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484건)

올해로 개교 128주년을 맞이한 이화 역사상 첫 이공계 출신이자 두 번째로 젊은 총장이 부임했다. 지난 달 1일 취임한 최경희 총장(52)은 1979년 당시 49세였던 정의숙 총장 이래로 가장 젊다. 81학번으로 본교에 입학해 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Temple University)에서 물리학 석사와 과학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취임 후, 수면시간이 2~3시간 밖에 되지 않지만 교내 구성원들을 만나는 일은 마다할 수 없다는 최 총장을 4일 오전10시 본관 총장실에서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교내 언론기관인 이대학보와 이화보이스가 합동으로 진행했다. -총장으로서 취임 한 달을 보낸 소감은 어떤가128년을 이어온 이화 역사에 대한 책임감과 역할을 매순간 고민하게 된다. 4년간의 임기 동안 이화의 설립 취지를 살려 더 큰 도전을 하고 싶다. 취임 초기다보니 학내·외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회의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화 내 현안들을 논의하는 일이라 그런지 스스로를 더 채찍질 하게 되는 것 같다. -학생처장, 연구처장 등의 보직 경험이 있다. 총장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나학내 여러 구성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학생처장으로 일하며 총학생회 등 학생대표를 만났던 경험은 현재 학생들의 고민거리에 공감할 수 있었다. 연구처장으로 재직하면서 본교 교수들의 연구 환경 등을 낱낱이 알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또 보직을 임하며 직원들과도 일 해봐서 그들의 업무 환경 등도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경험들이 바탕이 돼 한 구성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임기동안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야할 점들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임기 4년간의 목표로 ‘혁신 이화’를 내걸었다이화에는 많은 ‘최초’가 존재한다. 국내 최초의 여성 박사, 국내 최초의 여의사 등을 배출한 학교다. 또 여자 종합대학으로서 의학대학, 법학대학, 약학대학, 공과대학까지 갖춘 곳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그 만큼 역사가 깊고 사회적으로 이화가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깊은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혁신이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외부적으로 변화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화도 이에 발맞춰 함께 바뀌고 도전해 나가야 한다. 단순히 현재만을 바라보는 변화가 아닌 미래 지향적인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부 사항으로 ▲조직혁신 ▲인재혁신 ▲인프라혁신 ▲네트워크혁신을 진행할 예정이다. -네 가지로 혁신의 방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조직혁신을 통해 학내 조직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자 한다. 또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바로 현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특정 학과를 산업적으로 특성화 시켜 취업 중심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인재혁신은 이화인 모두가 입학 때보다 더 우수한 학생이 되어 졸업하는 학교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수를 채용하고 장학금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본다. 인프라혁신은 학내 공간의 혁신을 대표한다. 최첨단 강의동을 설립하고 교수들에게 충분한 연구실을 제공하고 싶다. 또 네트워킹혁신은 이화 동문을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화 동문을 연결하는 시스템 구축의 구체적 의미와 방안은 무엇인가동문 네트워크를 만들어 재학생과 졸업생이 꾸준히 상호 교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름도 벌써 지었다. 이화 DNA(Dream and Achievement), 재학생이 가지고 있는 꿈을 졸업생이 연결해준다는 의미이자 서로가 ‘이화’라는 같은 핏줄임을 상징한다. 이화는 이름 그 자체가 힘이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약 20만명의 동문이 서로를 끌어 당겨주는 힘을 재학생뿐 아니라 예비 이화인들도 알 수 있게 하고 싶다. -혁신 이화가 진행되기에 앞서 충분한 재정이 바탕 돼야 할 것 같다임기 동안 더 많이 기부를 받아 혁신이 이루어진 미래 이화를 위한 적립금을 든든하게 마련해 놓을 예정이다. 적립금을 단순히 학교가 쌓아 놓고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립금은 곧 학교 자체의 힘이기도 하다. 외국의 대학들에 비해 국내 사립대학들의 적립금은 부끄러울 정도로 적다. 적립금이 있어야 여러 외부요인들에 앞서서 제 목소리를 내고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적립금 확충을 위한 방안이 있나올해 안에 ‘대(大)이화후원연대’를 만들어 기금을 확충해 나갈 것이다. 