수치와의 싸움을 했던 것 같다. 결국 여러 이유로 기사에 싣지는 못했지만 통계를 사용하려고 애썼던 이유는 통계만큼 독자들에게 심각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수단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일간지 기사들도, 여러 기업 및 기관들도 우리와 같은 이유로 통계를 사용한다. ‘국내 사망자 수 1612명, 청년 실업률 9.5%,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0%’ 지금까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사용됐던 수치들이다.그러나 이들이 본래
아침 8시, 졸린 눈을 비비며 일력의 윗장을 걷어낸다. 날짜를 보니 어느덧 2월26일이다. 개강일이 한 주도 채 남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고 네 번째로 맞는 봄엔 설렘보단 권태가 먼저 느껴지지만, 이번 마감을 준비하며 읽어본 개강호엔 두근거림이 가득하더라.슬프게도 나의 첫 개강은 퍽 싱거웠다. 수강신청 ‘올클’만 하던 내가 처음으로 망한 수강신청도 바로 그때였고, 공부가 하기 싫다는 핑계로 수업시간 내내 딴짓만 하던 것도 새내기 때였다. 고등학생 내내 염원하며 들어왔던 전공은 기대와 너무 달랐고, 간신히 한 자리를 얻은 교양은 내
‘왜 하고 싶어?’어떤 일을 하든 자주 받는 질문이다. 어디를 가던 ‘왜’가 필요했고, 그때마다 구색에 맞춰 임기응변으로 대답했다. 학보 생활을 하면서는 왜 기자가 되려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꽤 많았다. 그들은 물어보면서 나에게 어떠한 답변을 바라는 듯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나도 스스로에게 ‘왜 이 직업을 원하는가?’라고 물었다.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외면당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하지만 ‘그 저 하고 싶다’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 뿐 쉽게 대답하기 어려웠다.그래도 나이가 들면 무거운 질문을
약 1달간 바쁘게 돌아가던 총장 선출이 막을 내렸다. 이번 총장 선거는 본교 역사상 세 번째, 그리고 학생이 참여한 두 번째 직선제였다.제17대 총장 선거에는 8명이 총장 후보로 나섰다. 이선희 교수(의학과), 이공주 교수(약학과), 조기숙 교수(무용과), 강혜련 교수(경영학부), 이주희 교수(사회학과), 김성진 교수(화학나노과학과), 양옥경 교수(사회복지학과) 그리고 신임 총장인 김은미 교수(국제학과)까지. 각 후보자가 속한 단과대학도 다양했다.후보자들은 각자 자신이 꿈꾸는 이화를 실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생각해 온 공약을 내보였
지난주, 한 여성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성이 아이를 낳았다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소식이 제법 화제다. 특별히 이슈가 된 이유가 있다면, 소식의 주인공이 방송인이라는 데에도 있겠지만, 아마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스스로 엄마가 되기를 택해서’일 것이다.이는 방송인 사유리씨의 이야기다. 그는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과거 방송에서 오래전부터 엄마가 되고 싶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는 없어 ‘자발적 비혼모’라
총장 선거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 학생이 이화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참여하는 2번째 직선제다. 이제 다음 주면 이화의 4년을 이끌 총장이 결정된다.총장 선거 취재팀의 여정에도 곧 마침표가 찍힌다. 8월부터 온 힘을 쏟은 취재의 끝이 다가오는데도 왠지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다.정보제공동의 마감날인 13일 오전 11시 기준 학생 참여율은 24.7%에 그쳤다. 교직원, 교수, 동창 참여율은 모두 90%를 넘겼다. 이제 정보제공동의를 하지 않은 대다수의 학생들은 투표에 뒤늦게 참여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정보제공동의는 투표에 참여하기 위한
점심을 먹고 나른한 기분으로 실시간 수업을 듣던 내 정신이 바짝 들었다. 12월 첫째 주까지 기말 레포트를 제출하기 전, 글의 주제나 구조에 대해 전체 수강생과 일대일로 면담할 예정이라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면담 시작은 당장 2주 뒤.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망했다’였다. 12월이면 한참 뒤라고 생각했기에, 무슨 주제로 레포트를 써야 할지 고민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내 표정이 너무 심각했는지, 혹은 내 생각을 읽으셨는지, 교수님께서는 당신도 해야 할 일을 미리 시작하는 편은 아니라며 웃으셨다. 그
몸에 붙는 짧은 흰 원피스에 빨간 하이힐. 문서를 든 손에는 길게 네일 아트(nail art)를 했고, 빨간색 하트가 그려진 헤어 캡을 쓰고 있다. 여자는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새침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어떤 사람이 떠오르는가. 이 여성을 간호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아이돌 블랙핑크(BLACKPINK)의 신곡 ‘Lovesick Girls’의 뮤직비디오 속 해당 장면은 ‘간호사 코스튬(costume)’으로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모자에는 적십자 대신 빨간색 하트가, 진료 기록지를 적는 손에는 하얀색
지난 1월, 국내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처음 발생한 이후 8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생활에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찾아왔다.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에나 쓰던 마스크는 이제 한여름에도 빼놓지 못할 만큼 내 피부처럼 됐다. 사무실이나 학교와 같은 사회적인 영역은 집 방구석으로 옮겨왔다.갑작스러운 변화에 일상은 쉽게 흔들렸다. 모두가 처음 겪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은 커져만 갔다.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짧은 외출에도 긴장을 유지해야 했다. 누군가를 만나는 날엔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경계심을 느끼기도 했다.
“아빠는 날 싫어해요.”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내게 말했다. 담담하게 나온 아이의 말에 정말 많이 놀랐다. 사랑만 받으며 커야 할 나이에 미움을 먼저 알아버린 아이의 말이 아프게 느껴졌다. 최근 천안 아동학대 사건의 1심 선고 내용을 담은 기사를 읽으며, 문득 이 말과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올해 겨울, 지방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일주일간 방학 캠프를 진행했다. 그곳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참 피곤한 친구였다. 프로그램 중 친구와 싸우는 건 기본이고, 난생처음 들어보는 욕을 마구 내뱉었다. “친구와 싸우지 마라”
대학에 들어와 가장 부러운 사람은 집밥 먹으며 학교 다니는 친구다. 통학하는 고충을 몰라서 그런가, 일단 본가가 수도권이면 부럽다는 말부터 나온다. 내 본가는 경상남도 양산. 서울에 온 지는 이제 막 3년 다 돼간다. 아직은 서울살이에 한보단 로망이 많은 초보 상경러지만, 기숙사부터 원룸을 전전한 지난 몇 년은 다사다난했다.내 첫 서울 보금자리는 학교 기숙사 E-HOUSE. 이화의 자랑인 신축 기숙사다. 얼핏 보면 고급 리조트 같은 외형에 정독실, 학식당, 체력단련실까지 갖췄다. E-HOUSE 10인 유닛에 살며 가족만큼 가까운 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2020년 겨우내 이러한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생각의 근원은 윤이형 작가의 절필 선언이었다. 2019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윤 작가는 2020년 1월31일, 개인 SNS를 통해 절필하겠다는 사실을 알렸다. 뒤늦게 알게 된 이상문학상의 불공정한 계약 내용 때문이었다. 윤 작가는 “그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 결정을 내렸다”며 이유를 설명했다.윤 작가의 글을 접하게 된 건 1학년 첫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