이는 본교 졸업생뿐 아니라 그들의 남편인 이화의 사위 등 이화 가족과 이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까지 끌어안고자 한다. -학내에 학생들을 위한 자치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공간은 사적인 개념이 아니다. 교수든 학생이든 누구나 학교의 공간을 사용했으면 반납해야하며 이는 학교의 자산이다. 학생들을 위한 자치공간보다 오히려 대학원생과 교수들을 위한 연구시설이 부족하다고 본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3명이 한 연구실을 쓰기도 한다. 또 실험 실습실이나 조형예술대학의 실습실도 매우 열악하다. 이것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비 이화인을 위한 홍보방식 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학생들의 의견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홍보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누구나 입학처로 연락을 주길 바란다. 입학처장에게 말해 두겠다. 보완해야할 부분 등에 대해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주어도 좋고 구두로 말해도 좋다. 언제든 두 팔 벌려 이화인의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52세의 젊은 총장으로서 학생들과 소통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며칠 전, 총학생회와 면담을 진행했다. 학생 대표자의 만남이기에 총학이 요청한 즉시 바쁜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서 바로 만났다. 교내 언론사의 인터뷰도 요청 직후 바로 날짜를 잡았다. 이 또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총장에게 이야기해도 좋다. 논의 과정에서 나 또한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선 직격탄을 날릴 것이다. -임기를 마쳤을 때,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이화인들이 내게 알맞은 별명을 지어 줬으면 좋겠다. 처장을 맡았을 때는 직원을 존중하는 처장이라고 불러주었다. 학생들의 의견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겠다. 그러나 학생들이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할 때는 단호히 대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의 부족한 점을 시정해야할 때는 명확히 하는 총장이 되고 싶다. -이화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이화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 또 학교를 믿고 따라 와 주면 좋을 것 같다. 학교는 학생들이 이화인이라는 위치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학생들도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그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또한 학교의 발전 과정에서 대의를 위해서는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뷰 | 박예진 기자 | 2014-09-15 06:02

대박PD가 또 대박을 터뜨렸다. 요즘 핫한 JTBC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담당PD인 임정아(신문방송‧94년졸)씨의 이야기다. 8월31일 기자가 방문한 12회 녹화현장은 프로그램을 향한 대중들의 관심만큼이나 그 열기도 뜨거웠다. 바쁜 녹화현장 속에서도 모니터를 보며 패널들의 표정과 대사 하나하나를 체크하는 임 씨는 열정이 넘쳤다. 그런 그녀를 3일 JTBC 사옥에서 만나 현장에서의 ‘비정상회담’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그램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정상회담’ 앞에 그렇지 않음을 나타내는 ‘비(非)’를 붙여 정상회담이 아니라는 뜻과 비정상적인 회담이라는 의미를 모두 담았다. “실제 나라의 정상(頂上)이 아닌 사람들이 나라의 대표라고 우기는 역발상을 담아냈어요. 자국에서 대표로 파견한 적 없는 비정상(非頂上)들이 자국의 문화를 말하는 상황을 연출했어요. 국제회의를 콘셉트로 하는 프로그램의 공식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한 것은 비정상(非正常)의 정점이죠. 대게 G20 정상회의 등에서는 영어를 공식 언어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잖아요.” 임 씨는 비정상의 의미를 방송 세트장에도 담아냈다. 비주류, 비정상의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실제 정상회담은 소위 ‘있어 보이는 곳’에서 열리잖아요. 그런데 방송 세트장은 일부러 ‘없어 보이게’ 만들었어요. 건물의 후미진 구석방에서 절대 정상회담에서는 논의하지 않을 안건들을 모아 이야기 하는 느낌으로요. 방송을 자세히 보면 구석에 칙칙한 파이프나 낡아 보이는 벽 등을 그대로 노출한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비정상회담이 탄생한 데는 임 씨가 미국에서 다국적 청년 독서토론회에 참석했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콜롬비아, 브라질, 프랑스 등 각국에서 온 친구들이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접근방식이나 해결방법이 각기 다른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비슷한 듯 다른, 다른 듯 비슷한. 이 때 받은 느낌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와서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적용해봤어요.” 프로그램의 또 다른 인기요인은 G11이라 불리는 11명의 패널이다. 터키 유생 에네스 카야, 덴마크 오리 줄리안 퀸타르트 등 패널들은 인기 아이돌 엑소(EXO)에서 이름을 따 젝소(GXO)라고 불릴 정도다.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 것, 유머러스할 것, 자국에 오랫동안 거주해 그 문화를 대표할 수 있을 것. 이 세 가지가 패널 선정 조건이었어요. 처음부터 남자로만 구성할 생각은 없었지만 공교롭게도 조건에 부합한 사람들이 모두 남자였어요. 패널들 모두 스텝들과 방송 전, 사전 인터뷰 때도 재밌게 토론이 되는 사람들 위주였죠.” 임 씨는 MC선정에도 공을 들였다. 사무총장 유세윤. 의장 성시경과 전현무. 의외다 싶은 조합에서 비정상회담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재미요소다. “비정상회담에서는 2030세대의 고민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존 1세대 MC가 아닌 새로운 MC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했어요. 그런 고민 속에서 전현무 씨가 떠올랐죠. 성시경, 유세윤도 무게를 잘 맞춰 줄 수 있는 조합이었어요. 유세윤 씨는 진지한 토론 분위기를 재치 넘치게 이끌어 가는 역할에 특화됐어요. 또 성시경 씨는 어떤 토론 주제가 나와도 막힘없이 토론에 임하더라고요.” 자유분방한 토론 분위기 탓에 대본이 없다는 오해도 받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패널들의 열띤 토론 때문이다. “대본이 없다니요. 이번 주만 해도 약 20장이 넘게 대본이 있는 걸요. 다만 녹화를 하다보면 대본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대다수죠. 이것이 비정상회담의 매력인 것 같아요. 대본이 있지만 녹화 하면서 대본을 넘어선 그 이상의 ‘+∂’가 다른 프로그램보다 크다는 거죠.” 의견을 주장하고 상대편을 설득해야 하는 토론 프로그램이지만 처음 표결과 나중 표결은 별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임 씨가 꼽는 비정상회담의 진정한 매력은 ‘설득’하는 것이 아닌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비정상회담의 토론 목표는 의견이 하나로 일치되는 것이 아니에요. 프로그램을 보면 ‘토론은 왜 했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방송 시작과 말미의 표결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서로를 설득하지 못하고 끝난다고도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니에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게 되는 거죠.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것, 그거 하나면 돼요.” 매주 진행되는 기획회의에 패널들과 MC 그리고 제작진이 모여 주제를 선정하고 각자 공부해온다. 매주 다른 주제를 청년들을 대표해 ‘안건’으로 상정하고 토론해야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라를 대표한다고 우기던 그들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자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며 진지하다. “패널 모두 정말 열심히 주제에 대해 공부해 와요. 이젠 정말 자신이 한국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에요. 그게 이 프로의 장점이 되죠. 딱 그 나라 그 나이 대 청년을 만나볼 수 있는 것. 우리가 언제 가나에 대해 그렇게 깊이 알아볼 수 있겠어요?” 논의한 주제 중 독립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임 씨. 인터뷰 내내 당당한 모습의 그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했다.“한국 청년들의 가장 큰 과제가 ‘독립’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한국에서 청년들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독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독립의 과정에 반드시 수반 되는 게 모험이라고 봐요. 지금 패널들도 한국이라는 타국에서 모험을 하고 있는 과정이잖아요. 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알고, 배우고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정답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이런 경험 끝에 완성되는 자신이 진정한 정답일 것 같아요.” 당분간은 비정상회담에 집중하겠다는 임씨.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회의 스케줄 틈에서도 그녀는 싱글벙글했다. “제가 쥐고 있는 시간은 오직 현재 뿐이에요. 미래에 대한 큰 계획을 갖는 건 좋지만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죠. 어차피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되니까요. 여러분도 무엇을 하든 열정적으로 현재에 집중하길 바라요.”

인터뷰 | 천민아 기자 | 2014-09-15 05:58

뾰족이 올라간 눈매에 커다란 눈, 콧대도 보이지 않는 낮은 코. 예쁠 것도 없는 얼굴이지만 그림 속 ‘공주’의 표정은 한결같이 당당하고 사랑스럽다. 2004년 대중 앞에 등장해 일기장, 지갑 등 패션잡화로 우리의 일상에 녹아든 공주 캐릭터는 최근 MBC 수목 미니시리즈 ‘운명처럼 널 사랑해(운널사)’에서 배우 장나라(극 중 김미영役)의 작품으로 출연해 최근 더 주목받고 있다. 21세기 미인도를 그리는 화가 육심원(동양화‧96년졸)씨를 7일 삼청동 카페거리 근처 갤러리 에이엠에서 만났다. 붉은 양 갈래 머리에 노랑, 파랑 별무늬 옷을 입은 캐릭터 ‘개똥이’는 드라마 운널사에 등장하면서 슈퍼스타가 됐다. 지난 8월6일~9월2일 갤러리에이엠에서 열린 육 씨의 개인 전시회에 전시된 개똥이 그림이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물론 개똥이가 그려진 상품 모두 드라마에 출연한 지 일주일 만에 동났다. 갤러리 내 아트샵 진열장 한 쪽에 붙어있는 ‘개똥이 상품 드디어 입고 예정’이라는 안내판이 인기를 증명하고 있었다. “4년 전부터 계속 드라마 섭외가 들어왔어요. 단순히 캐릭터만 잠깐 등장하는 거였다면 거절했겠지만, 주인공이 제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하니 재밌겠다 싶었죠. 공주 캐릭터 ‘개똥이’의 진짜 화가로서 드라마에 제 작품이 출연하는 걸 보면 뿌듯해 매주 챙겨봐요. 특히 8월13일 드라마에 그림이 처음 등장한 후론 갤러리 직원들이 점심, 저녁 식사도 못 챙겨 먹을 정도로 바빴어요. 덕분에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라봤네요.” 모태 화가였을 듯한 육 씨 역시 대학 시절에는 요즘 대학생들도 흔히 고민하는 진로문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본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할 뿐, 장래희망도 뚜렷이 없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남들은 2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들 말하지만 저는 대학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좋은 추억이 하나도 없어요.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꿈도 딱히 없었죠. 당시 전공 수업에서는 수묵 화법의 추상화를 잘 그려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는데 저는 예전부터 공주를 모티브로 인물화를 주로 그렸기 때문에 ‘전공이 나랑 안 맞나’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졸업 이후에도 육 씨의 늦은 사춘기는 끝나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교직과목을 이수해 졸업 후 중학교 기간제 미술교사로 2년간 재직했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누가 뭐래도 그림 그리는 게 제일 좋았던 육씨는 다시 정식으로 붓을 들기 위해 본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로 진학했다. “졸업하고 이것저것 해봤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제게 가장 어울린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학부 졸업 후에도 계속 방황하다 보니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대학원을 들어갔었죠. 그림 그리는 것 빼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정도로 작업에 몰두했어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때 그린 그림으로 평생 먹고 사는 거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세요.”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2002년 인사갤러리에서 열었던 첫 개인전은 현재 육심원 브랜드의 출발이 됐다. 전시를 연 한 달 동안 공주 그림이 담긴 도록이 모두 팔려 수 천부 재발행을 했을 정도로 호응을 받은 것이다. 이에 힘입은 육 씨는 전시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그림을 일상용품으로까지 확장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그림이 마음에 들어 도록을 샀다 해도 책꽂이에 꽂아버리면 다시 안 찾아보게 되잖아요. 저는 그림이 항상 보일 수 있도록 일상 공간에 놓였으면 했어요. 예를 들어 제 그림이 들어간 달력이나 일기장을 사서 일년 내내 볼 수 있게 되는 그런 장면을 꿈꿨죠.” 이런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사업은 2005년 교보문고 입점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의 효자상품인 일기장은 2005년 첫 판매 이래로 50만 개 이상 판매됐고 한국을 넘어 중국, 일본, 유럽 시장에도 진출했다. 교보문고에서 일기장, 앨범 등 약 70가지 일상용품으로 시작해 현재는 전국 10개 매장, 연 매출 수십억 대에 이른다. 직원 하나 없이 육씨가 상품을 하나하나 포장, 촬영하고 택배까지 보내던 10년 전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초기에는 택배 보낼 상자 구할 방법을 몰라 남편과 영업 끝난 서점에서 몰래 상자를 훔쳐 오기도 했어요. 처음 교보문고에 입점했을 때는 직접 매장에 나가 사람들에게 팔아보기도 했고요. 그런 작업들이 모두 너무 즐거워서 힘든 줄도 모르고 했어요.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가 아니라 ‘이런 것도 다 도움이 되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힘든 일도 즐겁게 헤쳐나가는 그의 삶의 방식은 그의 그림과 많이 닮아있다. 밝은 색감의 배경에 입꼬리가 귀에 걸릴 만큼 웃고 있는 육씨의 ‘공주’들은 바라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칭찬을 많이 받는다. 힘든 현실 속에서 자신의 그림으로 위로받는 사람들이 그가 그림을 계속 그리는 이유다. “제가 그리는 여자아이들도 그렇고 이 세상에 모든 여자는 다 공주에요. 여자라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은 어떤 여자든지 모두 공주로 만들죠. 세수하고 나서 거울에 비친 예쁜 내 모습, 여자들끼리 모여 웃고 떠드는 수다 같은 작은 일상들 말이에요. 최근에도 세월호 사건 등으로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았지만 그 속에서도 제 그림이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육 씨는 전시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소장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장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요즘 파격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노란색 파마머리, 짙은 눈화장과 붉은색 입술, 손톱이 돋보이는 공주 그림을 꼽았다. 내면에 수많은 공주를 품고 있는 화가 육심원. 그가 또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인터뷰 | 김지현 기자 | 2014-09-15 05:57

아스팔트 바닥 곳곳에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눌려 까맣게 들러붙은 껌을 화판 삼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본교 기초교양수업 ‘나눔 리더십’ 시간에 만난 7명의 새내기, ‘껌뱉지말아조’ 팀은 본교 앞거리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는 껌딱지 위에 병아리, 꽃다발 등 알록달록한 그림을 수놓았다. 얼핏 들어서는 이게 어떤 그림인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무심코 지나던 아스팔트 바닥에 그려진 껌그림을 직접 발견하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나눔 리더십 수업에서 만나 이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들은 지역공동체를 위한 나눔에 대해 고민하다가 껌그림을 그리게 됐다. 본교 정문에서 이대역 앞으로 이어지는 거리 위에는 껌뱉지말아조 팀이 그린 껌그림 약 100개가 자리하고 있다. 동전 크기의 작은 껌 위에 그린 그림은 상상 이상으로 다채롭다. 이들은 정해진 주제 없이 작은 껌을 도화지 삼아 자신들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자유롭게 그린다. 김태경(국제사무·14)씨는 본교 정문에서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연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작은 껌 위에 사랑하는 커플의 얼굴을 담았다.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캐릭터 ‘올라프’를 좋아하는 고아라(성악·14)씨는 활짝 웃는 올라프의 모습을 껌 위에 그렸다. 권기림(의류·14)씨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껌 위에 노란리본을 그렸다.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은 없지만, 이들이 땡볕 아래서도 즐겁게 그려낸 껌그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껌그림 활동을 하는 것은 껌뱉지말아조 팀뿐만이 아니다. 교내 캠퍼스에도 이러한 껌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있다. 교내의 껌그림들은 또 다른 나눔 리더십 수업의 활동 팀인 ‘아스팔트 껌딱지(아트껌)’ 팀 학생들과 국내에서 껌그림을 전문적으로 맡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 ‘껌그림’ 김형철 대표의 합동 작품이다. 아트껌 팀과 김 대표는 6월8일 ECC 11번 출구 앞바닥에 고양이, 새 등 귀여운 동물을 그린 후 약 2주 후인 6월20일 껌그림을 제거했다. 이들은 아트껌 팀의 노은비(서양화·14)씨가 김 대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facebook) ‘껌그림’ 페이지에 글을 남긴 것을 계기로 함께 활동하게 됐다. 이들은 ‘껌 뱉지 말아요’라고 적힌 푯말을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걸어두기도 했다. 바닥에 버려진 껌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골칫거리다. 딱 달라붙어 있어 일일이 제거하기도 어렵고 제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대적인 껌 제거 작업을 위해 미화원 약 3000명을 동원했다. 이렇게 제거 활동을 펼쳐왔지만 서울시내 바닥에는 여전히 지저분한 껌들이 가득하다. 도시의 흉물이 된 껌 위에 아기자기한 그림을 그려 골칫거리 껌을 예술로 만드는 껌그림 활동은 영국의 거리예술가 벤 윌슨(Ben Wilson)이 2004년 처음 시작했다. 그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캔버스를 찾던 중 껌을 그 캔버스로 삼겠다는 아이디어에서 껌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동전 크기 정도의 작은 껌 위에 동물부터 영국의 도시 풍경까지 다양한 그림을 담아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영리단체 ‘껌그림’의 김형철 대표가 2006년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가 2012년부터 본격적인 캠페인으로 확장시켰다. 김 대표는 2006년 ‘버려지는 이기심’이라는 주제로 껌그림 캠페인을 시작해 현재는 껌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버려지는 존재인 유기동물을 껌 위에 그리고 있다. 껌뱉지말아조 팀은 껌그림을 통해 공유하는 공간인 ‘길거리’의 의미를 알리고자 했다. 껌뱉지말아조 팀의 이나영(언홍영·14)씨는 “길거리는 누군가에게는 그냥 한 번 지나가는 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한 공간인 공동의 공간”이라며 “땡볕 아래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힘들었지만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 거리 위의 상인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길거리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뿌듯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러한 껌그림 활동에 대해 본교생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지원(방송영상·12)씨는 “껌그림을 발견하고 예뻐서 사진을 찍어서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며 “항상 눈에 밟히던 거무스름한 껌들이 이렇게 알록달록하게 변한 것을 보니 신기하고 껌그림 캠페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임지영(행정·12)씨는 “껌그림이 바닥에 붙어 있어 쉽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바닥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껌그림 활동이 비영리 활동이다 보니 김 대표는 활동에 필요한 금액을 사비로 충당해왔지만 최근에는 소셜 펀딩을 통해 모금을 하거나 후원을 해주겠다는 단체도 생겼다. 껌뱉지말아조 팀은 수업시간의 활동으로 이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들 역시 사비로 껌그림의 제작비용을 충당했다. 처음에는 팀원 7명만 껌그림을 그렸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행인이나 외국인 관광객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참여해 점차 그 규모가 커졌다. 껌그림 활동은 단순히 껌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회성 활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껌그림은 지나는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치여 쉽게 더러워지는데 이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와 보수가 필요하다. 껌그림 캠페인을 진행하는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껌그림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와 껌뱉지말아조 팀 등 껌그림 캠페인을 하는 사람들은 껌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한 후 일정 간격으로 보수 작업을 해주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껌그림을 제거하는 활동을 한다. 이렇게 제거된 껌그림은 개인이 원하는 경우 가져가기도 하고 김 대표가 가져가 액자로 제작하기도 한다. 그는 이러한 껌그림과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진을 전시하는 ‘껌그림 전시전’을 준비 중이다. 본교의 껌뱉지말아조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나눔리더십 수업이 끝나 활동 기간이 끝났지만 자신들이 직접 그린 껌그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 시작한 캠페인이지만 이 활동이 널리 전달돼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 양한주 기자 | 2014-09-15 05:43

‘우리 아기를 소개합니다!’ 본교 후문 건너편 300m가량 떨어진 골목길에 위치한 3층짜리 회색 석조건물. 입구 간판엔 ‘애란원’이라고 쓰여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계단 옆 벽면에 아기 사진이 가득하다. 색색의 글씨로 아기를 소개하는 글이 색 도화지를 메우고 있다. 엄마들이 직접 쓴 글이다. “2004년 ○월○일. 하나님의 선물인 사랑스러운 △△이가 엄마 품으로 온 날….” “낮과 밤이 바뀌었던 우리 아기가 엄마에게 50일의 기적을 선물해 주었어요. 아주 착하죠?” 진한 모성애가 묻어나는 이 글을 쓴 사람들은 다름 아닌 10~20대 미혼모. 애란원은 미혼모와 아기에게 생활공간을 제공하고 그들의 안전과 자립을 돕는 미혼모생활시설이다. 이곳에서 24년째 미혼모들과 동고동락하는 한상순 원장(사복‧72년졸)을 5일 만났다.“애란원에 오는 미혼모들은 대부분 불우한 가정환경을 갖고 있어요. 아빠 없이 아기를 홀로 낳아 키울 형편이 안 되는 엄마들이 주로 이곳을 찾지요. 여기서 출산하고 몸조리를 한 뒤에 아기를 입양 보내거나, 스스로 양육할 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거예요. 저는 24시간 미혼모들과 같이 살다시피 하는데, 그들이 겪는 심적 아픔과 고통이 내 일처럼 절절하게 와 닿아 참 가슴이 아픕니다.”현재 애란원에 머물고 있는 미혼모는 약 36명. 한 해 애란원을 거쳐 가는 미혼모 수는 작년 기준으로 153명이다. 대다수가 10대부터 20대 초반 사이의 어린 엄마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우리나라의 미혼모 가구는 약 16만 6609가구로, 2000년(11만 7764가구)에 비해 약 10년 사이 1.4배로 늘었다.그러나 국내 미혼모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은 아직 따갑다. 양육비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여전하다. 적잖은 미혼모들이 양육을 포기하고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리는 이유다.“미혼모는 낙태하는 대신 배 속에 있는 아기의 생명을 택한 사람들이에요. 그럼에도 생명을 택한 대가로 손가락질 받고 차별당하죠. 제가 직접 본 사례만 해도 셀 수도 없어요.”4년 전쯤, 애란원에서 지내던 미혼모가 유명 미용실에 디자이너로 취직했다. 애란원의 지원으로 직업 교육을 받아 자립에 성공한 것이다. 기쁨도 잠시, 그 행복은 4개월 만에 끝이 났다. 다른 동료들의 험담과 수군거림에 충격을 받고 결국 직장을 그만둔 것이다.“이 엄마가 무척 믿고 의지하던 이혼모 동료가 있었어요. 같은 ‘한부모 가정’이라는 동질감 때문에 아주 친하게 지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 이혼모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험담을 하는 모습을 본 거죠. 그 배신감이 얼마나 컸겠어요. 며칠을 술을 마셨대요. 우는 아이를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긴 했지만….”한 원장은 “같은 한부모 가정이라고 하더라도 미혼모는 이혼모보다 훨씬 못한 취급을 받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여러 사회적 소외계층 중에서도 미혼모의 사회적 위치가 최하인 것 같다”고 했다.특히 한 원장은 중‧고등학교를 중퇴한 미혼모가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직업 선택의 폭이 확 좁아질뿐더러, 취업을 하더라도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저비용조차 벌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애란원은 ‘나래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임신하고 일반 학교를 다니기 어려운 10대 미혼모는 이곳에서 주요과목을 배운다. 수업을 모두 이수하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딸 수 있다. 나래대안학교에서 10대 미혼모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들 중엔 본교생도 적잖다. “학교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이화인들이 많이 봉사하러 와요. 학습봉사 뿐 아니라 아기를 돌보거나 주방 일도 거들어요.”한 원장은 미혼모가 우리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님을 강조했다. 특히 성에 대해 점차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미혼모 문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어느 날 갑자기 내가 미혼모가 될 수도 있고, 내 친구가 될 수도 있어요.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과거 애란원을 찾은 미혼모 중에서는 이대생, 연대생도 있었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앞으로 사회의 여러 분야에 진출할 이화인들이 먼저 색안경을 벗고 미혼모를 바라본다면 이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거예요. 예를 들어 한 이화인이 교사가 됐다고 쳐요. 그 반에 어떤 학생이 임신을 했어요. 그럴 때 이 학생이 최소한 공교육까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그게 변화의 시작이라고 봅니다.”◆애란원 후원 안내: ‘신한 100-030-286486 애란원(건축기금)’ 계좌로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후원금은 더 많은 미혼모를 돕기 위한 애란원의 건물 확장에 사용됩니다.

인터뷰 | 공나은 기자 | 2014-09-15 05:42

“나 오늘 ‘이거’ 안하고 왔어.”“야, 당장 가서 ‘이거’ 입고와!”“난 ‘이거’ 안 하면 편하긴 한데 다른 사람 시선 신경 쓰여서 입게 되더라.” 대화 속에 등장하는 ‘이것’. 바로 브래지어(brassiere)다. 브래지어.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가슴을 감싸는 여성용 속옷. 유방을 받쳐 주고 보호하며 가슴의 모양을 교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브래지어는 가슴모양을 교정하는 특성상 가슴을 조인다. 이 때문에 상당수 여성들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브래지어를 입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 착용한다. 바로 이 ‘당연함’에 ‘왜 당연하지?’란 질문을 던진 팀이 있다. 본교생 이민하(국문·09), 이정연(철학·09), 장다혜(방송영상·09), 정성은(방송영상·10), 최선아(철학·10)씨로 이뤄진 ‘노브라블럼’팀이다. 올해 KBS주관으로 개최된 ‘KBS 신세대 VJ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노브라블럼 팀의 정성은씨와 이정연씨를 8월28일 본교 앞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브라블럼’은 전공수업인 최윤정 교수(방송영상학과)의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에서 시작됐다. 팀 이름이자 영상의 제목이기도 한 ‘노브라블럼’은 ‘노브라도 노 프라블럼(No problem)’ 즉, ‘브래지어를 입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의미의 합성어다. 이런 불편한 브래지어를 ‘왜 반드시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브래지어 착용이 당연해서’ 또는 ‘그냥’ 이라면 ‘굳이 브래지어를 안 해도 되지 않나?’라는 문제의식이 영상으로 이어졌다. “여성학 수업을 수강하고 있던 팀원이 ‘노브라’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어요. 브래지어가 여성에게 어느 순간 스스로가 만든 강박이 됐다는 거죠. 저희 역시 그 생각에 공감했고 영상 주제로 결정했죠.”(정성은) “저희는 영상을 통해 ‘노브라를 해야만해!’라고 강력한 주장을 하기보다는 ‘노브라라는 선택지도 고려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보통 외출하기 전 어떤 브래지어를 착용할까만 생각하지만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노브라’라는 선택지도 있다는 것이죠.” (이정연) 노브라블럼 팀은 제작기간 6개월 동안 노브라에 관한 인식조사와 체험을 동시에 진행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남성들을 모아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 팀원이 몇 가지 상황에서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어떤 반응과 느낌인지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 오히려 여성이 노브라가 ‘부끄럽다’는 반응을, 남성은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게 브래지어는 하나의 강박이었던 것이다.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를 할 때 여성들 중에 밤에 잘 때도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것이 편하다는 분도 있었어요. 또한 이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하거나 여성 자체적으로 ‘하지말아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죠. ‘어떻게 그래?’라는 반응도 있었고요.”(정성은) “남성들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어요. 자신들이 착용을 하지 않는 입장이라 그런 것인지 몰라도 착용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반응이 많았거든요.”(이정연) 친척과 지인 등 팀원 주변 사람들은 노브라에 관해 이중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괜찮다고 이야기하다가도 팀원이 직접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래야만 하냐’는 반응이었다. “친척들은 ‘뭐, 어때’라고 하다가도 제가 직접 안하고 나간다고 하자 ‘안 된다’ 또는 ‘티 나지 않게 하고 나가면 안 되냐’는 반응을 보였어요. ‘왜 티가 나면 안돼?’라는 질문에는 ‘티가 나면 야하다’, ‘보기 안 좋다’ 또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란 이유를 들었죠.”(이정연) “일부 남성의 경우 괜찮다고 하다가도 ‘자신의 여자친구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팀원 중 이 때문에 남자친구와 싸운 친구도 있었죠.”(정성은) 영상은 이들의 체험과 사람들의 의견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남고생부터 여대생까지 학교 안팎에서 그들이 직접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게 ‘노브라’에 관한 의견을 묻고 답변을 담았다. 또한, 팀원들이 노브라로 대중교통 타기, 수업듣기, 쇼핑하기 등 직접 체험을 하는 모습을 찍고 체험 당시 느꼈던 점을 인터뷰 형식으로 다뤘다. 이들의 영상 제작은 쉽지만은 않았다. 체험을 하며 불편함을 겪기도 했으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노브라로 수업듣기를 체험할 때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죠. 이 영상을 제작한 수업시간에 저희 영상기획을 발표하면서 노브라 상태임을 이야기했어요. 그 후 주변 사람의 시선은 물론이고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친구들이 불편함을 받았을 것이란 생각이 체험자 자신에게 거꾸로 불편함을 주었던 것 같아요.”(이정연) “남성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어요. 굉장히 솔직하게 ‘노브라’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이야기도 했고요. 참여한 사람들의 허락을 받고 영상에서 사용을 했는데 나중에 영상을 보고 여자친구가 기분 나빠했다며 삭제를 요청했어요. 결국 재편집을 해야 했죠.”(정성은) 노브라블럼 팀은 이 영상으로 ‘KBS 신세대 VJ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영상은 심사위원으로부터 ‘참신함과 창의력이 돋보인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사실 영상을 제작하고 출품하면서 일반적인 시각이 아닌 주제를 KBS에서 어떻게 볼지 많이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쁘죠.”(이정연) 영상을 제작한 후에도 이들은 종종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도 이번 영상 제작을 계기로 ‘노브라’에 관한 생각이 바뀐 것은 이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직접 체험을 해보니 가슴 크기와 관계 없이 브래지어 착용 전과 후가 가슴 모양이 다르더라고요. 착용하지 않은 그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저희에겐 브래지어를 착용한 이상적인 가슴의 모양이 정상으로 여겨졌던 것을 깨달았죠.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인지를 알자 노브라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졌어요.”(정성은) “영상을 제작하면서 누구보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저희였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고 구체적으로 왜 내가 노브라를 하는가에 관한 이유도 세울 수 있었죠.”(이정연)

인터뷰 | 민소영 기자 | 2014-09-01 19:39